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쌩쌩 부는 겨울 아침에 뜻밖에 한차로 가기
예배를 드리러 가려는데 큰 아이들은 집에서 쉬겠다고 따라나서지 않았다.
막내랑 둘이서만 가자하고 꽁꽁 언 유리창을 녹여가며 출발한 길에 버스 정류장에서 어떤 아저씨가 손을 흔든다. 버스가 다니는 시간이 아니기에 사람이 서 있는 것이 이상하다 느껴져서 비상등을 켜고 정차를 하니 아저씨가 양평시내 그 어디라도 좀 태워달라고 하신다.
마침 교회가 양평 시내 한복판에 있으므로 그러시라고 태워드렸는데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아저씨가 "여기는 버스가 1시간 30분 간격이라면서요? "하신다. 버스가 지나는 시간이라도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은 시골이라 "사람 만나기 쉽지 않은 동네인데 그래도 누가 알려주셨나 봐요" 하니 오다가 어떤 할머니께 여쭤봤다 한다.
대부분 자차를 가지고 움직이므로 버스 시간표는 버스를 타고 다니지 않는 분들은 알지 못하는데 그나마 할머니가 그렇게 이야기를 해주셨고 이 날씨에 계속 1시간 이상 기다리자니 해서 손을 흔들었다가 얻어 타게 되었다고 하신다.
"아이고 고생하셨네요 그래도 아침이라 배차시간이 그 정도지 오후에는 3시간도 안 올 때가 있어요."라고 말을 하니 그나마 아침이어서 다행이지 멋 모르고 저녁에 대리기사로 왔으면 오도 가도 못하고 컴컴한 곳에서 정말 난감할 뻔했다고 하신다.
20분쯤의 이동시간에 아저씨가 대리운전하신 지 얼마 안 되셨다는 사실, 서울에서 오셨다는 것, 대리비는 3만 원 받으셨다는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아저씨는 모르셨겠지만... 대리를 맡기신 분은 여기 버스 사정을 모르지 않으실 텐데 좀 배려해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네요"라고 말씀드렸다.
허허벌판 버스정류장에서 떨었던 아저씨가 3만 원 받고 오신 길에 버스비로 만원 넘게 쓰실 리도 만무하고 터미널에 가신다는 걸 양평역 근처에 내려 드렸다.
아저씨가 내리시고 막내가
"엄마! 누나나 형 같이 왔으면 뒷자리에 그분 앉기 어려웠을 텐데"라고 말했다.
예배에 가는 발걸음이 복이 되길 바라는데 오늘의 내 발걸음에 그분이 복을 받으셨으니 감사가 나왔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셨으니 이런 대리콜을 받으셨겠지라는 생각도 들고 누구나 처음 시작하는 일은 소위 남들이 하지 않는 일로 시작할 수밖에 없겠구나 그런 생각도 들었다. 부디 아저씨가 대리운전의 시장에서 하시고 싶은 만큼은 일을 하시기를 바랐다. 나중에 사회에서 첫 경력을 쌓아야 할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도 기도했다. 부디 마음 다치지 않고 잘 헤쳐나갈 수 있는 용기 있는 마음을 주시기를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