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누군가에게 건넬 말
2020년 내가 항암 치료를 마치고 있을 때쯤, 아주 절친한 분이 같은 암으로 투병을 시작하셨다. 나는 당시 전이가 없었고 사이즈도 작았지만 그분은 폐와 간에 이미 전이가 되어 4기 진단을 받은 상태였다. 늘 위로와 응원만 받았는데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네야 하는 상황이 왔다. 나는 끝이 보이는 랠리 마무리에 있었고 그분은 결승선이 어디인지도 모르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덩그러니 놓였다. 암을 이겨내려면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고 이야기해줘야 할까, 운동을 꾸준히 하라고 할까, 이겨낼 수 있다고 이야기해야 할까. 많은 고민을 했지만 나는 아무 말도 전하지 못했다. 모든 말을 삼키고 그녀를 만나자마자 부둥켜안고 울었다. 그 고통과 두려움을 아주 조금은 알고 있다고, 혼자가 아니라고, 기도와 마음을 더해 곁에 있겠다는 말을 울음으로 전했다. 하늘나라로 먼저 떠 난 사랑스러운 그녀는 나의 울음이 그 무엇보다 큰 위로가 되었다고 전해 들었다.
2022년 재발의 소식을 전하자 주변의 많은 분들이 나 대신 울어주셨다. 울음 안에 담긴 응원의 마음이 큰 울림과 감동으로 남아있다. 가끔은 거창한 말을 전하지 않아도 마음이 전해질 때가 있다. 손을 꼭 잡아주거나 등을 쓸어주거나 널 기억하고 있다며 치료 일정을 물어주는 짧은 메시지를 받을 때 홀로 이 모든 것을 이겨내야 한다는 두려움을 몰아낼 의지를 갖게 된다. 그래서 혼자가 되지 않기 위해 남편에게, 가족에게, 친구에게, 교회 식구들에게 기도해 달라고 응원해 달라고 부탁하며 투병 생활을 마쳤다.
그동안 받았던 많은 응원과 기도와 위로와 울음 위에 제 마음을 보태어 응원이 필요한 분께 보내드립니다. 오늘 이 글을 스치게 되는 분들 중 몸과 마음의 고통으로 힘들어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혼자가 아니라는 응원을 보내고 싶습니다. 한동안 볼 용기가 나지 않았던 유퀴즈 배우 김우빈 편을 오늘 드디어 꺼내 들었습니다. 그의 말처럼 모든 상황이 같지 않고, 마음을 다 헤아릴 순 없지만 저도 겪어봤기 때문에 아주 조금은 그 고통을 알 것 같습니다. 끝날 거 같지 않은 고통의 시간이 너무 길지 않기를 기도하겠습니다. 화이팅!
https://www.youtube.com/watch?v=HUOH6uXIf7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