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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리스위드유 Mar 13. 2024

나는 게으른 완벽주의자, 혹시 너도?

놀 때만 부지런한 친구 둘의 창업 이야기, 근데 사족을 곁들인...


나는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이 있다. 어떤 사업이라고는 명확하게 말할 수 없다.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하나를 시작하면 세세한 것들을 신경 쓰느라 늦어지고 미뤄지고 하면서도 유능하기는 한 그런 사람이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게으른 완벽주의자라고 부른다.


이 창업 이야기는 이런 게으른 완벽주의자가 둘이나 있지만 어찌어찌 진행은 되어가며 과정이 특별히 대단하지는 않지만 결과는 꽤 멋진 그런 내용들을 담고 있다. 이 세상의 CEO들을 누구나라고 칭하고 싶지는 않지만 사업은 어떻게 서든 시작만 할 수 있다면 누구든 언젠가 그들만의 결말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의 시작 또한 그러했기 때문이다.





어쩌다 CEO가 된 나의 시작에는 나이에 비해 욕망 없이 현실적이었던 학창 시절과, 미래를 그리지 않고 현실만을 살아간 대학시절이 있다.


어려서부터 가수가 꿈이었던 나는 당시 꽤나 이슈였던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서 이 세상에 노래 잘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현실을 깨닫고 조용히 꿈을 접게 되었다. 그렇게 늦게 공부의 재미에 들려서 재수까지 하면서 서울의 한 공대에 입학하게 되었다.


가수의 꿈을 접게 되었을 때, 대학 가면 취미로 노래할 기회가 많을 거라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다. 노래에 재능이 좀 있던 나는 쉽게 한 밴드의 보컬로 들어가게 되었고, 대학시절을 모두 바쳤다. 꽤 오랜 시간 교내에서만 놀다 보니 대외활동에 관심이 생겼던 나는 취업에 도움 된다는 봉사활동이나 소모임들을 제치고 문화활동을 기획하는 한 크루에 들어가게 되었다. 거기서 나는 현재의 동업자 토미를 만나게 되었다.





아마 일반적으로 창업에 뛰어드는 상황은 순간적으로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실행력 같은 것을 바탕으로 논리적인 토의를 거치면서 근엄하게 시작되겠지만, 우리는 욕망과 호기심만으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처음에는 좀 더 흥미로운 음주문화를 만드는 데에서 시작했다. 당시 크루의 리더였던 토미는 의외로 살짝 내성적이며 감정적인 표현도 적었다. 하지만 살짝 또라이 같은 취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콘텐츠들을 기획하여 친구들을 모아서 노는 것을 좋아했다. (ex. 조선시대를 테마로 다 같이 선비 수염을 붙이고 당시의 말투를 쓰면서 훈민정음 게임을 한다.)


반면 나는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데에 집착을 하는 편이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누구 하나 어색하지 않고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챙기는 역할을 좋아했다. 또한 얕고 넓은 관계를 지향하다 보니 자리에 맞는 적합한 사람들로 구성원들을 꾸리는 데에 능했다. 그리고 항상 누구보다 재밌게 놀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한 마디로 토미는 자리를 깔았고, 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우리는 기존에 있는 놀거리에 질려 새롭고 특별한 이벤트를 만드는 데에 상상력과 실행력을 쓰는 도파민 중독자들이었지만, 이런 관심과 경험들이 나이가 들며 에너지가 소진된 우리에게는 좋은 사업 아이템이 되었다. 그렇게 졸업 후 언젠가 우리는 우리만의 정체성을 만들고 싶은 생각에 서로에게 좋은 자극과 영향을 줄 수 있는 팀원이 되기로 하였다. 이번 글은 이 두 친구가 만나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사업을 해나가게 되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굉장히 주관적이고 굉장히 솔직할 예정이다.






[두 게으른 완벽주의자의 특징 1]   노는 것도 업무의 연장선이다.


노는 것도 업무라니...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그런 회사의 모습일 수 있다. 문화 콘텐츠를 만들고 틀에 벗어난 아이디어들을 내는 것에 집착하다 보니, 새로운 영감이나 자극을 줄 수 있는 경험들을 꾸준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뻔하지 않은 감각을 자극시키는 전시나 독특하다는 후기가 많은 영화들을 많이 찾아보고 서로에게 추천을 해주는 편이다.


어느새 나는 지도를 보면서 새로 생긴 장소들을 찾아보는 것이 취미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푸에르자 부르타' 공연은 누구에게나 추천한다. 국내에도 이런 재밌는 콘텐츠들이 많이 생겼지만 나도 아직 안 가본 소개해주고 싶은 해외의 콘텐츠들이 있어서 아래에 남겨두겠다.


한국에도 있으면 하는 콘텐츠들

1. 시크릿 시네마
https://brunch.co.kr/@mirikimsbax/15

2. 버닝맨
https://steemit.com/steemit/@leemikyung/burning-man






[두 게으른 완벽주의자의 특징 2]   어쩌다 한 번씩 굉장히 열심히 산다


우리는 문화 콘텐츠 개발로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세계적으로 핫하고 신박한 콘텐츠들을 국내로 들여와서 국내에서도 더 다양하고 이색적인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거기에 더해서 IT 쪽 인력을 구축하여 메타버스나 NFT로도 확장해 가는 아름다운 상상도 살짝 나누었다.


안타깝게도 이 아이템은 자본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되었다. 목표를 잃어버린 동안 브랜드 아이덴티티 회의만 몇 차례 이어가다가 결국 우리가 흥미를 잃지 않도록 자체 콘텐츠를 먼저 만들어서 진행해 보기로 하였다.


한 번 만나면 아이디어 회의만 4시간씩 하던 우리는 어떤 분위기를 탔는지, 본업들이 바빴던 와중에도 2달 만에 아티스트 섭외와, 협찬 체결, 그리고 프로젝트 공연 기획까지 준비를 마쳤다. 게으른 완벽주의자들에게는 정말 일어나기 힘든 그런 일이 일어났던 것이다.


우리는 전화로 이메일로 기계처럼 제안서를 쓰고 돌리며 한 밴드와 공연을 만들게 되었다. 그리고 공연 분위기와 어울리는 한 전통주 업체와의 협찬까지 성사시키며 몸은 갈리고 갈려나갔지만 상상했던 것들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뜻깊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때의 갈림이 우리에게는 인상 깊게 박혔다. 또한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일들을 두 사람이 통제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우리가 하고 싶은 일들에는 자본과 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도달하였고, 사업의 기본인 이윤창출과 함께 우리의 브랜드를 시장에 인지시키는 제품을 먼저 만들기로 결정하였다.






[두 게으른 완벽주의자의 특징 3]   죽어도 흔하고 뻔한 것은 싫다.


우리는 취향은 너무나도 달랐지만 흔하고 유행 타는 것을 싫어한다는 성향은 분명히 같았다. 미대를 나온 토미가 브랜드의 비주얼을 맡았고 글과 서류에 강했던 내가 회사의 비전과 목적을 그려나갔다. 물론 대부분 최종 결정은 둘의 동의가 있을 때만 이루어졌다.


그렇게 우리는 개인들의 취향을 아주 많이 담은 향수를 만들게 되었다. 패키지부터 향수 이름과 향의 조합까지 어느 하나 흔한 것이 없다. 이상하게도 우리는 매사에 자신이 있었다. 조향사가 만든 향이 맘에 안 들어 직접 향료를 고르고 배합하여 원하는 향을 만들었고, 국내에는 맘에 드는 병이 없어서 평균보다 조금 비싸게 원하는 공병을 직구해 왔다.


제품을 만드는 데에는 결정해야 하는 것들이 정말 수천 가지가 된다. 패키지에 들어가는 문구의 위치, 폰트, 크기까지도 처음의 결정이 중요하다고 생각되어 최종결정까지 더 많은 것들을 고민하게 되었다. 거의 일 년이라는 시간을 들인 향수가 드디어 거의 완성되었다.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얻게 될지 기대가 되면서도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는 데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우리 같은 게으른 완벽주의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이런 용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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