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 단편소설 필사에 도전하고 있어요.
요즘 저는 단편소설과 연애 중입니다.
사랑도 하고, 복수도 하고, 고향을 그리워도 하고,
때로는 타인의 자살을 목도하기도 하고,
개구리로 임신 테스트를 하는 황당한 이야기까지 듣고 있으니,
이건 정말이지 연애라고 불러야 마땅할 듯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너무 쉽게 잊어버린다는 거예요.
한 장면이 마음에 스며들었다 싶으면
금세 어디론가 날아가 버려
다시 앞으로 돌아가 또 읽고 또 읽게 되지요.
듬성듬성 읽는 제 성격 탓도 있지만
이젠 나이 탓도 무시 못하겠어요.
눈도 침침해지고, 이해력도 예전 같지 않은데
하필 요즘 소설이 재미있어졌으니
이건 꽤 큰일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어쩌나요.
타인의 이야기를 듣기로 한 이상,
제대로 듣고, 제대로 읽고,
조금은 천천히 감상하고 싶어 졌습니다.
오늘도 별다른 대화가 없던 우리 부부는
오랜만에 동네 카페에서 각자의 세계에 몰두했어요.
그는 컴퓨터 안에서 또 다른 집을 짓고 있었고
저는 최윤 작가의 단편소설(소유의 문법)을 읽고 있었지요.
사람들의 삶을 활자 속에서 들여다보는 일이
이토록 재미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책 속에서 만난 이름 하나에 문득 나의 과거가 소환되고,
그때의 감정과 사람들, 잊은 줄 알았던 풍경들이
차례차례 떠오릅니다.
시간이 흘렀다는 건, 그만큼 지나온 이야기가 많아졌다는 뜻이겠지요.
그리고 언젠가 그 이야기들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거나
한 줄 문장으로 살아날지도 모르지요.
한 달 동안 단편소설을 필사하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덥고 지치는 여름이지만,
한 자 한 자 따라 쓰는 문장 속에서
또 다른 나를 만나고 있습니다.
잊힌 문장에 밑줄을 긋고,
가슴에 스며든 감정은 천천히 다시 써보는 중입니다.
책을 읽는다는 건,
결국 나를 다시 살아보는 일이니까요.
저 요즘 소설과 연애 중인 거 맞죠?
그동안 필사한 노트(오랜만에 손글씨를 써 보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예전엔 그래도 잘 썼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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