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우에세이]
한여름, 수면양말을 꺼냈다

건강 관리 혹은 나약한 멘탈 잡기

by 오늘수집가 지니


잊지마, 너 아직 치료 끝난 지 6개월도 안 지났다?





2023년 8월 6일, 오늘부로 마지막 항암이 끝난 지 173일이 지났다. 이제 겨우 6개월 차를 향해 달려가는 중. 약 6개월간의 기록을 돌아보니 건강 관리에 대한 나의 긴장감이 풀려도 너무 풀렸다 싶다. 끼니마다 채소 챙겨 먹기는 고사하고 이제 손수 밥상 차리기도 귀찮아 배달 앱 스크롤을 수시로 내리고 있구나. 삼중음성유방암이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 재발까지 되고서도 금붕어처럼 자꾸만 까먹는 나란 인간이 미운 순간이다. 그래도 제법 마음 근육이 단단해져서일까, 나는 절제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더 이상 책망하지 않고 지금, 바로, 당장 고치기로 마음을 먹는다. 건강일지를 펼쳐 들고 다음 주부터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써 내려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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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T: 암환우, 암경험자에게는 먹는 게 곧 일이랬어요. 클린 식단으로 다시 돌아가자!

주간 식단 작성

모닝스무디 다시 시작!

집밥 만들어 먹기

먹을 것 앞에서 절제가 참 안 되는 나에게 '절제'에 대한 심리학, 뇌과학 이야기 찾아보기


EXERCISE: 태릉선수촌 다시 개막 - 마녀체력으로 돌아가겠어!

아침 맨발 등산

저녁 요가/필라테스


HABIT/ROUTINE

수면 양말 신기

매주 일요일 소변 검사

바른 자세 (다리 꼬지 말 것)

암스트롱 컴퍼니 업무일지 다시 작성 시작!

10-6 수면 위생



쓰고 보니 참 소소한 것들인데 지켜내는 것이 참 어렵다. 그리고 우리의 건강과 삶이 얼마나 소소한 것으로부터 무너지기도 하며, 살아나기도 하는지 새삼 그 중요성을 느낀다. 20대는 위대하고 대단한 것들을 이루어내는 것이 멋져 보였는데 30대 중반을 달리는 지금은 소소한 것들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것이 얼마나 은밀하고 위대한 일인지를 알게 된다. 나도 이 은밀하고 위대한 일을 잘 지켜내는 사람이 되어야지. 지니, you can do it! For sure!


그래서 오늘부터 무더위 속에도 불구하고 나는 수면 양말을 꺼내 신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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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풍기는 포기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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