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을 알 수가 없다

쉼 없이 달려 4시간 30분

by 민들레

멈춤 없이 주행해도 9시 도착인데 네비에선 바로 앞이 정체구간이라고 알려준다.

정체구간인데도 의외로 쌩쌩 달리고 있어서 정체가 풀렸나 싶은 찰나 반대편 차로에 사고차량이 보인다.

사고차가 2차선에 걸쳐 있으므로 졸지에 상행선은 3개 차선 모두가 멈춰 버렸다. 우리는 달리고 반대편은 멈춰 있으니 분명 조금 뒤면 네비가 말한 대로 막힐 것을 예측하면서도 기분이 좋다.

사고 차량이 보이지 않는 거리에서 갑자기 정체를 감당하고 있는 차들에게 "앞에 사고 났어요!"라고 말해주고 싶은 오지랖을 꾹꾹 눌러 담는다.


어느 순간 상행선 쪽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우리가 가고 있는 하행선은 정차되기 시작한다.

이제는 반대가 되어버린 상행선 쪽 쌩쌩 달리고 있는 차들은 우릴 보고 어떤 생각을 하려나? 하다가... 저 차들도 10분 뒤면 사고 차량 때문에 멈춰야 하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사고가 났다는 걸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

알고 있는 나도 그저 하행선으로 가고 있기에 어찌할 수 없고, 상행선의 누군가가 그곳에 사고가 난 것을 알았다 해도 이미 빠져나갈 곳 없는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오롯이 기다림의 시간을 버텨내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내가 잘 나가고 있을 10분 전과 멈춰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비교해 볼 때 언제라도 잘난 척할 일은 없다는 것 깨닫는다. 나 잠깐 잘 나간다고, 너 잠깐 잘 나간다고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언제든 멈춤이 존재하는 것이 삶이고 누구라도 죽음을 맞이하는 것 또한 삶이니 막히는 차량 안에서 겸손해야 함을 마음에 되새겼다. 반대편 차량이 막히고 내가 잘 나갈 때 우쭐했던 기분 또한 반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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