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을 어떻게 대하며 살고 있을까 9화

말은 많았는데, 반응은 어땠을까


말은 꽤 많이 했던 날이 있다.
조언도 했고,
설명도 했고,
나름 신경 써서 말도 골랐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날의 대화는
오래 남지 않았다.

말은 분명히 있었는데,
반응은 잘 기억나지 않았다.

사람은
말을 기억하기보다
반응을 기억한다.

어떤 표정이었는지,
목소리는 어땠는지,
그 말을 하던 사람이
자기편처럼 느껴졌는지,
아니면 심판자처럼 보였는지.

말의 내용보다
그 말이 나오던 태도가
더 오래 남는다.

우리는 종종
말을 준비한다.

어떻게 설명할지,
어디까지 말할지,
어떤 결론으로 이끌지.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말보다 먼저 드러난다.

상대의 이야기를 들을 때
나는 몸을 앞으로 기울였는지,
아니면 마음속으로
이미 답을 정리하고 있었는지.

반응은
숨길 수 없다.

말은 다듬을 수 있지만,
반응은 순간에 튀어나온다.

눈길이 피했는지,
말을 끊었는지,
조급해졌는지,
혹은 잠시 멈춰
상대의 말을 끝까지 기다렸는지.

그 모든 것이
이미 하나의 메시지다.

돌이켜보면
내가 후회하는 순간들은
대부분 말 때문이 아니다.

말을 하던 내 태도 때문이다.

상대가 말하는 도중
속으로 결론을 내려버렸던 순간,
“그건 이미 답이 있는 문제야”라고
마음속으로 닫아버렸던 태도.

그때 내 말이
아무리 정중했어도
반응은 이미
관계를 멀어지게 하고 있었다.

반응은
연습의 결과다.

순간에 나오는 반응은
그동안 내가
어떤 방향으로 살아왔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반응은
위기 때 새로 생기지 않는다.
평소의 태도가 드러날 뿐이다.

요즘 나는
대화가 끝난 뒤
말을 복기하기보다
반응을 돌아본다.


나는 그 이야기를
정말 들으려고 했는가,
아니면
말할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는가.


이 질문을 하다 보면
조금 부끄러워진다.

말은 많았는데
반응이 없었던 날이 있었고,
말은 거의 없었는데
반응이 전부였던 날도 있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후자의 날들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나는
요즘 말을 줄이려 한다.

그 대신

고개를 끄덕이는 속도


침묵을 견디는 시간


결론을 미루는 여유


이런 것들을
조금 더 신경 쓰려한다.

말은 언제든 다시 할 수 있지만,
그 순간의 반응은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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