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아픈 게 왜 화가 나는 걸까?
엄마가 연락이 왔다.
"토사 났어."
나는 "어디에? "라고 되물었지만 답이 없었다.
어딘가 흙이 무너졌다는 줄로 알았는데 엄마의 토사는 토사곽란의 토사였다.
시부모님이 올라오시는 전날의 일정이라....
마음은 불편한데 엄마에게 가지도 못하는 나는 애꿎게 멀리 사는 남동생도 원망스럽고 혼자 119 불러서 수액이라도 맞을 것이지 누워서 기진맥진한 엄마도 답답하고 그저 짜증이 나고 화가 났다.
엄마가 아프다는데 왜 내가 화가 나는 거지? 명확하게는 알 수 없어서 비슷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에게 전화했다.
서로 말을 하다 보니 지금의 이 상황이 가장 베스트라는 건 알게 됐다.
그래도 자식인 내가 엄마의 그리고 내 자식의 보호자로 있는 지금이 낫지. 아이들이 나의 보호자가 되거나 늙은 엄마가 내 간호를 하게 되면 그것은 더 최악의 상황이니. 그러나 안다고 해서 불편한 마음이 해소되는 건 아니라 남동생에게 문자를 넣었다.
"엄마가 많이 아프시다. 응급실 가라 하니 안 간다고 하시는데 나도 시부모님이 올라오실 거라 자유롭지가 않으니 네가 전화라도 계속 드리고 챙겨"
엄마와 있는 곳이 멀든 안 멀든 못 움직이는 건 그 녀석이나 나나 피차일반인데.
소소하게 아픈 거 모시고 다니고 한 번씩 보약 해 드리고 이런 자잘한 걸 동생이 알리가 없겠지 싶고.
물론 알라고 한 것도 아니다. 내 엄마 내가 챙기는데 뭐 누가 해야 할 몫이 어디 있으랴 평소에는 잘 넘어갔는데 오늘은 왜인지 짜증지수가 확 솟구쳤다. 예민지수가 높은 와중이라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이 와중에 시댁에 걸린 일정은 다 소화해야 하는 며느리이니 말이다.
새벽시간이라 전화를 드려볼 수도 없고 무소식이 희소식이려니 하며 짜증 나는 마음을 토닥인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연락드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