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익명 Jun 10. 2023

주인공이 될 권리

인어공주 캐스팅 갖고 참 피곤하게 징징대는 사람들

디즈니의 인어공주의 캐스팅과 관련해서 나는 ‘논란’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싶지 않다. 그저 나는 이를 여전히 인종차별주의적이고 여성혐오적인 ‘징징거림'이라고 말하고 싶다. 


만약 디즈니에서 단순히 체크리스트식으로 다양성의 문제를 단순하게 해결하려고 한다면,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좀 더 발전된 방식의 미디어 내 다양성 확보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속내를 지니고 있으면서, 이러한 인권과 관련된 화두조차 단지 이를 비난하기 위한 핑계거리로 활용하는 것은 비열한 짓이다. 

어쩌면 디즈니와 관련해 유독 심한 검열이 이루어지는 것은 클래식을 표방해왔던 디즈니의 역사와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다만, 고전에는 성차별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요소가 다분한데, 그것을 현대 사회에서도 그렇다면 번복하고 반복적으로 재현해야한다는 말인가? 현대 사회에서도 백인만(혹은 그 사회에서 지배적인 인종만) 주인공으로 등장해야하고, 여성은 무조건적 사랑을 주는 왕자님을 기다려야 하고, 다른 여성들은 질투에 눈이 먼 살인마처럼 묘사되어야 하는가?


디즈니라는 상업 회사에 어떤 지켜야할 전통이 있는 것인가? 그들은 핑계로 ‘자신의 추억'을 댄다. 여성혐오로 얼룩진 그들의 추억을 위해 현재가, 미래가 희생되어야할 이유가 있는가? 언제부터 당신의 추억이, 정확히는 당신의 취향이 세상에 그렇게 중요한 것이었는가? 


이러한 징징거림은 주인공이 될 협소한 권리를, 그 중에서도 소녀에게만 적용되는 엄격한 성차별적 외모지상주의에 기반한다. 캐스팅에 대한 디즈니측의 입장은 주인공이 누구보다도 에리얼과 같은 소울을 가졌음을 강조한다. 인어공주의 본질은 무엇이어야할까? 그녀의 피부색인가? 백인여성으로서 아름다운 외모인가? 디즈니측에서는 인어공주의 본질이 껍데기에 있지 않음을 말한 것이다. 그보다는 자신이 열망하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정과 동경, 행동력과 도전정신이 인어공주의 본질로서 재조명된다. 배우는 이러한 에리엘을 연기하기 위한 조건을 충분히 갖췄다고 판단되었고, 인종을 이유로 그녀가 캐스팅에서 떨어져야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관중들은 여전히 인어공주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하얀 피부와 한국인의 기준으로 예쁘다고 평가되는 외모(그리고 핑계로 가져오는 빨간머리)를 가진 이어야 한다며 화를 낸다. 그렇게 말하긴 좀 없어보이니까 ‘추억'이며 ‘이미지에 잘 안맞는다'와 같은 비겁한 핑계거리를 대지만, 내가 보기에 그들이 화내는 본질은 ‘백인도 아닌 주제에 내 입맛에 안 맞는 외모를 가져서'이다. 


언제쯤 이 사회는 ‘자기 눈에 예쁘지 않은 여자’가 주인공이 되는 것에 무감해지게 될까. 소녀는 예뻐야만 하는, 그래야만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권리가 천부인권처럼 외쳐지는 지겨운 사회는 언제쯤 끝나게 될까. 디즈니 실사화 영화 나올 때마다 챙겨보지도 않던 이들이 그렇게 한마디씩 징징거림을 얹는 것이 매우 피곤하게 느껴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