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는 길에 드릴 수 있는 마음
대학을 졸업한 지도 20여 년이 되어간다. 많은 친구들은 직장에 제법 자리를 잡았고 나처럼 전업주부인 친구도 개중 있을 테지만 같은 직종에서 일하지 못한 탓에 나는 동창들의 소식을 잘 듣지 못한다. 주부끼리 이야기를 나눌 여건도 못 되었고 같은 직군에 있어서 연수 때마다 보게 되는 상황도 못 되다 보니 학교 때 학생회 활동을 한 것 치고는 일절 동창들의 근황을 모르고 지내다가 한 번씩 연락이 잘 되는 발이 넓은 친구 덕에 부고를 접하곤 한다. 누구 아버지가 돌아가셨데. 누구 어머님이 돌아가셨데.
연락을 안 하고 지낸 건 매 일반이지만 누군가의 부고에는 처음 운전대를 잡고 혼자 야간운전에 도전해서 찾아갔으며 누군가의 부고에는 눈길을 뚫고도 움직이기도 했다.
최근에 한 친구의 어머님이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 친구에 대한 기억은 내게 거의 없다시피 했다. 나를 좋아해 주고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던 것은 기억이 나지만 졸업 이후로 그 친구를 단 한 번도 본 적도 소식을 들은 적도 없었다. 어머님께서 아프신 것이 아닌 사고로 돌아가신 상황인지라 경황이 없을 친구여서 밥 한 끼 되는 돈을 부의금으로 부탁했다.
그리고는 잊고 있었는데 오늘 불현듯 그 생각이 나는 것이다.
나는 그 친구의 연락처를 모르기 때문에 부고 문자도 받지 못했다.
하니 장례가 끝난 뒤의 인사 문자도 그 친구 역시 내 연락처를 모르니 중간에 전달해 준 친구에게 한번 더 묻는 수고를 하지 않고는 연락이 닿기가 어려울 것이다.
큰돈을 보냈다면 그 친구가 나에게 연락을 했으려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연락이 되지 않을 이런 상황을 충분히 감안하고 소식을 들은 내가 할 최소한의 도리는 했으니 됐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만 받으려고 보낸 것도 아니고 그 친구도 달라고 한 적도 없으나 그래도 인사가 한번 온다면 혹시 나중에 한번 만나게 될 때 덜 어색할 텐데 하고 아쉬운 마음은 들었다.
이렇게 정말 자연스럽게 다시금 인연이 정리되는구나 생각이 드니 마음이 춥다고 느껴졌다.
이제는 부모님이 다 떠나시고 장녀로 동생을 챙겨야 할 친구에게 먼발치에서나마 안부를 기도한다.
잘 지내고 살아있는 자의 몫만큼. 아니 그냥 가끔은 웃기도 하고 잘 살기를 바란다.
속상해하진 않을게. 그저 네가 잘 지내면 될 것 같아. 한 끼 밥은 내가 대접 못 할 상황이 아니니.
한 번도 뵌 적 없는 친구 어머님도 부디 자식들 눈에 밟히지 않고 훌훌 어딘가로 잘 가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