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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오기 Apr 11. 2023

휴일 소고

휴일이  주는 소박한 행복 

#3월 26일


휴일이다.

베란다 창으로 햇살이 들어온다.

이제껏 한 거라곤 아침 해 먹고 치우고 재활용 정리하고

뭔가 정리가 되는 것 같아 후식으로 과일 좀 깎아 

방으로 가니 피곤한지 아빠도 큰 애도 다시 잠을 자고 있다.


덕분에 깨우지 않고 잠시 노트북을 켰다.

나만의 망중한을 느끼기 위해.     


지난주부터 뭔가 할 말(쓸 말)이 많았는데 햇살이 눈부셔할 말을 잃었다.

너무도 평화로워 보이는 거실 햇살을 찍고 싶어 사진 몇 컷을 찍어 보는데 

영 각도도 색상도 맘에 들지 않는다.

내 사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일은 어제나 오늘이나 쉽지 않다.


햇살만 찍고 싶은데 슬리퍼도 나오고 빨래 건조대도 나오고     

사진을 찍으면 그중 가장 잘 나온 것이나 내가 예쁘게 나온 것만 고르느라 바쁘다.

숨기고 편집하고 잘라내고 왜곡하고

그대로 보여 줘야 하는데, 보여 주고 싶은 것만 보여 주는 것 같다.

그래봤자 결국 나인데...     


이제야 집에서 휴식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봄날이 눈부시게 좋지만, 휴일 오전 작은 티테이블에서 타닥타닥 자판을 두드리는 것도 나는 너무 좋다. 

내겐 아주 드문 일 중의 하나니까.


바로 이런 시간이 휴식이고 행복이다.     

행복이 별거라고.

매일 행복을 다른 데서 찾으려니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는 걸지도..     


내가 좋아하는 산목련인지 별목련인지...지금은 떨어지고 없지만...사진으로 피어 있다.


# 4.9 


몇 주만에 혼자 쉬는 휴일인지...

아무것도 안 하고 하루를 보냈다.

아니 아무것도 안 한 게 아니라 외출을 안 했다는 건지도.


빨래하고 청소하고

3일 전 배송된 김치를 오늘 정리해서 김치 냉장고에 집어넣고

참. 직접 담근 김치도 아닌데 김치를 김치 냉장고에 넣는 일은 언제나 복잡하다.

먹던 김치 정리하고, 김치통 닦고, 새 김치 나눠 담고.


휴일에 일 하고 올 그이를 위해 스크램블 대신 이제 겨우 계란프라이를 해 놓고

미뤄 놓은 드라마를 넷플릭스에서 시작할까 말까 하다 나도 모르게 재생을 눌렀다.


'신성한, 이혼'이라고 시나리오도 시나리오지만 조승우의 우수 어린 표정연기는 나를 티브 앞을 떠나지 못하게 했다.


한 때 드라마 시나리오 공부를 할 때 조승우의 '마라톤'을 교본처럼 보고 또 보던 시절도 있었는데.

그러고 보면 글 쓰는 일에 이것저것 관심을 기울인 적이 제법 있다.

스토리텔링 작법 공부도 두 달인가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수강한 적이 있고

여의도 한국작가교육원에서 드라마작법 기초반도 수료한 적도 있다.


관심은 평생이었는데 드라마 쓴다는 사람이 매번 드라마만 보다가 그이한테 쿠사리를 들었던 것 같다.

'드라마 쓰랬지 드라마 보랬냐'면서.ㅎㅎㅎ 

'드라마를 봐야 드라마를 쓰지...' 하면서 핑계를 댔던 것 같은데

딱 두 편의 시나리오를 쓰고는 내 스타일이 아닌 것 같아 포기했다.

드라마는 에세이처럼 단조로운 구성이면 안 되고 사건의 연속되어야 한다.

그런데 내 취향은 인위적으로 엮는 걸 잘 못한다. 그저 내 이야기 쓰는 정도의 수준이랄까?

암튼 드라마에 무진 관심이 많았던 적이 있다.


오늘 드라마를 보며 잠시 그 시절의 공부들을 직접 펜으로 설명할 순 없지만 

드라마 구조를 기억하며 봤던 것 같다.

현실에 바탕을 두되 너무 현실적이어도 매력 없고, 약간의 판타지 요소가 있어야 하는 설정.


오래간만에 휴일에 다림질하며 드라마 보는 시간이 나쁘지 않다.

아직 결말은 나지 않았지만 대강 스토리를 알게 됐다.

이상하게 드라마는 시작하면 끝까지 봐야 직성이 풀린다. 

요즘이야 워낙 볼 게 많아서 자주 보지도, 볼 수도 없지만 말이다.


드라마 보는 세대가 5,60대라 그런지 드라마 주인공들이 여전히 우리가 아는 인기스타들이다.

이제 서서히 세대교체가 되어야 하는데 시청자와 주인공의 나이가 비슷하게 설정하는 것 같다.

유튜브 세상은 온통 누군지 알 수 없는 새로운 인플루언서들 천지이고...


매체가 많다 보니 구독자나 시청자도 세분화되는 세상이다.

각자 보고 싶은 세상. 보고 싶은 이야기에 몰두해서 점점 개인 간. 세대 간의 소통이 부재되는 세상인 것 같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닌데 드라마에서 세대소통까지 나가도 너무 나갔다.


암튼,

진짜 쉰 휴일, 집에만 있던 휴일이 너무 고맙다.

내일은 중요한 기획회의가 있어 사실 마음이 무겁다. 우리 팀이 기획한 내용을 잘 설명해야 하는데 

무리 없이 진행됐으면 좋겠다.

이제 현실너머에 있는 드라마이야기 그만하고 내일 발표할 기획안을 한 번 훑어봐야겠다.


하루 잘 쉬었으니 다음 한 주는 조금 수월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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