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주년 결혼기념일에 지난 30년을 돌아 보다.
그건 나뿐만이 아닐 거라 생각된다.
늘 움직임이 어설프고
뭘 하든 소리가 요란하고
놀라기도 잘하고(감동도 잘하고)
손도 크고 배포도 커서
뭐든 많이 하고 남겨야 직성이 풀리는 여자.
오지랖이 넓어 하는 일도 많고, 사람도 많이 만나는 ENFP 여자
그럼에도 늘 다 하라고, 하고 싶은 다 하라고 응원해 주던 그!
지금은 본인만의 콘텐츠를 혼자 기획하고 제작하며
조금 늦었지만 그가 만든 콘텐츠를
사람들이 좋아해 주고 외국에 소개되는 걸 보면
멋지게 본인의 세상을 살아내는 모습이 보기 좋다.
여러 어려운 상황이 생겨도 사람이 싫진 않았다.
그게 어디서 나오는 힘인지 모르겠지만 그거 하나로 살았다.
아마 그런 걸 사랑이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아침 깨자마자 특별한 선물을 주던 그이에게
보답하는 선물을 하려고 운동화를 골랐다.
늘 내가 좋아하는 걸 사주면 '안 사줘도 돼!'라며 사양하던 그!
어쩜 본인 맘에 안 들어서 그랬던 건지도.
오늘은 큰맘 먹고 그가 좋아할 것 같은 제품을 골랐다.
너무 튀지 않은 기본형에 뒤축이 올라와 복사뼈 주변을 감싸주는 신제품으로.
나*키도 좋지만 그가 학창 시절 그렇게 신고 싶었다는 프로**스로 골랐다.
내가 선물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그가 신을 거니까
그가 좋아하는 브랜드와 스타일을 골랐다.
역시나 평소 물건을 사가면 왜 사 왔냐고 하던 그가 좋아라 신어 본다.
역시 내 눈높이가 아니었다.
'그가 좋아하는 거'를 처음부터 샀어야 했다.
결혼 30년 만에 겨우 그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알다니.
아니. 이미 알긴 알았다.
단, 내 스타일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건지도.
이제 그의 취향을 존중하기로 한다.
나와 다른 그 만의 취향을.
평생 극복되지 않던 찐빵과 만두의 취향처럼
만두를 좋아하는 그에게 찐빵을 강요하는 건 무리다.
결혼은 그렇게 서로 길들여지고
변하지 않는 취향을 존중해 주며 살아야 하는 배려의 미학이 필요한 공동놀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 모난 돌이 둥글어지듯 결혼도 시간의 힘이 필요한 협업이랄까?
그가 그랬다.
'30년 살았으니 또 다른 30년을 살아보자고'.
그래~ 이제껏과 사뭇 다를 30년을 만들어 가자.
이제 덜 싸우고, 덜 힘들게, 서로 보듬으며 걸어가 보자.
앞으로의 길은 혼자 가기엔 벅찬 길일수도 있을테니 밀어주고 당겨주며 함께 가 보자.
젊음 대신 연륜으로
사랑대신 연민 내지, 동지애로 또 다른 30년을 만들어가자.
여보!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해.
앞으로도 잘 부탁해~
(그래도 결혼기념일이라고 바쁜 와중에 꽃다발과 선물을 준비하는 그가 고맙다.
언젠가 꽃이 시든다고 화분을 사 들고 왔던 기억도...
30년이나 살았더니 에피소드도 다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