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테오! 올레길

정윤 소설 기초 글쓰기 과제 - 7강 강렬한 첫 문장으로 독자를 홀려라

by 이열하


내 마음이 흐르는 길




고흐의 삶은 캔버스 위의 거친 붓질만큼이나 위태로웠다.

세상의 외면 속에 영혼이 짓눌리고 가진 것 하나 없이 고립될 때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동생 테오의 편지 한 통과 전적인 지지였다.

"형, 형의 그림은 반드시 빛을 볼 거야." 그 한마디에 고흐는 다시 붓을 들 힘을 얻었다.


오늘 나는 고흐가 그랬듯 고갈된 나의 영혼을 구원해 줄 '나만의 테오'를 만나기 위해 새벽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오늘은 늘 걷던 익숙한 궤적에서 벗어나고 싶다. 한 번도 발 디디지 않았던 낯선 그 길 위에서

내 마음의 흐름을 온전히 따라가 보기로 한다.


"어서 와!" 바람을 타고 격렬하게 춤추는 올레 깃발이 마치 테오가 형의 안부를 묻듯 나를 반긴다. 빨강과 파랑의 선명한 펄럭임, 그 위대한 환대에 고갈되었던 에너지가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세상의 길은 복잡하지만 올레길은 명료하다.

정방향이 아니면 역방향으로 걷기만 하면 된다. 적어도 이곳에서만큼은 방향을 잃지 않는다.



거친 바람과 파도, 노을과 바다, 하늘과 구름, 돌멩이와 뿔소라 껍데기, 간세, 깃발까지 모두가

나의 다정한 벗이다. 고흐에게 동생테오가 영혼의 안식처이자 버팀목이었듯 나에게는 올레길의 모든 조각이 '테오'다. 테오를 만나러 가는 이 길은 곧 내 마음을 지지해주는 길이며, 내가 그토록 갈망하던 자유의 빛으로 향하는 통로다.



고흐에게 테오가 없었다면 그의 캔버스는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다.

영혼이 고갈되고 생계가 막막할 때마다 테오는 형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 주었다.

서로의 영혼까지 속삭이던 그들처럼,

올레길은 나의 은밀한 울음소리를 알아채고 가만히 등을 토닥여 준다.

나는 이제 마음의 강물에 비친 밤빛을 따라 다시 걷기 시작한다. 올레길은 내 삶의 숨통이고 안식처다.


아직 딸기철이 아니어서 딸기밭은 꽁꽁 얼어 있다. 시간이 흐르고 봄이 오면 그 밭이 녹을까?
그러면 딸기꽃이 필 수 있을까?
누가 그 딸기를 따게 될까?
- 반고흐, 영혼의 편지-

기다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잘 익은 딸기를 따서 빨리 맛보고 싶지만 자연은 서두르는 법이 없다. 하지만 나는 올레길의 스탬프를 하나씩 찍으며 깨닫는다. 첫 지점의 설렘, 중간 지점의 고단함, 끝 지점의 성취처럼 지금은 비록 밭이 얼어붙어 아무것도 쥐지 못할지라도 겨울의 끝에는 반드시 봄이 있고 그 땅에서 꽃은 피어날 것임을.

모든 것이 멈춘 듯한 절망의 순간에도 기다림은 결국 우리를 봄으로 데려간다는 것을.

나는 열정이라는 그릇에 희망과 용기를 눌러 담아 다시 전진한다. 걷다 보면 목표지점에 닿을 것이고 묵묵히 견디다 보면 내가 원했던 그 달콤한 딸기가 어느새 내 손에 쥐어져 있을 것이다. 그 기다림을 견디기 위해 나의 시간을 온전히 버텨내기 위해

나는 오늘도 나의 테오! 올레길을 걷고 또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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