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을 어떻게 대하며 살고 있을까 8화

정답보다 곁에 있었던 사람이 기억된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사람은 의외로 많은 것을 잊는다.

누가 옳았는지,
어떤 말이 더 논리적이었는지,
그때 어떤 결론이 맞았는지.

놀랍게도
그런 것들은
생각보다 오래 남지 않는다.

대신 이런 장면들은 남는다.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을 때
옆에 앉아 있던 사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괜히 컵을 만지작거리던 손.

조언 대신
“지금은 힘들겠다”
한마디만 남기고
같이 시간을 보내주던 사람.

그 장면들은
정답이 없었는데도
이상하게 지워지지 않는다.

살다 보면
우리는 종종
정답을 남기고 싶어 한다.

이렇게 하면 된다,
그건 틀렸다,
이게 맞는 선택이다.

그 말들이
상대를 위해서라고 믿으면서.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사람은 그 정답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대신 기억하는 건
그 말이 던져졌던 거리다.

멀리서 던져졌는지,
곁에서 건네졌는지.

정답은
관계를 단순하게 만든다.

빠르게 정리되고,
깔끔해지고,
더 이상 말할 게 없어지는 대신
더 이상 머물 이유도 사라진다.

반면에 곁에 있음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관계를 끝내지도 않는다.

그래서 사람은
정답을 준 사람보다
곁에 남아 있던 사람을
더 오래 기억한다.

돌이켜보면
내가 가장 고마웠던 순간들은
누군가가
내 인생을 대신 정리해 주었을 때가 아니라,

정리되지 않은 상태의 나를

그대로 두고도
떠나지 않았을 때였다.

아직 말이 엉켜 있고,
결정도 못 내리고,
스스로도 마음에 들지 않는 상태였을 때.

그때 옆에 있던 사람은
나를 고쳐주지 않았다.
다만
나를 버리지 않았다.

우리는 종종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곁에 있는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다.

그건
결론을 미루는 선택이고,
관계를 먼저 두는 판단이며,
상대의 시간을 존중하는 태도다.

쉽지 않다.
그래서 더 귀하다.

요즘 나는
대화가 끝난 뒤
이렇게 돌아본다.


나는 정답을 남겼는가,
아니면
사람이 남았는가.


이 질문 앞에서는
말의 완성도보다
태도의 방향이 더 중요해진다.

정답은
그날의 대화로 끝날 수 있지만,
곁에 있었던 기억은
그 사람의 삶 안에서
오래 남는다.

그래서 나는
정답을 조금 덜 말하더라도,
곁에 있는 연습을
조금 더 해보려 한다.

사람은
해결보다
기억으로 버티는 순간이
더 많다는 걸
조금 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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