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와 장과장
그리고
그의 부인 N이 만들어 대는 불꽃은
더 이상 번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싸움에 선수교체가 있었으니
바로
사모 대신
전무가 링 위로 올라선 것.
사모가 최차장에게
뒤로 물러서라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차장은 장과장과
언제나 세트로 행동하는 모습이었다.
사적으로야
그 둘이 북을 치던 장구를 치던
뭐가 문제겠는가.
하지만 그 둘은 안타깝게도
업무에 관해서도
덤 앤 더머를 보여 주고 있었다.
사실
업무 능력을 최우선으로 보는
일잘러 전무에게
그들의 능력은
너무나도 하찮았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최차장은
차장이라는 직급이 의심될 정도로
업무적으로는 오히려
장과장에게 묻어가는 모습이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문과 출신의 최차장은
그룹 회장의
비서진 출신이라고 했다.
어느 날 그 회장자리가
다른 형제에게로 넘어가면서
물갈이되는 비서진들에게는
원하는 부서로 보내주겠다 했다네.
그때 문과 최차장은
이과들이 득실대는
내 남편의 부서를 선택했는데
이유는 딱 하나.
회사에서 잘 나가는 핵심인력인
일잘러 전무가 있었고
그의 활약으로 인해
그룹의
캐시카우가 된 메인 계열사에
자리하고 싶었다고
본인이 말하더란다.
그러면서
앞으로 뭘 어찌어찌해서
몇 년 후엔 어떻게 할 것이고
그래서 어떻게 되고 싶다는
본인의 청사진을
포부 있게 펼쳐 보였다는.
그 말을 들은 전무는
사모에게 전해주며
자신감 있는 건 좋은데
자신을 좀 과대 평가하는 거 같다
말했다네.
솔직한 MZ인 건 좋은데
낯 부끄럽지도 않나?
그의 능력은
꿈과 야망에 비해서
턱 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차장이라는 사람이
장과장에게
기댈 수밖에 없었던 거고.
웃긴 건
장과장 또한 다른 계열사에서
지원하여 넘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었고
일머리가 있다거나
어느 파트에 관해
믿을만한 능력이 있진
않았다는 거지.
그야말로 덤 앤 더머였다.
그러니 그들의 업무가
전무의 성에 찰 리가 있나.
안 그래도 맥도날드 대첩을 겪고
수술까지 한,
게다가
미국에 혼자 남겨진 자기 부인을
또 잠 못 들게 하고 있어
요 주의 인물로
지켜보고 있는 와중인데 말이다.
기본적인 근태도
지들 맘대로 엉망이고
업무는 업무대로 똑바로 하질 못해
하나하나 가르쳐 줘야 하는 판이니
전무 또한
덤 앤 더머로 인해
회사일이 진행되지 않아
스트레스가 만땅이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전무가 미국에 있던 한국에 있던
그 둘은 항상
깨져나가는 그릇이었지.
덤 앤 더머는
그 상황을 받아들였냐고?
전혀.
관리에 소홀하지 않도록
타 지역 공장으로 출장을 자주 가서
그곳을 살피라는 지시는
자신의 몸을 괴롭히기 위한
부당한 지시로 받아들였고
본인들은 만족하며 올린 업무가
모르면 제발 물어서라도 하라는
말과 함께
전무의 큰 한숨을 타고
구겨져 돌아오면
자신의 정신을 괴롭히기 위한
부당한 지적으로 받아들였다.
본인들의 업무 태만과
능력 미달은
전혀 의심하지 않았고
사모 대신 전무가 선수교체되어
링 위에 올랐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건 마치
지난날 맥도날드 대첩 이후
이차장과 염차장이 보였던 태도의
데자뷔.
딱 하나 다른 점은
덤 앤 더머들은 MZ라는 거.
지금 보니,
그때 그걸 간과 한 건
전무의 잘못이었네.
그렇게
그들이 링 위에서
가볍게 잽을 맞아가며 버티는 동안
남편과 나는
살던 집을 비워줘야 했기에
이삿짐을 싸서
발령지로 먼저 보내고
남은 기간 동안 머무를
임시 주택으로
거처를 옮기고 있었다.
내 살림이 없는
낯선 곳에서의 생활이었지만
이제 곧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부족하고 불편한 점들조차도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커버가 가능했네.
임시 거처로 옮기기 전,
사모는
그 집이 어디냐 궁금해하며
한 번 들르겠다고
몇 번을 얘기했었다.
나 역시
멀지 않으니 매일 오셔라 했었네.
그런데 막상 이사를 하고 나니
사모는 내가 봐서 뭐 하냐 하네.
그곳에 니가 계속 살 것도 아니고
다시 또 떠날 집인데
내가 봐서 뭐 하냐고.
감이 딱 오더라.
이제 함께 할 시간이 많이 않으니
서서히 멀어질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 생각하신 거지.
원래 떠나는 사람보다
남는 사람의 마음이
더 힘든 법이지 않나.
정은 이제 그만 주고
조금씩 마음을 떼어 놓지 않으면
나중에 제일 힘든 사람은
본인이란 걸
너무나도 잘 아는 사모였다.
그리고 그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아는 나였고.
그래도 평소처럼 통화를 하고
밖에서 차도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날짜는
어느덧 11월을 넘어섰고
눈은 얼마나 내리는지
얼음 왕국이 따로 없었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와 마찬가지로
저녁을 해 먹고
막 설거지를 마친 시점에
사모에게서 전화가 왔다.
강아지 산책에 진심인 사모는
시간과 날씨에 상관없이
항상
밖을 나서는 사람이었던지라
그 시간에 걸려온 전화를 보고
또 산책 중이구나 싶었다.
"지금 바쁘니?"
그런데
바깥을 걷는 목소리가 아니네...?
뭔가 진지하게 차분한데
그러면서도 다급한 목소리였달까.
"하유~사모님~~
저희 이제 막 저녁 먹고 치웠어요.
설거지 딱 끝내니까
이렇게 전화하셨네~"
보통때의 말투로 대답하면서
되돌아 올 목소리를 살피려
전화기를 귀에 바짝 댔다.
"하나만 물어볼게.
우리 여자들이
카페에서 만났던 날
N이 내 남편을
내내 뭐라 불렀는지 기억나?"
앞 뒤 없이 다짜고짜 본론이었고
그 본론의 내용은 수상했기에
지금 이게 뭐지 하면서
머릿속으로는 답을 찾으려
정보를 헤집어 댔다.
"그때요..?
아..!
뭐...
전무님을 SY라고 부른 거요?"
조바심 내며
답을 닦달하는 사모에게
대답했다.
"그랬지?
SY라고 불렀지?
알았어 일단 끊어 봐"
사모는
원하는 답을 얻었다는 듯 말하며
급하게 끊으려 했고
나는 다급하게 불러 세웠다.
"사모님! 무슨 일인데요?!
네???
지금 어디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