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하는 딸애를 보며

내 딸이 덜 아프고. 덜 힘든 세상이길 꿈꾼다.

by 따오기



오늘은 큰 딸이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하는 날이다.

아침부터 똘망이와 분주하게 움직였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짠했다.


3월부터 어린이집을 다니며 적응 기간을 갖긴 했지만

이제 7시 30분에 가서 저녁 6시까지 어린이집에 있을 똘망이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이제 겨우 돌 지난 14개월 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 놓고

노심초사 근무 하며 동동거릴 딸 생각을 하니 하루 종일 마음이 울울하다.


출근 시간엔 '똘망이 등원시키고 출근했니?라고 톡 한 줄 보냈다가

아침 등원길에 오늘따라 똘망이가 많이 울었다는 소리에

출근길 전철 안에서 남 모르게 훌쩍 거리며 눈물을 훔쳤다.


손주가 울면 딸 애가 아프고

우리 딸이 아프면 내가 아프다.

손주도 애 어미도 이른 아침 이별하느라 얼마나 얼얼하게 아팠을까?

모든 광경이 안 봐도 보이는 듯 생생하게 그려져 하루 종일 내 마음도 울울했다.


많은 워킹맘들이 겪는 어려운 길을 딸아이가 걷는다.

나도 두 아이 다 직장 생활하며 키웠지만, 시어머니가 키워 줘서 정신적으론 힘들었지만

할머니가 봐주시니 아이 걱정도 덜 되었던 기억이다.

그런데... 딸 애는... 우리 손주는...


요즘은 많이들 그렇게들 산다지만 아프다.

처음이라 더 아프다.

도와줄 수 없으니 마음이 더 아프다.


한 달쯤 지나면 좀 적응이 되려나?

딸애가 걱정됐는지, 손주가 걱정 됐는지 외할아버지가 아이 엄마 보다 먼저 가서

손주를 어린이집에서 데려왔다.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할아버지도 맘이 짠했나 보다.


그런데 당연히 반가워할 줄 알았던 손주가 데면데면하더란다.

늘 엄마가 데리러 오다가 생전 처음 외할아버지가 데리러 와서 이상했을까?

엄마가 안 와서 그것만 서운했을까?


세상에 엄마를 대신할 이는 그 누구도 없을 것 같다.

아이에게 엄마는 우주다. 엄마는 하늘이다.

부디 똘망이의 세상이 아름다운 세상이길 기원한다.

내 딸이 덜 아프고. 덜 힘든 세상이길 꿈꾼다.


그러기에 친정 엄마가 너무 바빠서 미안한 요즘이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퇴근 후 겨우 두어 시간 봐주는 것 밖에 못 해서 아프다.

늘 기운 내라고. 파이팅의 톡 밖에 못 하는 엄마라 아프다.


그래도 사랑한다. 내 딸아.

너무도 사랑스러운 나의 손주 똘망아!

부디 무럭무럭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그리고 딸아!

힘들면 언제나 콜 하렴.

네 곁에는 엄마와 아빠. 양가 가족이 있잖니. 혼자만 다 하려고 하지 마렴.

힘들 땐 힘들다고 투정해 주렴.






똘망이 첫 돌 즈음에...


할머니 된 지 어언 1년

딸애가 손주를 낳아 기른 지도 어언 1년이다.


바쁘게 결혼을 하고. 바로 아이를 낳고

버거운 육아를 하느라 애쓰는 딸애의 매일매일을 보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아이를 낳아 기르고, 교육시키고, 대학에, 직장에, 수많은 성장과정을 보아왔지만

결혼과 출산 육아는 그 어느 일보다 어마어마한 이벤트다.


결혼이야. 둘이 좋아하고 오랜 기간 사귀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출산은 온몸으로 겪어야 하는 일이고

육아는 맘대로 되는 게 아니니 갈수록 첩첩산중이다.


딸애 말처럼 약 먹고 그냥 지나치기도 하는 기관지염이 심해

조리원에서 나오면서부터 똘망이가 모세기관지염으로 대학병원에 입원을 하고

돌잔치하고 진짜 생일 다음 날 또 폐렴으로 입원을 했다.

1년 동안 두 번의 입원은 그 어느 일 보다 힘든 시간이었다.


그래도 딸과 사위가 슬기롭게 대처하고

양가 가족도 늘 든든한 응원군이 되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딸의 육아를 옆에서 지켜보며

워킹할머니라 안타까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아이 보느라 너무 힘들어 보이는데도 휴가 한 번 못 내고(아. 어쩌다 한 번 내긴 냈다)

딸애 집에서 잠 한 번을 못 자 줬다.

우리 집에서 손주를 데리고 잔 적은 몇 번 있지만 그게 다다.


그래도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딸네 집으로 퇴근을 했다,.

나의 일기의 대부분이 똘망이로 가득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손주와 집중적으로 놀아주고 목욕도 시켰다


육아는 너무 오랜만이라 딸 보다 서툴지만 그래도 오래 산 노하우로 겁을 내진 않는다.

그림책도 읽어 주고. 이런저런 수다도 떨어가면서 똘망이를 심심하지 않게 하느라.

빨리 말을 배우고 세상을 배우라고 애썼다.


오죽하면 똘망이 외할아버지가 똘망이 할머니는 수다쟁이라고 했을까?

내 딸도 엄마가 처음이고, 나도 할머니가 처음인 시간들이다.

생각해 보면 우린 매일매일 새로운 이벤트를 연출하며 산다.

각자 주어진 삶은 살아내느라 고군분투하며 산다.


다행히 내 딸은 초보엄마 역할을 아주 성실히 수행한다.

올봄부터 사위가 지방 본사 발령으로 당분간 주말부부로 지내는 데도

힘들다고 투정도 부리지 않고 똘망이와 잘 지낸다.


그래서인가 똘망이는 엄마 껌딱지다.

수원할머니도 궁동할머니도 당연히 엄마 다음 순위다.

그래도 두 할머니도 엄청 좋아해 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똘망이를 보다가 바이바이하고 인사를 하면 할머니 서운하지 말라고 울기도 한다.

얼마나 짠하면서도 고마운지...


손주가 생기고 할머니가 된 지 어언 1년

아이 키우는 딸을 보며 안쓰럽고 애틋해서 무어라도 해 주고 싶던 시간들이었다.

대신 모유를 줄 순 없어도 손 하나라도 거들고 싶었던 시간들이다.


워킹맘이라 몸 보다 맘으로 애탔던 시간들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말이다.

언젠가 너무 힘들어 전업주부인 시어머니가 있는 시댁에 가는 딸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엄마가 집에 있으면 우리 집에 왔을 텐데.....' 그 쉬운 걸 내가 못 해주는구나 싶어서…

그러나 그런 순간도 지나가고. 저런 시간도 지나가고 있다.


참. 우리가 힘든 시간은 아주 잠시고

똘망이가 우리에게 와서 웃었던 시간이 훨씬 많다.

꼬물꼬물 얼마나 신기하던지

똘망이 얼굴엔 엄마와 아빠뿐 아니라 양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얼굴이 다 조금씩 닮아 있다.

어느 날은 할머니를 어느 날은 할아버지를.

아이 얼굴은 매일매일 변한다.

수원에 갔다 온 날은 수원 할머니를 닮고, 우리 집에 다녀 간 날은 내 얼굴을 닮은 것 같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고되지만

아이의 미소는 그 어느 기쁨보다 상위의 기쁨이다.

내 딸은 30을 살고, 나는 딸 덕에 또 다른 서른과 그리고 지금 50대 후반을 산다.

어찌 보면 인생을 두 배로 사는 기분이다.


난 나의 손주 똘망이가 무조건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기를 소망한다.

내 딸이 덜 힘들고, 기뻐할 일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지금처럼만 하면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너무 힘들면 힘들다고

친정으로 짐 싸들고 와서 단잠을 쿨쿨 잤으면 좋겠다.


(손주 돌잔치를 끝내고 적었던 마음인데 일기장에만 놓고 올리질 못 했네요.

오늘 딸 애의 복직을 바라보다 이 글을 생각나 올려 봅니다)




#육아휴직 #복직 #어린이집 #손주 #돌잔치 #똘망이 #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