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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오기 Apr 16. 2024

내가 양력 생일을 쇠지 않는 이유

특별한 날에 폐가 될까 봐 차마 양력 생일을 생일이라 하지 못하며 소심~

 아침 출근길 친구에게서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생일 선물이 도착한다.

자주 이용하지 않는 페이스북에 친구로 되어 있는 은사님과 페친들이 ‘생일 축하한다’고 메시지를 남겨 주신다. 아마 나의 양력생일이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는 가 보다.     


 십여 년 전엔 나도 매년 같은 날 기념할 수 있는 양력생일을 쇠어 볼까 고민했던 시간이 있다.

가족이야 음력 챙겨가며 축하하지만 회사나 모임에선 음력 생일을 챙긴다는 게

여간해선 쉽지 않음을 아니까.     

그래도 아직 친정도 시댁도 오래된 친구도 모두 음력 생일로 축하를 해 준다.

회사에서만 양력 생일로 표기해 둘까 하다가 하필 나의 생일이 4월 16일이라

십 년 전부터는 아예 양력 생일을 쓰지 않기로 했다.     


온 세상에 슬픔으로 각인된 날

‘생일 입네’하고 떠벌이기엔 왠지 미안한 것 같아서

그냥 어렵고 번잡하지만 음력 생일을 내 생일로 기념하기로 했다.

오십도 한참 넘었는데 갑자기 생일을 바꾸는 건 부모님에 대한 예의도 아닌 것 같아서.     


 오늘이 내 양력 태어난 날이라 몇몇 분은 축하를 보내오지만

일일이 '사실 양력생일이라고' 설명하진 않는다. 생일이 아닌 건 아니니까.     


그나저나 ‘음력 양력’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생각보다 간단치 않다.

그래도 두 날짜가 잘 동거하며 살아가는 게 신기하고 고맙다.

‘달이 둥글면 보름인가 보다’

‘달이 손톱만큼 작으면 초승달이나 그믐인가 보다’하며 살아가니까.     


4월 16일이 양력으로 생일이지만

특별한 날에 폐가 될까 봐 차마 양력 생일을 생일이라 하지 못하며 소심하게 살아간다.

내가 기억하는 나만의 그날에 대한 추모방법이기에.


광명 어느 초등학교 근무시절 점심을 먹으며 ‘다 구조됐대’라는 거짓 뉴스에 안도하던 그 순간을 아직도 잊을 수 없기에... 

눈부시게 좋은 봄날

저리도록 아픈 기억을 잊을 수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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