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

브런치 작가된 지 열흘. 그냥 쓰는 거다!!

by 따오기

지난주 월요일 브런치 작가 선정 통보를 받았다.

마침 동기들 신년모임이 있는 날 저녁이었다.

우연히 2년 만에 만난 동기들 모두 '올해는 글쓰기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이야기하던 저녁에 브런치 작가 통보 메일을 받았다.


요즘은 읽는 사람보다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더니

우리 셋이 모두 희망사항이 같다는 걸 알았다.

교사 동기는 학교 아이들 성장 이야기를 진솔하게 쓰고 싶다고 하고

성우 친구는 직업 관련 이야기를 쓸 때가 되어 가는 것 같다고 했다.

난 올해 목표를 독서모임이든 글쓰기 모임이든 글쓰기 공부를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다고 말했다.


매번 바쁘다는 핑계로, 또 어떤 글을 써야 할지 고민에 고민만 하다가 세월만 보냈다.

원래는 수필이 내 적성에 맞는 것 같은데, 펜 가는 대로 쓰는 수필은 너무 무난한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직장 관련 이야기를 적으려니 워낙 좁은 분야라 몇 번만 노출하면 회사도 주변인도 다 알게 될 것 같고

누군가 나로 인해 개인정보가 노출되거나 뜻하지 않은 피해를 입을 수도 있을 것 같고

새로 시작한 강의 이야기를 적어 내리자니 이제 겨우 한 학기 했는데

너무 열정과 실수 이야기만 적어 내릴 것 같았다. 게다가 신설학과라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

그렇다고 그이가 주로 담당하고 내가 가끔 아르바이트처럼 보조하는 한옥 이야기를 하자니

내 직업의 정체성에 혼란이 올 것도 같고


결국 '무슨 이야기를 쓸까?'라는 과제 앞에서 어제도 오늘도 계속 고민만 했다.

매번 나만의 주제를 찾지 못해 헤매었달까? 글 뿐 아니라 내 정체성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어쩜 평생 내가 누구인지 헤메는 게 인생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모든 것이 종합적으로 녹여져 있는 일상이야기를 적어 내리면 되는데...

오늘은 서설이 내렸다고.

내일은 다시 기온이 내려간다고

요즘은 날이 추워 그런지 컨디션이 정상이 아닌 것 같다고.


사실 브런치 작가 지원할 때 글 쓰기 계획서를 쓰라고 하길래 그 부분에서 주저하다가 몇 년이 흘렀다.

그냥 대강 적어 내면 될 것을.

어쩜 내 스타일이 그렇다. 확고하지 못하고 독하지도 못하고 두리뭉실하다.

단, 한 번 하면 무대뽀로 열심히, 성실하는 하는 스타일이랄까?


모 문학상 입선할 때 부여되는 문학회 모임도 미온적으로 대응하다 가입하지 않았고

지역 문학회도 언저리만 배회하다 매번 준회원으로 모임도 나가지 않았다.

의지는 있었는데 정확히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나를 늘 주변만 서성이게 했다.

그 당시 철이 덜 들어서 그랬는지

문인임네 지역문학동호회네 하며 무리 지어 다는 것이 그 당시 내 생각엔 나랑 어울리지 않아 보였던 것 같다.

나름 무슨 체하고 싶지 않은 알량한 소신이었달까? 지금 생각해 보면 쥐 뿔도 없으면서 저 혼자 잘난척한 꼴이랄까?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데 혼자만 북 치고 장구치고 착각하며 살았달까?


그런데 이제 안다.

내가 무언가를 적어 내릴 때 가장 행복해한다는 걸~

과거 다음 칼럼초창기부터 칼럼을 운영하고 블로그로 전환되면서 근 23년 이상을 글방을 운영해 왔다.

뒤돌아 보면 글이라기보다 안부 나누는 메모들이 대부분이긴 했지만 그래도 매일 무언가를 적어 내리며 행복해하고 살아 있음을 느꼈던 것 같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던 누군가의 말이 실감나던 날들이었다.


그 시절 '코끼리 만두'도 나오고. 문학상 수상도 경험했던 것 같다.

특히 연구소 자료실이나 학교 도서실에서 근무할 때는 나름 여유란 게 있었다.

그 당시는 그 일터의 소중함을 지금처럼 정확히 몰랐지만 이제는 안다.

여유로운 시간이 안정감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떠나보면 안 달까? 학교의 급식이 이토록 그리울 줄 미처 몰랐다.


4년 전부터 일반 회사의 팀장이 된 후론, 시간을 내기가 그 무엇보다 힘들다.

간단한 안부도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힘들다는 걸 뒤늦게 깨달으며 살아간다.


그러다가 결심을 했다.

이젠 글의 질의 문제가 아니라 올해는 무언가 적어 내리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그런데 어느새 벌써 월말로 치닫고 있다.

단 한 편의 글도 제대로 적어 내리지 못한 채.

그래도 이제 브런치 공간을 장만했으니 하나 둘 숙제를 해 보리라.

남들 오전에 하는 브런치를 나는 자정 무렵에 먹어야(^^) 겠다. ㅎㅎㅎ


사실 지난 월요일 만난 두 동기에게는 아직 브런치 입성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시작도 안 하고 소문부터 내는 건 예의가 아닐 것 같은 나름의 이유 때문이다.

훗날 조금 안정화가 되면 초대하리라.


결국 가족도 친구도 블로그이웃도 아무도 초대하지 않은 초라한 공간으로 시작해 본다.

오래전 글과 최근 메모 한 자락 가져다 발행을 했다.

허전할까 봐 서너 편 정도.


앞으론 일상이나 안부 같은 가벼운 마음이 담긴 글들을 적어 내릴 것 같다.

처음부터 잘 쓰는 글만 고집하는 건, 내 스타일도 내 능력치도 아니니까.

가벼이 시작해 보기로 한다.

대신 성실한 글쓰기를 시작해 보기로 한다.


시작이 반이라니까 일단 성공한 거다.

올해 나의 목표를 반은 이룬 거나 마찬가지다.

동기 셋이 내년 이맘땐 누군가의 출판기념회 겸 모임을 갖자고 이야기했는데

먼저 브런치에서 열심히 해 보는 거다.


브런치 방에서는 음력 새해를 기준으로 시작해 보는 거다.

그 누구보다 소중한 나와의 약속을 하나 둘 지켜보는 거다.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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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26. 첨담역과 뚝섬유원지 역 사이 한강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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