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징어게임 시즌3: 아기 구하기 프로젝트(스포주의)

시즌3의 중심에는 ‘아기의 탄생’이 있었다.

by 따오기


■오징어게임 시즌3 = 아기 구하기 게임?■


시즌3을 단숨에 몰아보았다. 죽고 죽이는 구조임을 알면서도, 나는 왜 이 이야기를 기다려왔을까. 어떤 결말을 기대하며 이 시간을 견뎠을까.


빨간 조끼, 파란 조끼로 나뉜 사람들. 칼과 열쇠를 쥔 채 서로를 향해 달려드는 모습은 더는 ‘게임’이라 부를 수 없을 만큼 처절하고도 비극적이었다.

익숙한 얼굴들이 서로에게 칼날을 겨누니 더 잔혹했다.


숨바꼭질.줄넘기.오징어게임으로 이어지는 게임 중에 마지막 고공 오징어게임은 <토론>으로 죽이는 순번을 정하고, 제비 뽑기를 하는 모습이 우리의 현실이나 정치와 닮아 씁쓸하면서도 가장 돋보였다.


그 와중에, 죽음 한복판에서 태어난 아기!, 이 생명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죽음을 선택하는 모습은 쉽게 이해할 수 없지만 많은 의문과 여운을 남겼다.


가장 가혹했던 것은 모자지간의 비극이었다. 어머니의 손에 들린 비녀가 아들의 등을 찌르는 장면은 단순한 규칙이나 전략으로 설명될 수 없는 비극이었다.

그 순간, 어쩌면 차라리 아들이 어머니를 찔렀다면 덜 고통스러웠을까?, 신파가 됐을까?


시즌3의 이야기는 결국 아이를 구하는 게임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것은 단순한 혈연이 아닌, 극한의 상황에서 피어난 또 다른 가족애랄까? 인류애였다.

아들을 죽이면서까지 아기를 지켜낸 장금자, 또 다른 아기의 아빠를 구해 아기가 있는 병원에 보내고 싶었던 강노을, 그리고 누구의 아기도 아닌 생명을 위해 몸을 던진 성기훈.

이들의 모습은 모성이나 도덕이라는 말로만은 다 담을 수 없는 그 무엇이다.


주연 외에도 촉 좋은 카메오 같던 최이사, 섬을 찾아 헤매기만 한 황형사, 연약하지만 미워할 수 없던 민수,

언제까지나 살아 있을 것 같던 특전사 트랜스젠더 조현주.미운 짓을 해도 정이 가던 남규.

거짓으로 해병대를 자처하며 혼란을 줬지만 그 마음을 보듬어 주고 싶게 하는 강대호 역의 강하늘.

모두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인물들이다.

그중에서 죽은 이들의 환영에 시달리며 약 없이는 살 수 없던 민수의 흔들리는 눈빛은 잔상처럼 남았다.


토요일, 여섯 편을 모두 보고 난 뒤 뉴스를 켰더니

광화문 한가운데서 오징어게임 퍼레이드가 한창이었다. 마치 부처님 오신 날 연등행렬 같았다.

마케팅의 스케일과 넷플릭스 자본의 위력을 새삼 또 실감했다. 생각해 보니 1편부터 3편까지 아주 많은 시간을 오징어게임 시청에 할애했다.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콘텐츠의 위력은 정말 대단하다.

장장 6년의 시간을 담아낸 황동혁 감독과 배우들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시리즈를 보는 동안, 나도 죽음을 관람하며 희희낙낙하는 VIP들처럼 방관자가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는 마지막 장면에서 "우리는 말(馬)이 아니야. 사람이야."라는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대사 보다는, 아이를 안고 있는 준희에게 아기를 잘 키우라며 “나에게도 딸이 있었어, 좋은 아빠는 아니었지만 자라는 걸 지겨봐 준 순간이 제일 행복한 시간이었어”라고 고백하는 씬이 더 인상 깊었다.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의 행복이 실은 가장 큰 기적이었음을 이야기 하는 것 처럼 들려왔다.

끝 부분에 프런트맨이 성기훈의 딸에게 유품과 상금을 전할 때,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먹먹한 표정을 짓던 딸의 얼굴이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비록 돈은 없고, 삶은 고단하며, 눈곱만큼의 희망조차 보이지 않을지라도, 그저 살아만 있자. 우리의 인생은 게임이 아니라 생존이니까.

어쩌면 그것이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일지도 모른다.




지난봄 오징어게임 : 더 익스피리언스 성수동 부스 앞 풍경(외국인들이 많이 찾더라는^^)


ChatGPT Image 2025년 7월 2일 오전 11_06_02.png

챗 gpt에게 주문한 <아기 구하기 게임> 패러디 이미지



#오징어게임 #더익스피리언스 #생명이라는기적앞에서 #오징어게임시즌3 #아기구하기게임 #아기구하기프로젝트 #Baby_ rescue_game #오징어게임리뷰 #우리는말이아니야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내가 본 2025 서울국제도서전 이모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