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하고 조용한 곳

절 옆에 바비큐 캠핑장

by 민들레

6.25 전쟁 때 피난 안 가고 그냥 계셨다는 산속 마을. 이제는 길이 잘 뚫려있어 차로 잘 다니지만 주로 도보로 다녔던 때를 생각하면 이 산중까지 일부러 찾아들어오는 건 시간이든 체력이든 불필요한 낭비였을 것이다.

차로 다닌다고는 해도 아직은 고즈넉하고 조용한 곳. 내가 이사 온 초반엔 그곳에 카페가 있었고 절이 있었다. 길 옆으로 나란히 붙어선 두 장소는 내가 자주 갈 일이 없는 곳의 조합이라 무심히 지나다녔다. 커피를 안 마시고 교회에 출석 중이니 카페도 절도 한번 들어가 보지 못하고 눈으로만 지나쳤던 터다. 그러다 카페였던 자리가 한동안 비어 있더니 바비큐 캠핑장으로 재 탄생했다. 아파트에 살았던 때라면 고기를 구워 먹는 캠핑장은 솔깃하련만 이젠 집 마당에 바비큐 그릴을 완비해 두었으니 그 또한 눈으로만 지나치며 다녔다.


오늘 뜬금없이 운전하며 간판을 보다가 절 옆에 고기 굽는 바베큐장이라니 참 어울리지 않을 조합이다 생각됐다. 야외바베큐장이니 냄새는 바람 따라 날릴 것이고 육식을 하지 않는 절에 주말마다 고기 냄새가 바람 타고 갈 것을 생각하니 그 기묘한 두 사업장의 만남이 사는 것의 축소구나 생각이 되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 자리를 잡아도 마찬가지로 같은 것을 원하는 사람이 그곳을 찾는다. 절도 캠핑장도 같은 이유로 그곳을 택했다. 고즈넉하고 사람이 많지 않은 곳.

그런데 각각의 선택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근거리에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두 사람들이 다투지 않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찾는 것. 주어진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고 살아가느냐가 삶이 되는 것일 테다.


독서모임을 다녀도 책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모두가 나의 결이진 않았다. 책도 좋아하는 사람과 책만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다. 읽는 권수에, 빠른 속도로 자신의 독서목록을 자랑하는 사람.

교육서를 서가에 꽂힌 대로 다 읽었다는데 그 아이는 조용한 도서관을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한숨이 나오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 또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인 것을. 모임 안에서는 책으로만 이야기하는 것으로 마음을 잡았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책잡힐 구석이 많을 텐데 내 구석구석을 다 아는 사람과만 책 이야기를 할 수는 없을 테니.


문득 절에 가서 스님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 졌다.

이 또한 업보려니 받아들이실지. 반려견 장례식장 주변 절에서는 강아지의 명복도 빌어주신다고 하던데 어쩌면 육식을 하는 많은 사람과 희생하는 돼지들을 위해서 불공을 올려 주시는 건 아닐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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