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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오기 Dec 06. 2023

큰 애를 분가시키며

네 식구가 살다가 세 식구가 된다, 아니 새로운 식구가 느는 건가? 

 예인이 분가 1일 전, 온 가족이 휴가를 내고 집에서 뒹군다.

아니, 무언가 준비를 한다     


아빠는 청소를 돕고, 엄마는 계속 뭔가를 하며 이런저런 잔소리를 하고

예인이와 세인이는 무슨 맘인지 피아노를 번갈아 치고 

다섯 살 때처럼 티격태격 싸움 겸 놀이를 한다.     


평소처럼 네 가족이 둘러앉아 점심 식사를 하는데

작은 애 세인이가 '어젯밤 언니랑 자다가 눈물이 동글동글 맺혀서 내 방으로 와서 잤어'라는 

이야기에 온 가족이 눈물을 쏟고 겨우 점심 식사를 마무리했다.     


큰 애를 결혼시키는 데 어찌 눈물세례 한 번 안 흘릴 수가 있겠는가?

우리 집에 그날이 오늘이었다.     


아빠는 네 가족이 밥 먹는 게 마지막이라느니

언니가 결혼 전 우리 집에서 자는 게 마지막이라느니

연속 의미를 부여한다.     


결혼한 지 30년. 

큰 애가 만 29살이니 오랜 시간 네 식구가 살았는데, 이제 세 식구로 살게 된다.     


언니를 보내고 혼자 외로이 방구석에 숨어 있을 둘째 세인이도 걱정이다.

이제 비밀이야기는 누구랑 하나?

매번 서로의 비밀은 엄마도 아빠도 아닌 자매끼리 나누곤 했는데

매일 자기 방 두고, 언니 침대에서 티격태격 싸우고 뒹굴던 두 자매의 사이좋은 풍경은 

이제 보기 어려울 것 같다.     


지난 한 달 우리 집은 버라이어티 했다.

깜짝 결혼발표 소식에 지상 최대의 과제를 해결하느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누군 결혼준비를 팀플하는 것 같다고 하고

누군 일생일대의 가장 바쁜 시기라고 칭했다.

늘 빠름을 추구하는 큰 애 덕에 온 가족이 숨 가쁘게 일정을 소화했다.     


우리 집의 대변화시기다.     


자식은 키워 독립시키고

결혼시키는 게 순리겠지만

순리 앞에서 늘 멈칫거린다.     


연습이 없는 인생

부모도 자식도 연습 없이 시작된다.     


그렇게 피아노를 좋아하던 큰 애가 분가하기 전 날 피아노를 퉁탕거린다. 

무늬만 피아노지 늘 물건이 잔뜩 올려져 있어 가구 기능으로 바뀐 지 오래다.

이사할 때마다 버리려고 했는데, 결혼할 때 기지고 간다고 못 버리게 하더니 

막상 신혼집은 피아노를 놓을 자리가 없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한옥키트 좀 내려놓고 실컷 치게 해 주는 건데...     


삶은 늘 지나고 나면 아쉽고 후회 투성이다.

열심히 살았는데 남은 건 두 아이와 늘어난 나이뿐이다.


두 아이가 건강하게 잘 성장해 준 게 전부다.     

부디, 나의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살아내 주기를 기원한다.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자신을 사랑하고

주변을 사랑하며 능동적으로 살아 나가기를 소망한다.

잘 해낼 거라 믿는다.    

 

사랑한다. 두 딸들아! 

예인이는 결혼 축하하고, 잘 헤쳐 나갈 거라 믿고

세인이는 언니가 없다고 외로워하지 말고 엄마 아빠랑 더 많이 놀자.

힘들 땐 언제나 부모가 뒤에 있다는 거 명심하고~~

     

간만에 피아노를 퉁탕거리는 아이들을 보니

애들 어릴 적 모습이 오버랩되어 미소 짓다가

금방 분가하는 큰 애를 보내는 왠지 모를 짠함과 허전함이 오묘하게 교차해 훌쩍거리는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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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애가 새해 시작과 함께 결혼을 합니다.

학창 시절 캠퍼스커플로 시작해 8년간 만나오더니

드디어 급하게 결혼을 추진하게 됐네요.     


덩달아 준비 없이

업무 처리하듯 결혼을 준비합니다.     


인생사, 알고 보면 계획대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시각 그곳에 있기'로 미리 예정되어 있는 것처럼

운명적으로 오는 순간들이 많네요.     


지난 주말엔 큰 애 짐과 간단한 살림살이를 준비해

아이들 새 보금자리로 옮겨 주었습니다.


늘 넷이다가 셋이 되는 상황은 뭔가 허전하고 어색하네요.     


행복이 별 거 아닌데

이렇게 아이들 잘 뛰어놀고

온 가족 모여 수다 떨며 밥 먹고

드라마 보다가 잠드는 아주 자잘한 일상이 행복인데

무언가 대단한 신기루라도 있는 양 쫓기만 하다가 소중한 시간을 흘려보낸 기분이 듭니다.

이렇게 빨리 애들이 크고 몸은 노화되는데~     


부디, 새롭게 출발하는 큰 애의 앞날이 순조롭고

행복하기를 기도해 봅니다. 


소중하고 자잘한 일상을 귀히 여기고

속도보다 방향을 생각하며 결혼 생활을 펼쳐 나가길 빕니다.     


 큰 딸과 언니를 보내고 허전해하는 우리 가족도 토닥여 봅니다.

넷이다 셋이 됐지만 성이 다른 또 다른 가족이 들어오니까요. 

큰 애보다 섬세하고 싹싹한 아이라 듬직하더라고요.     


이런 시간과 심정도 그대로 담아 두고자 가감 없이 남겨 둡니다.     

당분간, 또 결혼 준비에 진짜 분주할 것 같습니다.     




                                      2005.3월 피아노 연주회 사진( 큰 애 12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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