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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픽처 Mar 24. 2024

시작은 방어였으나, 끝은 라오스 여행이 된 건에 대하여

나의 사적인 해외여행 기록

10년 동안 간직했던 작은 꿈이 있었다.
<꽃보다 청춘> 속 그들처럼 언젠가 나도
배낭을 메고 친구들과 떠날 수 있을까?!


최근 만나는 지인들마다 나에게 묻는다. "라오스 여행 유튜브 영상 잘 보고 있어! 그런데 같이 다녀온 분들은 누구야?" 순간 고민에 빠진다. 짧게 대답해야 할지 아니면 길게 대답해야 할지. 양해를 구하고 4년간에 걸친 일대기를 읊는다. (다들 들어주어서 감사해요. 참말로!) 대답은 들은 지인들은 모두 이렇게 답한다. "이야 그게 가능해? 진짜 부럽다! 그리고 네 소원을 이뤄서 좋았겠다!"라고. 그동안 내가 이루지 못한 '이 꿈'에 대해 얼마나 많이 얘기했던 걸까 떠올려본다. 그러게, <꽃보다 청춘>에 꽂혀 나도 저렇게 떠나고 싶다 노래를 노래를 불렀던 기억이 나면서 괜히 민망해지는 건 기분 탓일까. 어느덧 방송 이후로 10년이 흘렀고, 영영 이루지 못할 것 같았던 청춘 여행을 다녀올 수 있어 참 다행이야. (여행 영상이 궁금하다면 끝까지 읽어주시라!)


처음 마주한 방비엥의 낯선 풍경을 열심히 기록했다.




화요일은 술 먹는, 아니 수업 듣는 날


이 여행의 시작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려 코로나가 나의 세상을 뒤집어 놓기 전 이야기 말이다. (당시 나는 여행사에서 마케터로 N년째 일하고 있었다. 가늘고 긴 회사생활을 할 거라 믿었던 그 시절) 반복되는 업무와 일상에 지쳐있던 나에게 팀장님이 말을 건넸다. "주한 선임~ 여행이랑 사진 좋아하잖아! 여행작가 수업 들어볼 생각 있어?" 그 질문을 듣는 순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네! 좋아요!"라고 대답했다. 직장인이 된 후 처음으로 회사 밖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설렘에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대학생 시절 대외활동을 공부보다 더 열심히 했던 1인이라 더 그랬을 지도)


2015년 사이판 취재로 인연을 맺고 있었던 여행 매거진 <트래비>에서 진행한 여행작가 수업인 '트래비 아카데미 7기'는 약 8주간 진행되었다. 아직도 생생한 첫날의 기억. '다들 나처럼 퇴근하고 온 걸까? 아니면 어떤 일을 하는 분들일까? 전부 사진도 잘 찍고 글도 잘 쓰겠지?' 사소한 걱정들과 묘한 기대감이 뒤섞인 상태에서 첫날의 수업이 머릿속에 제대로 들어올 리가. 이제야 고백하자면, 이때 나는 뒤풀이 장소를 생각하느라 머리가 살짝 아팠다. 다행히도 회사 근처 한산한 치킨집을 발견했고, 모두가 자리에 앉은 다음에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TMI. 수업이 회사의 강의실에서 진행되었고, 트래비 담당자분들과 그나마 안면이 있던 상황이라 뒤풀이 장소를 찾는데 도움을 주었다. 무엇보다 술자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거절할 수 없는 부탁이었다 ㅎㅎ


처음 마주 보는 서로의 얼굴에 살짝의 어색함이 있었지만, 맥주잔을 부딪히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그 어색함은 눈 녹듯 사라지고 있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여행'이라는 공통의 관심사 하나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얘기하다 보니, 시간은 밤 11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아쉽지만 다음날의 일상을 위해 각자의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렇게 매주 화요일 오후 7시가 되면 4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강의실을 꽉 채웠고, 수업이 끝나면 또 다른 수업인 뒤풀이가 시작되었다. 학창 시절 12년 개근에 빛나는 이력에 걸맞게 8번의 수업을 다 듣고, 뒤풀이도 100% 참석했다는 후문.


7주에 걸친 이론과 출사 수업을 무사히 끝내고, 8번째 수업이자 종강을 3시간 앞둔 2월의 어느 날. 결국 그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회사 건물 내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공지를 보자마자 담당자분에게 연락을 드렸다. 4년 전만 해도 생소했던 재택근무를 하기 위해 짐을 싸서 바로 집으로 가야 했던 급박한 상황이었기 때문. 카톡 단체방을 통해 슬픈 소식이 전해졌고, 모두들 이 상황에 아쉬움과 슬픔을 표현하며 그다음 주는 괜찮아지길 바랐다. 하지만 그 절실한 바람과 반대로, 정말 딱 정반대로 상황은 하루가 갈수록 악화되었다. 결국, 마지막 수업이자 종강은 무기한 연기되었고 언제인지도 모를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가 열일한 2020년 3월, 4월, 5월을 지나 조금 소강상태로 접어든 6월. 그토록 기다리던 종강식 소식이 전해져 왔다. 겨울에 시작한 수업은 유난히 벚꽃이 예뻤던 봄을 지나, 초록 이파리 무성한 6월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마무리되었다. 여전히 코로나가 기승하던 나날들이었기에 모두가 참석하지 못했지만, 스무 명이 넘는 분들이 참석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마지막 피날레로 회사 뒤편 호프집에서 맥주로 그간의 회포를 풀면서 공식적인 수업의 방점을 찍었다. (사실, 매주 화요일의 뒤풀이를 잊지 못한 동기들 중 시간이 되는 이들끼리 모여 수업을 하지 못한 아쉬움을 찐~한 술로 달랬다. 코로나 초창기 시절, 이 소중한 술자리 덕분에 주 5일 재택근무의 쓸쓸함을 달랠 수 있었다)


2020년 1월 7일 화요일 첫 수업. 개인적으로 블로그를 구독하고 있던 김경우 작가님을 볼 수 있어 영광이었다.
첫 번째 출사 수업 : 광화문부터 경복궁 역사박물관, 북촌을 거쳐 삼청동을 거닐며 사진을 찍었다.
두 번째 출사 수업 : 남산 한옥마을에서 한복을 입은 전문 모델을 둘러싼 이 뜨거운 열기를 보시라.
2020년 6월 30일 화요일, 마침내 종강식이 열렸다. 사회인이 되고 처음으로 받은 상장(은 사실 수료증)에 웃고 있었지만, 마스크 때문에 표정이 잘 안 보여서 슬프네.
우리 1월 겨울에 만났는데, 벌써 6월 마지막날 여름이야! 4개월이 걸린 종강 이후 마지막 공식 뒤풀이 사진들.


시작은 방어, 끝은 라오스 여행?


공식적인 트래비 아카데미 7기의 과정은 끝났지만, 마음이 맞는 이들과 부산으로 1박 2일 출사도 다녀오고 양양 서핑여행, 경복궁 & 창경궁 야간개장 출사, 서울숲 단풍 출사, 인왕산 등산, <우연히, 웨스 앤더슨> 전시 관람, 독립출판 북페어 참가까지 정말 다양한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 코로나로 무채색이 될뻔한 나의 서울살이를 알록달록하게 만들어주어 감사한 마음 가득이다.


이렇게 3년 넘게 인연을 이어가긴 했지만, 역설적이게도 코로나가 세상에서 점점 사라질수록 우리들의 모임 횟수도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누군가는 3년 동안의 한풀이를 하듯 일본 교토와 스위스로 여행을 다녀오고, 누군가는 인생의 가장 큰 행사인 결혼을 고, 누군가는 10년간 일해온 분야에서 벗어나 새로운 직무로 커리어를 시작하고, 누군가는 석사 공부를 하면서 학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카톡이나 인스타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게 당연해지던 2023년 11월의 어느 날, 미루고 미루던 송년회 약속을 잡게 된다. 오랜만에 얼굴도 볼 겸 겨울 방어를 뿌시러 가자는 카톡 하나에 노량진 노량해전에서 4시간 동안 열심히 먹고 마시고 웃었다.


그러다가 결국, 그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한참 홋카이도 겨울 여행에 꽂혀있던 내가 물꼬를 트고 말았던 것. 홋카이도의 겨울 풍경은 너무나 궁금하지만, 혼자 가면 심심할 것 같아 망설이고 있다는 나의 고민이 의민 & 니나 & 진영 셋의 마음 잔잔한 파도를 일으킬 줄 그 누구도 몰랐지. 대화의 타임라인을 생각나는 대로 끄적여본다. (굉장히 흥분된 상태였으므로, 약간의 왜곡 한 스푼 더해짐)


홋카이도 겨울 여행 같이 갈 사람? -> 없구나... 어디든 4명 같이 여행 가면 좋겠다 -> 가능할까? 이번 겨울에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 겨울이면 동남아지! 동남아는 같이 가야 더 재밌는데! -> 혹시 꽃청춘 본 사람? 라오스 재밌어 보이던데. 혹시 가본 사람? -> 아무도 없다고? 오? 오!!!!!! 그렇다면 라오스 갈까? -> 진짜? 다들 가능해? 라오스 가즈아~~~~~~~~ (다들 하루 생각해 보고 확정하는 것으로 일단 마무리)


논의 끝에 여행 일정은 2024년 1월 27일 ~ 31일, 3박 5일로 확정! 4명의 스케줄을 맞추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다행히 비행기 티켓 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12월 말은 70만 원...이었다) 1월 마지막 주로 의견을 . 그 후로 하루 이틀쯤 지났을까. 싱어송라이터이자 우리들의 스타 PD 늘해랑(의 본명은 지혜, 의민형의 짝꿍)도 함께 떠날 수 있다는 기쁜 소식을 듣게 된다. 소리 질럿~~!! 5명 여행 멤버가 확정된 것만으로 날아갈 것 같았다. 이미 내 마음은 비행기를 타고 라오스로 향하고 있었다.


그 문제의 방어 사진! (사진 보니까 또 먹고 싶네 ㅎㅎ) 오동통통 방어야 겨울에 또 만나~


아니 이게 무슨 일이지...? 라오스 여행기 한편 쓰려고 시작한 글은 본격적인 여행기를 고 끝나버렸습니다. (예예... 오늘 에너지 다 썼다는 말입니다) 아무튼, 진짜 진짜 라오스 여행기는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많.관.부.


30대 청춘 5명이 떠난 옹기종기 라오스 여행 영상이 궁금하다면?

 영상 보러 가기

https://youtu.be/wDUSIk4esQ0?si=JYukq8Znxy_eEQYG


 여행을 함께한 사람들

의민(@yooym2000) / 진영(@ooilsang) / 니나 (@world-traveler) / 지혜(늘해랑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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