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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오기 Apr 20. 2023

혼밥과 함께하는 밥

그녀와 함께한 특별한 점심시간

하나(혼밥의 여유)


 오늘은 오랜만에 혼자 점심을 먹게 되었네요.

동료와 함께 하자고 해도 되지만 오래간만에 호젓한 점심시간을 즐기고 싶네요.

기껏 생각해 낸 게 워드 창 띄워 놓고 혼잣말을 타닥타닥하는 거네요.

참 소박한 호젓함이네요.     


 매일 여럿이 어울려 다니며 맛난 점심 먹고, 커피 마시고

생각해 보면 직장생활의 즐거움이 점심시간인 것 같아요.

그렇다고 매번 점심시간이 재미있냐면 그건 아니지요. 

다들 아시겠지만...     


 먹고 싶지 않은 메뉴도 먹어야 하고

가고 싶지 않은 사람과도 어울려야 하고

어떤 때는 회의의 연장 같기도 하고

먹다가 체하기도 하고

그러나 주로는 그래도 즐겁지요.

먹는 즐거움이 크니까.     


 어찌 보면 직장생활과 점심시간은 하나도 다른 게 없어요.

대신 강요나 의무는 아니니까.

그러나 암묵적인 의무감 같은 게 없진 않아요.     

특별한 이유가 없이는 혼밥이 안 되는 구조랄까?

직장마다 다르겠지만 말이에요.     


 케바케라고 할까?

요즘 자주 보고 듣는 용어 중 하나예요.

사실 모든 상황이 다 ‘케바케’로 표현될 수도 있겠네요.

암튼 오래간만에 호젓한 점심시간이, 

혼밥의 기회가 전혀 외롭지 않다는 게 핵심입니다.     





두울(그녀와의 특별한 점심시간)


 엊그제 점심은 참 설레던 날이었어요.

다음동네 칼럼(1999년 후반부터 주욱)부터 블로그 시절까지 함께 한 블로그 지인이자

나이가 같은 또래 친구와 회사 근처에서 점심을 같이 먹었거든요.


 6년 전인가 한 번 만난 기억은 있는데 

그땐 셋이 처음 만나서 호들갑 떠느라 자세한 둘만의 대화는 못 했던 것 같아요.     


 엊그제야 서로 하는 일도 이야기하고

아이들 자라는 이야기, 나이듬에 대한 이야기,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브런치 이야기를 하게 됐어요

블로그 친구는 사실 전문 글 작가인데

아직 브런치는 안 하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세 달 먼저 입문한 입장에서 브런치 세계가 있더라고 이야기해 주고

가족이나 친구 주변 지인 누구에게도 브런치 한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친구에게 첫 초대장을 건넸어요.     

포탈의 글방에서 만난 인연이라 초대가 주저되지 않더라고요.

어찌 보면 동창 이상의 끈끈함과 정서적인 유대가 있는 것 같아요.     


참,

며칠 전 그분이 올린 인스타 게시물에 직접 만드신 수제 가방을 보고 

정말 갖고 싶었는데 팔라고 할 수도, 

달라고 할 수도 없어 잘 만드셨다고 댓글만 올리고 말았는데,  딱 그 가방을 선물로 가지고 오셨더라고요.

얼마나 좋던지, 말하지 않아도 텔레파시가 통하는 것 같은 착각까지 들었다니까요.     


제가 선정한 맛집의 미역국도 맛나다고 공감해 주시고

‘미역국 맛보다 우리 대화 맛이 더 맛났다’는 멋진 표현도 해 주시고

우리는 참 통하는 게 많은 또래더라고요.     


 나중에야 알았지만 학창 시절에 같은 골목을 동시대에 서로 모른 채 거닐었더라고요. 

알고 보면 그런 인연들 참 많을 거예요.     

게다가 딸 둘을 키우는 공통점

5.6남매의 막내라는 공통점 등 알면 알수록 공감되는 게 많더라고요.

평생 글. 책과 관련된 일을 했다는 것까지도.

그는 작가로 나는 책을 매개로 하는 도서관과 콘텐츠를 업으로 하고 있으니 말이에요.     


암튼 너무너무 즐거웠던 점심시간이었어요.

새삼 엊그제 만남만 생각해도 기분이 좋아하고

진한 전복조개미역국 향이 번져 오는 것 같아요.

사무실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역 근처 미역국 집으로 당장이라도 달려가고픈 충동이 이는 점심시간입니다.     

지금 점심시간 20분이 지나 아마 이제 배꼽시계가 알람을 주나 보네요.

너무도 정확한 육체의 신비.


참.

친구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약속장소에서 친구를 기다리는 데 얼마나 설레고 긴장됐는지 몰라요

가슴이 두근거리고 긴장됐던 걸 보면.

아직도 새로운 분을 만나는 일은 내 마음을 들뜨게 하게 설레게 하나 봐요.

간만에 느낀 그 기분이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네요.


'양 작가님~ 우리 자주 봐요.     

다음은 두 번째 맛집으로 안내할게요'.     


그리고 저 이제 혼밥하고 올게요


(생생한 라이브 브런치중입니다. 수정은 추후에...

글과 마음은 좀 묵혀야 하는데 즉흥적인 이벤트를 좋아하는 형이다보니 생생한 이 순간의 마음을...)



성수역 부근에 있는 미역국집 미역국인데 제가 좋아하는 분들이 오시면 대접하는 특별한 맛집입니다. 평범하지만 은근하고 깊은 맛이 있는 미역국 한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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