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말인데, 어떤 날은 상처가 된다
같은 말을 들었는데
어떤 날은 힘이 되고,
어떤 날은 유난히 아프게 남는 날이 있다.
말이 달라진 건 아니다.
상황이 바뀐 것도 아닐 수 있다.
그런데도 마음에 닿는 감촉은 전혀 다르다.
그럴 때가 있다.
“조금만 더 참아봐.”
어느 날에는
등을 살짝 밀어주는 말처럼 느껴지지만,
어느 날에는
이미 충분히 버텨온 사람에게
또 한 번의 요구처럼 들린다.
“네가 잘못한 거야.”
분명 틀린 말은 아닌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사람은 설명할 힘을 잃는다.
말이 틀린 건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말이 도착한 자리가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살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말을 할 때
말의 정확성에는 꽤 신경을 쓰지만,
그 말이 어디에 떨어질지에는
생각보다 둔감하다는 생각.
지금 이 사람은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상태인지,
아니면
그냥 누군가 옆에 있어주길 바라는 순간인지.
그 차이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사람은
늘 같은 자리에 서 있지 않다.
어제는 괜찮았던 말이
오늘은 감당되지 않을 수 있고,
예전에는 버팀목이던 조언이
지금은 짐이 되기도 한다.
말이 바뀐 게 아니라,
사람이 서 있는 자리가 바뀐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그 사실을 너무 쉽게 잊는다.
나는 가끔
이런 장면들을 떠올린다.
누군가 힘들다고 말했을 때
나는 그 말을
얼마나 빨리 ‘정리’하려 했는지.
위로보다는 해결을,
공감보다는 판단을,
곁에 있음보다는 결론을
먼저 내놓지는 않았는지.
돌이켜보면
말이 앞섰던 순간들에는
관계가 오래 남지 않았다.
같은 말도
사람을 살릴 때가 있고,
사람을 밀어낼 때가 있다.
그 차이는
말의 옳고 그름보다
말을 꺼낸 위치에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며 던진 말인지,
같은 높이에서 건넨 말인지.
요즘 나는
말을 하기 전에
한 가지를 더 묻는다.
이 말은 맞는가, 이전에
이 사람에게
지금 필요한 말일까.
이 질문 하나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최소한
사람을 놓치지는 않게 해 준다.
같은 말인데
어떤 날은 상처가 된다.
그래서 나는
말을 고치기보다
사람을 먼저 보려고 한다.
말은 나중에 해도 되지만,
사람은
한 번 멀어지면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는 걸
조금 늦게 배웠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