<미지의 서울>은 거의 판타지에 가까운 드라마이다. 세상에 있을 법한 에피소드들을 담고 있지만 그 이야기들을 한 데 묶는 줄기인 '미지'와 '미래'의 발칙한 작전은 분명히 현실에서 벌어지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이 이야기는 나에게 더 특별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너무 현실적이었다면 오히려 아프고 건조하게 다가왔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외모만 같고 모든 게 다른 일란성 쌍둥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뒤에 상대방의 삶을 경험하게 하는 방식을 사용함으로써 이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너무 공감되어서 힘든 지경에 이르기 보다는 보다 부드러운 위로로 느끼게끔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드라마는 분명하게 시대정신을 담고 있다. 패배주의, 열등감, 고립감, 양극화, 개인주의, 그리고 집단적 우울.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청년들이 겪고 있는 보편적인 감정이다. 쉬었음, 고립은둔청년, 집단 간 갈등과 같은 문제들이 각종 언론의 메인으로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점차 사람들은 이러한 문제들이 소수의 개인이 갖고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 같다. <미지의 서울>은 사회의 냉혹함에 스스로 문을 닫고 숨어버린 청년의 모습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동시에 겨우 사회에 첫 걸음을 내디뎠음에도 이런저런 요인으로 조직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여전히 방황하는 모습마저 여실히 드러냈다.
작품 속에서 이 시대를 사는 여러 사람들이 겪는 현실적인 모습들이 드러났지만 그 끝은 모두 해피엔딩이었다. 요즘에는 차라리 이런 결말이 훨씬 나은 것 같다. 앞서 말한 것처럼 현실이 너무 팍팍해서 사람들에게는 미디어라는 도피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삶을 위로해줄 수 있는 다소 비현실적인 도피처 말이다. <미지의 서울>의 결말이 그 역할을 충실히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적당히 타협한 조금은 현실적인 결말이었다면 지금 받았을 정도의 감흥까지는 느끼지 못했을 것 같다. 오히려 대놓고 어려움을 힘차게 극복해내는 클리셰 같은 결말이었기에 이 드라마가 더 좋았다. 당장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발버둥칠 에너지까지는 주지 못하더라도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내일을 맞이할 에너지 정도는 줄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