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불편한

항상 찝찝함이 남는 만남에 대하여.

by 민들레

음식을 해 와서 우리 집에서 다 같이 먹기로 했다.

나는 고기와 밥을 준비하였고 그분은 분식을 준비해 오기로 했다.

주말 급 결성된 저녁모임에는 아이들이 큰 손님들이어서 어른들은 두 번째고 아이들을 먹이는 게 우선이었다.

왜인지 일찍 도착하셨길래... 벌써 오셨냐고 우리도 준비 다 되었다고 하니 이제 음식을 하러 간다고 하신다. 약간 부족할 듯하여 캠핑용 대용량 라면도 준비했으므로 그냥 여기 있는 것으로 먹어도 되겠다 하고 서빙하러 움직였는데 그새 다시 집으로 가셨다.

고기를 먼저 먹이고 라면을 끓이는 도중에 짜장라면을 들고 오신 분.

버너까지 야무지게 챙겨 오셔서는... 라면을 끓일 냄비를 빌려 달라고 하신다.


물론 큰 손님인 아이들은 잘 먹고 갔다. 라면도 먹고 짜장라면도 먹고 고기도 먹고 야무지게.

그렇게 가고 난 다음에 나는 손하나 대지 못한 밥 한솥이 그대로 남았고 이것저것 그릇들에 짜장면 냄비까지 설거지가 늘었다.


분명 그분이 챙겨 오셔서 아이들은 잘 먹었는데 이상하게 찝찝함이 남는다.

처음에 말한 대로 분식을 해 오셨던지. (완제품으로) 아니면 집에 가시지 않고 여기 있는 것을 서빙해주시고 했다면 내가 준비한 것으로도 양껏 먹을 수 있었을 텐데 왠지 작은 돌 하나 얹어서 탑에 보탠 듯한 그런 느낌이랄까.


참 선을 잘 지키시는데. 적정선 이상 친해지지 않는 그 정도도 나쁘지 않은데.

이상하게 만나고 나면 조금씩 찝찝하다.

그래도 이번 만남은 그중 가장 호응도가 좋았다는 것 하나로 패스.

아이들이 얽혀있는 그래도 현재 진행 중인 만남인지라 조금 더 조심하고 마음 다치지 않기로 한다.

아이들 학교가 나눠지는 순간 연락하지 않을 인연일 수 있으니 큰 마음은 쓰지 않는 것으로 스스로 다독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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