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공장 다니면 만두 안 사 먹는다.
예전에 엄마가 말씀하셨다. 만두공장 다니는 사람은 만두 안 사 먹는다고.
어려서 들을 때에는 맨날 만두를 봐서 질려서인가? 하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요즘 쌀을 도정해서 먹으니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좀 알 것 같다.
우리는 작은 논농사를 짓는다.
논농사는 대부분 기계화되어 있으므로 우리가 딱히 할 일은 없다.
트랙터, 이양기, 컴바인을 가지신 분들께 부탁드려서 그분들이 논을 갈고 볍씨를 심고 추수하는 것까지 다 해주신다. 중간에 농약을 2번 정도 하는데 그 조차도 마을에서 단체로 드론방제를 할 때 신청하는 것이 전부다.
그렇게 다른 사람이 기계로 수확해 준 쌀을 널어 말리는 것부터 가내 수공업이 되는데 우리는 마당에 널어서 2~3일 골을 타 주며 쌀을 말린다. 저녁엔 이슬 맞지 않도록 덮어두고 아침에 열어서 널어 말리는 작업 후 바가지로 퍼 날라서 저장고에 낱알들을 들여놓는다.
저장되었던 쌀을 날라서 도정기에 넣는데 이 쌀 안에 별의 별것이 다 나온다.
달팽이 껍데기, 진흙으로 된 돌덩이, 작은 알갱이 돌, 메뚜기 사체 이런 건 사실 애교 수준.
별것이 나온다.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까지.
그런 것을 선별해서 버리다 보면 내가 도정된 상태의 백미를 사 먹을 때는 모르는 것들을 알게 되는 것이다.
벼도 생태계에서 존재하는 것이고 메뚜기가 그곳에 있는 것이 먹이사슬로 당연하다는 것, 메뚜기가 있으니 개구리가 있고 그 개구리를 먹는 뱀도 있고 쥐도 있다.
생태책에서 보던 것이 내가 먹는 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을 개인적으로 도정을 하면서 명확히 알게 되었다.
순환의 고리에 있는 모든 것들이 쌀과 함께 있다. 흠칫흠칫 놀라기도 하고 맘속으로 괴성을 질러가며 쌀을 옮긴다. 아이들이 볼까 두려워서 그렇게 한번 훑어서 치우는데도 어디서 숨어있던 것인지 도정할 때까지 나타난다. 최대한 자동화되어 있는 시스템에서도 그렇다.
그러니 땅콩을 모조리 먹어버린 두더지도 살아야 되고 메뚜기도 살아야 되고 논에 우렁도 살아야 되고 나도 살아야 된다.
무지해서 소리 질렀던 작년의 경험으로 올해는 그러려니 넘길 수 있으려나?
안 보고 믿는 자가 복되다는 말씀이 생각난다. 쌀을 도정해보지 않고 사 먹는 사람. 만두를 빚어보지 않고 믿고 사 먹는 사람이 나름 복이다. 굳이 모든 공정을 다 할 필요는 없다.
만두공장 다니면 안 사 먹는 마음도 알겠지만 결국 그 사람들도 만두를 전혀 안 먹을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그 여러 벌레를 만나면서도 도정한 쌀로 밥을 해 먹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