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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리스위드유 Jun 22. 2024

돈 많이 벌어서 뭐 할 건데?

경제적 자유를 쫓아 베스트셀러를 뒤적이는 그대들에게

최근 3년 동안 미라클모닝, N잡러, 부업으로 월 수익 000만 원 등 기본 이상의 무언가를 하는 게 많아졌다.

문득 보이는 이 키워드들이 계속 무엇이든 열심히 하라고 모질게도 부추긴다. 그렇게 젊은 사람들은 쉴 때도 놀 때도 심지어 잘 때도 빽빽이 바쁘게들 살고 있다.


오늘 이 글에서 나는 우리 사회에 대한 조금의 안타까움과 변화하고 있는 인식과 또한 잘 살아감에 대한 몇 가지 의문들을 끄적여보고자 한다. 지금 삶이 충분히 행복하게 느껴지고 열심히 살고 있는 나 자신에 만족한다면 글의 내용에 의문이 많이 들 수 있다. 한 사람의 생각일 뿐이니 이해를 하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한 번쯤은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1년 전에 역행자라는 책을 접했고, 자청이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다.

혹했다. 말로만 부지런하고 결국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은 나 자신에게 "정신 차려. 너 지금 그렇게 살 때 아니야."라고 다그치는 것 같았다. 나처럼 느낀 사람들이 많았는지, 자청의 역행자는 오랜 시간 베스트셀러 책으로 올랐다. 자청, 신사임당, 드로우앤드류 등 나 자신을 브랜딩 하고 수익을 자동화시켜 월 N억을 벌게 된 본인들의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을 많이 지켜보았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추진력과 실천력을 얻을 수 있었고, 실제로 여러 가지 들을 해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가지고 있던 삶의 궁극적인 목표에 대한 나의 의문은 사라지지 않았다.


내가 인생에서 결국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어떤 목표들을 가지고 살아야 할까? 나와 주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해왔지만 당장에 나에게 동기부여가 되면서 인생의 방향성을 잡는 데에는 어느 정도의 목적성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나중에 바뀌더라도 당장에 일상을 살아갈 답변을 얻어야 나는 불안을 지우고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나는 어떤 것을 위해서 그렇게들 열심히 살아가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가족들의 안녕을 위해서? 혹은 물리적인 이득을 위해서? 성취감과 그에 따라오는 보상에 대한 만족도를 원하기에? 그저 단순한 행복을 바라고 산다면 어떤 선택들을 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굴곡 없는 인생이 좋을까?


나는 운이 좋게 태어났다. 화목한 가정에서 태어나 수도권에 적당한 크기의 집에서 부족함 없이 자랐다. 공부에 대한 그 어떤 압박도 없었으며 도덕적으로 옳고 그름을 가르치는 데에만 엄격하셨다. 나의 부모님은 자녀들에게 좋은 말들을 아끼지 않으셨으며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성장하기를 바라셨다.


나도 내가 그렇게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남들보다 창의적이고 자유롭게 생각하고 조금은 타고난 좋은 머리와 정의감을 가지고 이 세상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는 인재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보기에도 자매 중에도 유독 밝고 긍정적으로 자란 막내딸은 특히나 남들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쫓아 특별한 삶을 살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고 한다.


나는 틀에 박힌 대한민국의 교육과정에서는 나 자신을 지키고 살아남았지만 그 대신 목적의식, 참을성, 끈기를 배우지 못했다. 자유와 방종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고 줄곧 말해왔던 아버지의 뜻과는 다르게 나는 방종에 가까운 선택들을 해오며 살아왔던 것이다. 결국 나는 20대 중반에 들어서고 나니 진로와 미래에 대해 길을 잃게 되었다.


현실에 충분히 만족하며 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마는 '행복'이 결국 목표인 이 인생에서 나는 나 자신에게도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와 이 세상의 이치에도 불만족한다.


나는 항상 내가 남들보다 자유롭고 하고 싶은 것들은 다 하고 산다는 점이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느끼게 된 나의 특별함은 강점보다는 약점이 되었다. 평범하지 않음은 나를 외롭게 만들었고 레시피 없는 요리를 하는 것처럼 살아가는 것이 어렵게만 느껴졌다.


또한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너무나도 잘 알지만 그것으로 어떻게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하면서 이러나 갈지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은 어려웠다. 원하는 일을 하면서 자유롭게 살 것이라는 부모님의 믿음은 곧 나에게 부담이 되었다.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특별한 결과를 내지 않는다면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두려웠다. 세상에는 다 드러내더라도 가족에게는 떳떳하지 않은 나의 모습에 많은 부분들을 숨기고 속이며 살고 있다.


언젠가 나 자신이 나의 모습을 정의할 수 있고 받아들인다면 편하게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단지 지금은 아직 그때가 아닐 뿐....


인생목표. 그거 아는 사람이 있긴 한 거야?


인생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주변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그 누구도 그럴싸한 답변을 하지 않는다. 그저 X나 열심히 살고 있다는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만 나눌 뿐이었다. "인생이 원래 그런 거야."라는 말도 많이 들었지만, 나는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어야 했다.


인생을 살아가는 이유라는 게 별 것 아니더라도 나는 나만의 이유를 찾고 싶었다. 그게 돈이 되던, 명예가 되던 남들이 그저 하기에 한다는 나의 모습을 견딜 수가 없었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들이 많기에 더욱 방법을 찾고 싶었다. 사람이란 생각을 할 수 있고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이제는 '그냥' 살고 싶지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내 인생의 큰 반환점에 있다. 진로의 방향성도 크게 바꾸게 되었고,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하고 싶은 대로 살아온 것에 대한 벌?을 받으며 참을성을 기르고 끈기를 기르고 있다.

요즘 내가 느끼는 나의 가장 큰 목표는 자기 효능감을 느끼는 것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거나 사회가 발전하고 더 나은 세상이 되어가는 데에 내가 영향력을 끼친다면 가장 행복하고 삶이 의미 있게 느껴질 것 같다. 죽기 전까지 완전히 나를 알 수는 없을 것이고 인생의 목표는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결국에는 나에게 많은 질문을 하다 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는 어떤 것을 원하는지 알아가게 된다. 나는 여러 회사에 입사지원을 하고 면접을 보는 과정에서 나에 대하여 많이 알게 되었다. 면접관의 질문 중에서 내가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었던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Q. 살면서 무엇인가에 몰입했던 경험이 있나요?

Q. 원하는 노력 해서 이뤄냈던 경험이 있나요?


최근에 나는 '악인론'이라는 책을 읽었다. 자청과 함께 아트라상을 창업한 사람의 책이었다. 나는 책을 읽는 내내 그들이 말하는 경제적 자유가 당장의 목표가 된다는 것이 불편했다. 분명히 그 안에는 좀 더 많은 것이 내재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과시욕이나 우월감을 느끼는 것이 본인이 진정 원하는 것일 수 있다.


나는 그런 인간의 솔직한 내면을 비추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세상에 돈보다 중요한 가치는 많고 그 가치를 알수록 더욱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 믿는다. 우리가 우울증에 걸려 병원에 가게 된다면 많이 듣게 되는 말들이 '내 탓'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악인론의 저자는 성공의 배경에는 나를 채찍질하는 분노일기가 있고, 지금까지도 정신과 약 14알을 복용한다고 언급한다.

성공한 사람들 중에는 분명히 분노와 우울을 원동력 삼아 동기를 만들고 노력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성공한 사람이 100명이 있다고 한다면 나는 우울한 사람도 100명이 늘어났다는 부분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돈이 목표가 된다면 사람은 평생 만족하고 살 수 없다. 인생의 목표로 내가 되고 싶은 사람, 혹은 행위가 되어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다.


인생의 목표로 행복을 외치는 '나'에게는 맞지 않았던 책이었다. 어쩌면 책의 내용들이 진실에는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아름답지 않은 인간의 본성을 마주하고 부정적인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어쩌면 건강한 삶일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이 정직함과 성실함으로 많은 발전을 했고 위상이 높아졌지만 이 안에는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끊임없이 비교하고 경쟁하며 살아온 사람들이 함께 존재한다. 나는 아직도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맞는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한다. 이 고민 끝에 내가 휘둘리지 않고 나 자신을 지켜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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