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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익명 Jul 29. 2022

엄마는 왜?

엄마는 왜 내가 (불행한) 결혼을 하길 바라는걸까?

엄마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엄마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불사할 희생적인 분이다. 그렇기에 더 궁금하다. 엄마는 왜 내가 불행한 가부장제식 결혼을 하길 바라는걸까?


"나는 시부모와는 연락하지 않고 살거야."

"너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결혼 못 해!"


나는 내 삶을 희생하는 불행한 결혼을 할 생각이 없다. 난 결혼하지 않고도 충분히 즐거운 삶을 살 자신이 있고, 내 삶에는 몰입해야할 영역이 너무나 많기에 그런 다른집 가정사까지 관여할 시간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혹여나 결혼을 한다고해도 몇 가지 조건들이 있다. 그저 만족하지 못한다면 안 하면 그만이다. 굳이 사서 불행해질 필요는 없다.


1. 난 상대방의 가족과 일체의 지속적 관계를 맺지 않을 것이다. 내 연락처도 안 알려줄 것이다.


2. 내가 모은 재산을 쏟아부어 이후에 당근하면 1/100의 가치로 추락할 혼수같은 것은 사지 않을 것이다.


3. 가부장제식 코르셋 파티인 결혼식을 하지 않을 것이다.


4. 가사일은 각자 1:1의 비중을 맞춰서 할 것이다.


5. 절대로 출산과 육아는 없다


나에게 결혼이란 그냥 자취메이트를 찾는 것이다. "자취를 같이 하는 친구에게 이것을 요구할 것인가?"를 물어서 그 답이 "아니오"라면 서로에게 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사회 생활을 하는 두 주체에게 적합한 관계가 아닌가? 그렇지 않다면 단언컨데 안 하는 것이 더 행복하다.


어쨌든, 이상하게도 엄마는 주변에서 수많은 여성들이 요란한 세레머니(결혼식) 함께 부당한 거래조건에 팔려나가는 것을 너무나 설레하며 즐거워하신다. (이후에 들려오는 불행한 결혼 생활에 대한 얘기는 ...) 그리고 얼굴도 없고 자리에도 없는 예비 신랑군을 열과 성을 다해 변호해주신다. ("세상엔 좋은 남자들도 있어") 우리가 이름 모를 남자의 행복이 아닌 우리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것이며, 시부모 모시는대신 본인에게 효도하겠다는 말을 기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도대체 왜일까. 그렇게 가족을 위해 희생하였고 딸밖에 없으신 분이. 그렇게 이득되는 조건으로 결혼하신 것도 아니고 주변에서도 결혼 후에 여성들이 경제적으로, 육체적으로도 힘들어진 사례가 90프로는 되는데. 왜 그렇게 가부장제의 앰베서더가 되어 우리에게 권장하시는 걸까.


아직 답은 모르겠다. 그저 그럴듯한 설명을 만들어보자면 본인이 익숙한 사회질서를 지키고 싶은 마음, 혹은 그러한 가부장제 사회에서 그 고된 역할을 열심히 해낸 자신의 삶이 부정당하지 않길 바라서. 지금도 미디어를 통해 계속해서 결혼은 좋은 것이라고 주입하는 데에 세뇌되어서. '사랑받는 여자의 삶'에 대한 환상이 아직도 있어서.


다양한 설명이 있겠지만 그렇다고 엄마가 밉지는 않다. 엄마도 K- 결혼이 여자에게 최선이 아니었다는 것을 우리를 통해 언젠가는 알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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