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은 말이 사람을 무너뜨릴 때
우리는 대체로 이렇게 생각한다.
옳은 말은 언제나 도움이 된다고.
틀린 말을 하는 것보다
차라리 아픈 말을 하는 게 낫고,
불편하더라도 진실을 말하는 게
상대를 위한 일이라고.
그래서 우리는
옳은 말을 꺼낼 때
스스로를 꽤 정당하다고 느낀다.
그런데 살다 보면
이상한 장면을 자주 만나게 된다.
말은 맞았는데
사람은 무너진다.
논리는 정확했는데
관계는 그날로 끝난다.
“그건 네 선택이 잘못된 거야.”
“현실을 좀 봐야지.”
“감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마.”
어느 하나
틀린 말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기보다
조용히 입을 닫는다.
말이 상대를 설득하지 못한 게 아니라,
상대가 더 이상 자신을 설명할 힘을 잃은 것이다.
옳은 말이
사람을 살리지 못할 때가 있다.
그 말이
너무 이른 순간에 도착했거나,
너무 높은 자리에서 던져졌거나,
사람보다 결론을 먼저 보고 있었을 때다.
그럴 때 옳은 말은
등불이 아니라
추가적인 짐이 된다.
우리는 종종
옳은 말을 하는 자신에게 집중한다.
내 말이 맞는지,
논리가 흔들리지 않는지,
반박할 여지가 없는지.
하지만 정작 중요한 질문은
거기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 말은
지금 이 사람을
버티게 하는가,
아니면 더 밀어내는가.
돌이켜보면
내가 가장 후회하는 순간들은
틀린 말을 했을 때가 아니다.
옳은 말을
너무 쉽게 했을 때다.
그 말이
상대의 하루를
어떻게 무너뜨릴지
생각하지 않았을 때다.
옳은 말은
언제든 다시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은
한 번 멀어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요즘 옳은 말을 하기 전에
잠깐 멈춘다.
그리고 이렇게 묻는다.
지금 이 말은
옳은가 이전에
필요한가.
필요하다는 건
정답이라는 뜻이 아니다.
지금 이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숨 쉴 틈을 주는가,
조금이라도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주는가
그것을 묻는 말이다.
옳은 말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 말이 언제나 먼저 나올 때다.
사람보다
결론이 앞설 때,
옳음은
사랑이 아니라
폭력이 되기도 한다.
나는 여전히
옳은 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다만 이제는
그 말이 사람 위에 서지 않기를
조금 더 바란다.
옳음이
사람을 이기는 순간이 아니라,
사람을 붙들어 주는 순간에
머물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