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의 사각거림을 기억하며

한 달간 온 마음을 다해 붙들고 있던 ‘서평 필사 모임’이 끝났다.

by 따오기

어제부터 가슴 한구석이 허전하고 헛헛했다. 마음의 준비도 못한 채 새달이 황급히 시작되어서일까, 아니면 월요일이 주는 무게 때문일까. 내내 이유를 궁금해하다 오늘에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한 달간 온 마음을 다해 붙들고 있던 ‘서평 필사 모임’이 끝났기 때문이었다. 오늘 선생님께서 단톡방을 마무리한다는 메시지를 남기신 걸 보고서야, 내가 그동안 그곳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또 얼마나 열심히 필사했는지를 새삼 깨달았다.


그렇게 새해의 첫 달을 살았다. 매일 저녁 책상에 앉아 만년필의 기분 좋은 사각거림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했다. 필사 끝에는 늘 짧은 단상을 곁들였고, 엊그제는 마지막 과제로 서평도 한 편 제출했다. 서평을 쓰기 위해서 책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은 비로소 ‘제대로 된 독서’로 이어지는 기분이었다.


매일 해야 할 숙제가 있다는 건 참 반가운 일이다. 한 번은 모임이 있어 제시간에 인증하지 못할까 봐 퇴근길 전철 안에서 주머니 속 커피숍 티슈를 꺼낸 적이 있었다. 가방에 있던 소설책을 받침 삼아 꾹꾹 눌러쓰느라 책 표지에 펜 자국이 남았을 때는 조금 민망하기도 했지만, 타이핑 대신 손필사를 고집한 건 나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퇴근 후 손주를 보러 가는 날에도 귀가하자마자 곧장 책상에 앉았다. 그렇게 밀도 있게 한 달을 살았으니, 모임이 끝나는 날 아무렇지 않다면 그것이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이제 다시 또 무언가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이번에는 에세이를 써볼까 싶다. 지난 연말에는 생애 첫 단편 소설을 한 편 완성하기도 했지만, 다시 도전하려니 아직은 선뜻 마음이 가지 않는다. 형식을 갖춰 치밀하게 글을 구성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 소설은 안타깝게 떠난 친구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 같은 글이었기에, 퇴고를 위해 아픈 기억을 다시 들춰낼 용기가 아직은 부족한 탓도 있다.


에세이든 서평이든 소설이든, 이제는 무엇이든 제대로 해봐야 할 때인 것 같은데 여전히 나는 경계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서성인다. 그래도 매달 ‘이번 달은 무엇을 배울까’ 탐색하며 눈과 귀를 열어두는 이 시간이 좋다. 온라인 모임일지라도 참여하다 보면 독서를 게을리하지 않게 되고, 내가 정말 살아있다는 기분이 든다. 무엇이든 시작하면 정말 열중하는 나를 발견하는 즐거움도 크다. 예전엔 미처 몰랐는데, 아무리 봐도 나는 ‘열정 부자’가 맞나 보다.


무언가를 끝내고 잠시 쉬어가는 이 공허함을 있는 그대로 기록해 둔다. 이런 시간 또한 나를 위해 꼭 필요한 순간일 것이다. 자신의 기분과 상태를 알아차리기만 해도 반은 성공이라던 모 선생님의 말을 떠올리며, 오늘의 헛헛함을 담담하게 갈무리해 본다.



써 놓고 보면 늘 삐뚤빼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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