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데이 Oct 22. 2023

숨을 확인하는 일

 조용히 손가락을 코에 대고 숨은 잘 쉬고 있는지 확인했던 기억이 난다. 불현듯 눈이 떠지고 창 밖이 온통 어두워 적막이 크게 들려오면 두려웠다. 조용함이 지나치면 마치 그게 너무 큰 소리인 듯 느껴진다. 그럴 때면 부모님이 주무시는 건넌방으로 곧장 달려갔다.


 어린 나는 깊게 잠이 든 아빠가 살아있는지 확인해봐야 했다. 검지 손가락 넓적한 면에 따뜻한 숨이 닿으면 마음이 놓였다. 그제야 엄마 아빠 사이에 몸을 구부리고 끼어서 남은 잠을 잤다. 여덟 살쯤 되었을 때였고 우리 아빠는 젊었다.


 그보다 더 어릴 적엔 "아빠, 꼭 내 얼굴 보고 자야 돼." 매일 밤 말했다. 혹여 먼저 잠에 들어 고개가 돌아가기라도 하면 얼른 다시 자리를 고쳐누웠다. 아빠는 새벽 일찍 일어나야 하는 삶을 사셨기에 같이 이부자리를 펴고 누웠고 엄마는 살림을 마저하거나 그제야 할 일을 마치고 책을 읽고 계실 때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문득 잠에서 깨면 아빠 숨소리가 들려야 마음이 편했다.


 이제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아이들이 잘 자는지 숨을 확인하곤 한다. 부풀었다 작아지는 어린 배를 보기도 하고 앙증맞은 코에 두 번째 손가락을 대고 온기를 느낄 때도 있다. 아프기라도 하는 날에는 숨소리가 거칠고 들쭉날쭉하다. 열이 며칠이나 더 날는지 콧물은 언제 멈출는지 안쓰럽다. 새근새근 고른 숨을 쉬며 자는 날에는 옅은 안도감이 든다.


 어젯밤 작은 아이는 잠들기 전까지 어둠이 무섭다며 자꾸 옆으로 와달라고 재촉했다. 할 일이 남았지만 손에 물기를 닦고 옆에 누워 가만히 다독여주자 아이는 내 숨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그런 아이들을 보고 있자면 어린 날의 내가 떠오른다.


 숨을 확인한다는 건 뭘까. 오늘 우리 아빠 숨소리는 내 어린 날과 같을까. 아빠 옆에 누워 자던 어린 날이 그립다.

작가의 이전글 쌍따봉 받은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