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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핸드폰을 잃어버렸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by 민들레 Mar 12. 2025

저장되어있지 않는 번호는 전화를 잘 받지 않는데 일반 핸드폰 번호로 전화가 2번이나 걸려오길래 받았더니 엄마였다.

"엄마 잘 가는 한의원 전화번호 좀 보내줘 봐 거기에 핸드폰을 두고 온 것 같아. 이 번호로 문자 넣어줘!"

그 연락이 토요일 오후의  연락이었다.

십 년 넘게 다닌 작은 한의원이라 개인적인 연락처도 갖고 있을 정도니 핸드폰을 금방 찾겠거니 했는데 엄마의 연락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카톡으로 핸드폰 찾았냐고 물어도 읽지 않고 혹시나 싶어 전화를 걸었는데 신호음은 계속 갔다.

핸드폰을 찾았으면 엄마가 받았을 것이고 설령 병원에 두고 왔다 해도 핸드폰을 꺼주었을 것 같은데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니 걱정이 되는 것이다.

토요일도 주일도 엄마의 전화는 받지 않는 가운데

연락이 안 되는 것만으로도 너무 답답했고 걱정이 되었다. 무작정 집으로 찾아가 볼까 하다 어긋날 수도 있으니 엄두도 못 내고 마음만 졸이다 주말을 보냈고 월요일 오후에 드디어 엄마에게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핸드폰 찾음!"


여러 우연과 우연이 겹쳐 핸드폰은 주말 내내 닫혀있는 병원에서 혼자 열심히 울리고 그치고를 반복했다.

퇴근하신 선생님이 다시 찾으러 갈 만큼 핸드폰 찾기가 급한 건 아니기도 했고 엄마가 다시 찾아서 받아 오려면 병원을 다시 가야 하는데 오픈하는 월요일까지는 딱히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그 상황을 토요일에 전해 들었다면 그러려니 했겠지만 아무런 정보 없이 엄마와 연락이 되지 않는 이틀은 나에겐 매우 고역인 시간이었다.


차로 3분 거리 친정을 두고 살다가 40분 거리로 엄마가 이사간지 이제 2년 차이다.

엄마는 드디어 홀로 독립을 하신 셈이고 나도 조금씩 자립하는 중이고 그럼에도 엄마와 연락이 안 되는 시간아직은 상상해 적도 다.

겨우 이틀간의 핸드폰 분실 시간 동안 나는 많은 생각을 했다.

어느 날엔가는 정말 핸드폰을 잃어버린 정도가 아니라 연락처 자체가 없어지는 날이 올 건데 연락할 수 없는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 몇 달 몇 년 앞으로 나의 남은 날의 모든 시간이 될 터인데 어떡하나 뭐 그런 생각들.

그래서 고작 이틀간 핸드폰을 분실하였을 뿐인데 마음이 너무나 무거웠다.

연락을 더 자주 해야겠다는 마음을 다시금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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