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네 편이야!"

정윤작가님의 소설 쓰기 기초방 과제- 제5강 장면을 감정으로 나타내기

by 이열하




고향이 주는 포근함


고향이 꼭 땅을 밟아야만 고향일까? 내 발길이 닿지 않아도 마음속 한 자락, 고향과 이어져 있다고 생각하면, 그 단어 하나가 나를 따뜻이 감싸 안는 것이다.


머릿속은 백지장처럼 비어 있었고,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영종도 바다 뷰 카페에서 바다멍, 노을멍 하며 조용히 하루를 정리하고 싶었다. 언젠가부터 엄마라는 이름으로 가는 퇴근길 발걸음은 천근만근이었고 어깨 위에는 짐이 잔뜩 올려져 있는 것 같다. 집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선뜻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차 안에 덩그러니 앉아 조수석에 앉은 친구인듯 브런치작가님들의 글이 내 텅 빈 마음을 토닥여 준다. 차 밖은 이미 해가 사라졌고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창문 너머 우리 집만 유일하게 어둠 속에 잠겨 있고, 그 차가운 기운이 운전석의 나를 감싸는 것 같다.


"오늘 저녁은 뭘 먹어야 하나" 하는 고민에 현관문으로 가는 내 머릿속은 어수선하다.

'철컥' 문을 열고 들어선 집은 휑한 공기로 나를 에워쌌다. 뼛속까지 시린 바깥의 한기가 그대로 집 안으로 스며든 듯했다. 터벅터벅, 마트로 향하는 내 뒷모습은 보이지 않는 그림자마저 외로워 보였다. 음료수 코너를 지나 술 코너 옆을 지나는 순간, 저절로 발걸음이 멈췄다. 홀짝이고 싶던 마음이 먼저 움직인 걸까. '예산사과 막걸리'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내 시선과 몸의 방향이 그곳을 향하였고.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처럼, 아니, 고향을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예산'이라는 글자가 지금 이 순간 아무도 없는 내게 "어서 와, 고생했지?" 하고 말을 걸어주는 것 같았다.



예전엔 퇴근하면 아이 셋이 우르르 달려와 "엄마 왔다!" 소리치며 와락 안기곤 했는데. 이제는 사라진 풍경. 그 빈자리를 대신한 건, 아무도 반기지 않는 빈집의 적막이었다. 어쩌면 텅 빈 보금자리는 보이지 않는 외면을 느끼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때, 저 멀리 나의 고향 예산에서 건너온 이 막걸리가 가만히 내 곁에 있다. 오늘의 벗이 되어주겠다고. 고향에서 온 녀석이라 그런지, 내 마음을 너무 잘 헤아려주는 것 같다.

"넌 알지? 이 마음을?"


그렇게 고향은, 말없이 내 어깨를 감싸 안으며 뭔가 잃어버린 빈가슴에 위로라는 술을 선물로 부어 주었다.

어린시절 날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었던 그 시절 공기 맛은

세상풍파에 지쳐 딱딱해지는 내 맘을 말랑말랑하게 하는 고향에서 건너온 묘약이였다.

막걸리 한 잔에, 헤매던 내 마음은 비로소 닿을 곳을 찾은 듯했다.

고향이란 이런 것이다. 혼자라고 느낄 때 '난 네 편이야'라고 말해주는 것 같은 포근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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