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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익명 Sep 05. 2020

균형은 어여쁘게 회복되지 않는다

무고하지 않을 때 두드러지는 불균형

많은 실험의 기본은 변인 간의 상관관계를 비교하는 것이다. 실험하고자 하는 인자가 있다면, 다른 조건을 유사하게 한 뒤에, 해당 실험 인자에 대해서만 차이를 주고 그에 따라 어떤 차이가 발생하는지 보면 된다. 이를 인위적으로 만들 수 없다면, 기존의 사례들을 분석해보면 된다. 


예를 들어, 과연 성범죄 감형의 변인이 가해자의 성별일까? 에 대해서는 해당 사례를 찾아보면 된다. 사실 여성이 성범죄의 가해자인 경우는 거의 없는데 (KOSIS 에 따르면 2018년 자료 기준 성범죄자 가해자의 성별 96.5%가 남성이다.) 어쩌다가 있는 경우가 있다. 해당 몰카 범죄로 가해자는 포토라인에 서서 대중의 시선에 노출되었고, 폭발적인 언론의 관심(욕)을 받았고, 비공식적으로 신상도 유추되었다. 마치 이를 성범죄 구조의 가해자 성별 전복인 것처럼 매도하는 분위기 또한 형성되었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느껴지는 수많은 여성 대상 불법 촬영물은 어떤가? 우리는 그 가해자들을 그만큼 잘 알고 있나? 그들이 포토라인에 세워지고, 우리가 그들 하나하나에 대해 그렇게 강렬한 기억을 갖고 있나? 심지어 이들은 의사, 교사부터 경찰, 스타트업 대표까지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언론은 그들에 주목하지 않는다. 그냥 오늘의 사건사고로서만 가볍게 다룰 뿐이다. 불법 촬영으로 자살한 여성들의 문제는? 실제로 수없이 발생하는 성범죄와 여성 살해는? '묻지마' 범죄는 사실 '묻지마'가 아니지만 여성 대상 범죄의 이름을 적극적으로 지우려는 시도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 사회에 속한 언론은 당연하게도 기울어져 있다. 그리고 이들은 어쩌다 무고하고 억울한 남성, 어쩌다가 범죄의 가해자인 여성에 집착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오히려 차별은 이 지점에서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공기처럼 존재하는 여성 혐오와 여성 대상 범죄에는 침묵하고, 참다 못해 발생하는 미러링에는 집착하듯. 약자들의 기본권은 강자들의 '기분'권과 같은 무게를 가지니까. 이러한 차별은 대중을 상대로 한 직업의 경우엔 여성일 경우 조금만 대중의 취향에서 어긋나거나 무결하지 않더라도 가루가 되도록 비난의 대상이 되고, 남성은 범죄를 저지르고도 당당하게 대중의 인기를 얻는 방송에 복귀하는 수많은 사례들로 이어진다. 


두려움은, 한쪽에만 존재할 때 학살이 된다. 서로가 조심스러워야, 상대방 때문에 나에게 불리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위험이 양쪽에 균등하게 배분되어 있어야만 한쪽이 나머지 한 쪽을 해하지 않는다. 이제 우리의 사회는 이러한 서로 조심하는 단계로 겨우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 때문에 언론은 앞으로 더더욱 무고하지 않은 여성과 무고한 남성에 앞으로 더더욱 집착할 것이며 우리는 '둘 다 나빠'라는 1차원적 태도보다는 좀 더 입체적으로 사건들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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