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둘째가 프러포즈를 받았다

외출하고 돌아와 보니 온 집안이 꽃으로 가득하다.

by 따오기

둘째가 프러포즈를 받았다.

외출하고 돌아와 보니 온 집안이 꽃으로 가득하다.

마치 우리 집이 화원 같다.

이게 뭔 일이냐고 물어보니 프러포즈를 받았단다.

아. 결국 프러포즈를 받았구나.


먼저 딸에게 축하의 말을 건넸다.

그런데 뭔가 마음이 이상하다.

축하 반. 허전함 반.

이렇게 둘째도 우리 곁을 떠나는 건가?


당장 날짜를 잡은 것도, 상견례를 하자는 것도 아닌데 마음이 묘하다.

뭐라고 설명하기가 애매하다.


딸 둘 나이가 서른둘, 서른이다.

큰 애는 작년 1월에 결혼해서 손주도 봤고,

작은 애는 언니 결혼즈음부터 사내 연애를 하더니 결국 프러포즈를 받았다.


이제 둘 다 출가를 하고 자기 인생을 살 나이가 되었구나.

사실 집에 있어도 아침에 '잘 다녀와라',

밤늦게 들어오면 '잘 다녀왔니?' 정도가 우리 모녀의 인사였다.

혹시 늦잠을 자면 '어서 일어나. 지각하겠다'가 세 번째 인사였다.

그런데 진짜 결혼을 하면 그 인사마저도 못 할 텐데...


사윗감은 아주 싹싹하고 귀엽고 똘똘해서 큰 걱정은 없다.

우리와 학연. 지연 하나도 연결된 게 없었는데 이야기하다 보니 아뿔싸! 아빠와 같은 군대를 나왔단다.

살다 살다 장인 될 사람과 같은 군대를 나온 직속 후배 사위라니^^

인연은 인연인가 보다.

사돈 될 분들은 아직 못 봤지만 듣기로는 인품과 능력이 출중한 분이라고는 들었다.

나쁜 게 없는데...


늘, 부족한 우리 집안의 특이한 경제력이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아이가 결혼 준비하면서 상처나 받지 않을까 걱정이다.

진짜 나는 평생 열심히 살았는데, 한 달도 쉼 없이 일만 했는데....

매번 허덕이는 건지?

설명할 수 없는 오묘한 구조다. ㅎㅎㅎ


막상 딸애가 프러포즈를 받았다니 생각이 만리천리다.

아직 60도 안 됐는데, 잘하면 둘 다 출가시키게 생겼다.

잘 된 일인데 맘이 싱숭생숭한 건 무슨 일일까?

평생 우리와 살 거라고 생각한 것도 아니면서....

갑자기 좁다고 생각했던 우리 집이 대궐같이 느껴진다.


큰 애네는 차로 10분 거린데, 작은 애는 그 보다 좀 멀리 갈 것 같아 서운해서 그런가?

모르겠다. 좋으면서 걱정되고.

인생이 유한하고, 자식이 하나 둘 내 품을 떠나가니 허전한가 보다.

유난히 딸바보도 아니었는데...

그럴 줄 알았으면서 막상 코 앞으로 닥치니 두려운가 보다.


문득 예전 우리 엄마 생각이 난다.

막내딸 예쁘게 키웠더니 스물여섯에 결혼한다고 할 때

'넌 빨리 보내고 싶지 않았는데...... '라고 서운해하시던 생각이 난다.

그때 엄마 맘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예전에 비하면 우리 딸이 어린 나이도 아닌데...


결혼은 '잠시 외출'이 아니어서 그런 거겠지?

어젯밤은 유독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도 지나고 보니 딸 둘을 엄마 아빠 밑에서 꼬옥 지켜준 거,

그거 하나는 잘 한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산다는 게 결코 쉽지 않았나 보다.


비범하진 않지만 나약하지 않고,

독립적이며, 밝게 자란 아이들이 그저 고맙다.


부디 둘째의 앞 날이 저기 저 꽃들의 환호처럼 눈부셨으면 좋겠다.

건강한 날들이었음 참 좋겠다.


'축하한다! 머구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