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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오기 Apr 26. 2023

때릴 수도, 버릴 수도 없는 민감한 넘!

플립폰이 또 파손됐다.

'앗! 핸드폰!' 

핸드폰을 또 떨어뜨렸다.

사무실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을 불안한 마음으로 열었다.

설마? 케이스도 씌웠는데...... 플립을 여는데 레이저 빛 같은 것이 액정에서 보인다.

'큰일 났다! 또 고장이다!'.


점심 먹으러 가려고 급하게 일어나다가 그만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지난 연말에 구입하고 연초에 떨어뜨려 액정을 수리한 이력이 있는데 얼마나 됐다고 또?


폰이 안 되면 당장 업무도 어려우니 식사 후 바로 수리센터로 가려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데 

내 심정이 뒷모습도 보였지  '너무 지쳐 보이니 커피 마시고, 택시 타고 가라'며 동료가 나를 부른다.

다른 동료는 지갑도 없이 서비스센터 찾아가는 나에게 혹시 모르니 가져가라고 자기 카드를 건넨다.

매일 밥을 같이 먹는 동료들이라 역시 따뜻하다.

사실 결제 기능은 주로 페이를 써서 수중에 폰 하나만 달랑 들려 있었다. 

액정만 손상된 거니 교통카드 기능이나 결제 기능은 될 거라고 안심도 시킨다.


서비스센터까지 가는 택시 안에서도 카카오맵으로 정확한 센터 위치를 검색하고 싶은 걸 꾹 참았다.

고장 난 폰을 억지로 구동하다가 더 악화될까 봐.

다행히 기사님이 그곳을 아신다기에 마음을 놓았다.  

택시비는 다행히 폰에 내장된 교통카드 기능으로 결제가 됐다.


서비스센터에 가 보니 핸드폰 수리 창구가 가장 많은 자리를 차지했다.

가끔 프린터기 청소기는 포터에 실려 후미진 곳으로 진찰을 받으러 들어갔다.

서비스센터는 기계들 병원이다.

대기 순서에 따라 의사한테 진찰을 받으러 가는 모습이 병원과 흡사했다.


내 폰도 기사님 진찰 결과 예상던 것처럼 액정 전체를 교체해야 한단다.

지난번 무상 수리 이력이 있어 이번엔 무상은 안 된단다.

다행히 보험은 들었지만 13만 원 정도의 금쪽같은 돈이 순식간에 지출된다니 아깝다.

어제저녁, 작은 애가 외식하자는 걸 망설였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맛난 거 먹기나 할 걸 싶었다.


기사가 핸드폰을 수리하는 동안 손에 아무것도 없으니 뭔가 허전했다.

폰 없이는 할 수 있는 게 없달까?

서비스센터에 틀어 놓은 드라마와 축구 중계로 눈만 왔다 갔다 하고 생각은 다른 곳으로 향했다.

'분명 카카오톡에 회의 알람이 있을 텐데'

'문의 전화가 몇 통 왔을 텐데' 

'오늘이 카드 결제하는 날인데' 등등 여러 가지 조바심이 교차한다.    

핸드폰 없는 세상은 속수무책이다.


수리를 다 하고 기사님이 수리비를 요청하는데 결제도구가 페이뿐이라 

수리 맡긴 핸드폰에서 결제해야 한다고 했더니 웃으며 충전하던 폰을 건넨다.

거금 364,500을 페이로 결제하고 서비스센터를 나왔다. 

휴대폰 보험은 우리네 실손보험처럼 수리비 먼저 결제 후, 추후 청구하는 거라며 관련 서류를 내어 준다.

이제껏 핸드폰 사용하면서 보험 청구는 또 처음이다.


수리한 기사에게 '플립이 별로'라고 불만을 토로하니 장, 단점이 있다고 애써 에둘러 말한다.

그래 가장 큰 장점은 휴대하기 좋은 것과 셀프 카메라 기능이 가끔 쓸만하다는 정도? 

그의 입장을 모르는 바가 아니라 대꾸하지 않았다.

결론은 제품을 선택한 소비자인 나의 몫이니.


회사를 돌아오는 길 버스를 기다리다가 택시가 오길래 그냥 택시를 탔다. 

지금 택시 값 오천 원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간 밀린 메시지를 보니 여기저기 업무 전화와 메시지가 그득하다.     

내게 폰이 불통된 시간이 2시간이 됐을까?

2시간 동안 세상은 쉼 없이 여기저기서 나를 찾고 다양한 알림을 들어온다.


잠시 핑계김에 휴대폰을 안 보면 되는데

'택시를 잡으려고 해도 폰' 

'결제를 하려 해도 폰'

'서비스센터를 찾으려고 해도 폰'

'점심 값을 더치페이로 정산하려 해도 폰'

당장 필요한 거만 급히 해결하려 해도 온통 폰이 있어야 하는 상황들이다.

도무지 폰 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편리해서 폰으로 모든 걸 해결하다가 폰이 고장 나니 순식간에 정전이 되어 버린 세상.

그동안 모든 처리와 기억을 모두 폰에게 맡겨 두고 있었다.     

앞으로도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으니 계속 그렇게 살게 될 것 같다.

요즘 핫 하다는 '챗 GPT'도 잘 다루는 사람이, 못 다루는 사람의 일자리를 뺏을 수도 있을 거라던 

김 모교수의 강연이 생각난다.

이길 수 없고, 어쩔 수 없으면 잘 배워 활용해야지 뭐.


주변 사람도 다 폰 속에 있고

나의 사진도, 금융 업무도, 기억도, 업무도, 이야기도, 심지어 커피 주문까지도...  

일상 속에 너무 밀접하게 침투한 폰의 역할과 

폰의 노예가 된 나 자신에 대해 무서움이 들던 2시간이다.


특히 플립은 민감하니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메시지를 거금을 지불하며 되새겨 주던 날

난 다음에 폰을 사면 절대 플립은 안 사리라 다짐해 본다.(불매까지는 아니고 덜렁거리는 나와 안 맞는)        

아니, 소중하고 민감한 폰을 애지중지해서 절대 떨어뜨리지 않으리라.

아니면 스마트워치처럼 손목에 차고 다니는 폰을 찾아봐야 하나?


편리하면서도 무서운 폰이라는 기계가 오늘은 맘에 들었다 말었다 한다.

그래도 너 없이는 못 살겠으니 좀 아프지 말고 건강해 다오.

주인이 조신하지 못한 걸 폰 타령만 한다.

때릴 수도 버릴 수도 없는 민감한 넘이 나를 쥐락펴락한다.

'그래도 살아 돌아와 줘서 고맙다!'.

(지금 이 글도 폰에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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