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 먹는 고양이 May 28. 2024

볶음밥을 위한 3원칙

<미래로부터의 탈출>과 원칙

"어울리지 않은 것들의 만남"


물과 기름의 만남을 당한 적이 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타입, 스스럼없이 사람에게 태연하게 다가가서 아는 척을 하는 그런 사람, 기름과도 같은 친구는 수용성인 나를 만나더라도, 불같은 사람을 만나서 타는 순간이 있더라도 다른 사람과의 인연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런 친구의 모습이 안쓰러워 다른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이유를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러자 친구는 내 물음에 이렇게 대답했다.


"볶음밥은 물과 기름이 만나 다채로운 색을 보여줘."


"한 걸음이라도 더 앞으로 나아가, 그게 미래로 향하는 유일한 길이야."
 <미래로부터의 탈출>의 '다쓰이'는 100세에 다다른 고령임에도 '해야 하나?'의 유혹을 이겨내고 휠체어에서 일어나 미래로 향한다.

 그는 밖으로 탈출하면서 요양원 내 수상한 보호자의 정체가 로봇임을 밝혀내고 사람들을 위해 안락한 미래에서 벗어나 인류를 위한 도전을 시작한다.

 스스로 갇혀 지내는 것은 '보호'가 아닌 '감금'이라고 말하며 사람은 로봇처럼 원칙을 지켜 살아가는 것이 아닌 자신의 성향, 생각, 성격에서 벗어나는 '미래로부터의 탈출'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로봇은 인간을 지켜야 하며, 인간의 명령을 들어야 하고, 자기 스스로 지켜야 하는' '로봇의 3가지 원칙'은 SF작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1942년 소설 <아이, 로봇>에서 제시한 이론이다. 


이 법칙은 현재 하나의 원칙으로 굳어져 많은 작품에서 인간이 승리를 거두거나 로봇을 제어하는 완결을 제시하게끔 했다.


'로봇의 3가지 원칙'은 로봇이 인간을 위해 '해야 한다'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인간을 지키고 명령을 들어야 하는 상황을 설정해 의무로 만들지만 '해야 하나?'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부분 영화에서 결말이 인간 승리의 서사를 담거나 로봇을 제어하는 서사라는 틀에 갇혀 있는 것처럼 우리도 원칙이 정한 틀에 갇혀 있다.


한 사람의 무의식이 만든 성격, 성향, 생각은 우리의 기저를 지배하여 하나의 원칙으로 굳어지고 '해야 한다'라는 무의식의 지시 아래 생활한다.


'낯선 사람에게는 다가가지 않기'

'배타적인 태도로 일괄하기'

'이유 없는 친절에 의문 갖기'


세 가지가 기저에 깔려 남을 배려하지 않았던 과거의 행동들은 나라는 로봇이 무의식의 지시 아래 수행하는 '로봇의 3원칙'과 다를 없었다. 


결국 친구에게 의문을 품은 내가 기름이고 친구가 다른 것과 섞일 있는 물이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친구는 '한 걸음이라도 더 앞으로 나아가' 내가 스스로 정한 '해야 하는' 원칙에서 벗어나길 기대하며 물과 기름이 섞이는 게 아닌 '미래로 향하는 유일한 길'을 제시했던 것 같다. 


그렇기에 다양한 재료가 어우러져 만남을 추구하는, 색다른 도전을 해보고자 한 의지들이 알록달록하게 모여 고소한 삶을 만드는 볶음밥을 얘기했던 게 아닐까?

작가의 이전글 특별한 아샷추 한 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