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사모는
그날 내 예상대로
강아지와 산책을 하러
집을 나섰던 거라 했다.
평소처럼
동네방네 이곳저곳을 들러
놀이터를 지나치는데
그곳에서
딸과 놀고 있는 장과장과
마주치게 되었고
둘은 서로에게
반가운 상대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표면적으로
불거진 이슈는 없었기에
인사를 나눴다고 한다.
사모의
감정 섞인 말투에도 불구하고
장과장은 깍듯이 인사를 했고
식사는 하셨느냐,
추운데
이렇게 매일 산책을 하시느냐며
붙임성 있는 말들을 꺼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벤치에 잠시 앉아
이야기를 하자 했다네.
사모는
무슨 이야기인지도 궁금했고
그걸 피할 이유는 없지 싶어
벤치에 앉았는데
장과장은
궁금하지도 않은 그의 개인사와
회사 돌아가는 이야기들을 하더니
전무님의 빈자리가 아쉽다는 말도
하더란다.
전무가
장과장의 부족한 업무능력을
얼마나 쪼아 대는지
잘 알고 있던 사모는
맘에도 없는 말 하지 말라며
면박을 줬는데
장과장은
그 말에 발끈하기는커녕
자세를 더 낮추었다고 한다.
"나한테 뭐라 했는지 알아?
자기는 나랑 잘 지내고 싶대.
처음에 만났을 때처럼
웃으면서 대화도 하고
좋게 잘 지내고 싶대!
너무 웃기지 않아?"
장과장은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며
자신이
미국에 오기 전 생각했던 생활과는
거리가 먼 현실에
힘들다고 했다 하더라.
뭐가 힘들었을까.
좋지 못 한 이웃 주재원과의 관계?
본인들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의 잘못함이 없을까?
그러니,
자업자득이라는 말이다.
전무의 쪼임과 닦달?
장과장과 최차장의 업무능력이
기대 이하인 건 사실이었다.
전무 성격에
그걸 그냥 넘어갈리는 절대 없지만
그도 사람인지라
서로 관계가 좋다면
세 번 혼낼 거
한 번만 하지 않았겠나 싶긴 하다.
그러니,
매를 벌었다는 말이다.
사모는 장과장의 말에
그게 진심인지 내가 어찌 아느냐며
너의 부인(N)은
그리 생각하지 않을 거라
말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지금 자기네 집으로 가자는 거야!
가서,
자기 와이프랑도 얘기를 하고
서로 안 좋은 감정은
풀자 하더라고!"
장과장의 말에
사모는 뭐가 되든 간에
깔끔하게 정리하자 싶어
따라나섰다고 했다.
장과장의 의도대로
일이 진행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님,
사모가 따라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두 사람은
장과장의 집 현관에 앞에 섰고
벨을 누르자
N이 문을 열고 나왔는데
사모를 보자마자
웃던 얼굴은 찡그려졌고
한 숨을 쉬더란다.
"나한테
자기네 집에 왜 왔냐는 거야!
그러면서 지 남편한테
여길 데리고 오면 어쩌냐고
소릴 질렀다니까!"
정말이냐 묻는 나에게 사모는
N이 문을 다시 닫으려 하는 걸
장과장이 막았고
자기가 모셔온 거 라면서
같이 얘기 좀 하자며
밀고 들어갔다 말했다.
시작부터가
아니올시다였던 거지.
그렇게 셋은
식탁에 앉았다고 한다.
그 부부가 한쪽에 나란히 앉고
장과장의 맞은편에 사모가 앉고.
장과장은
놀이터에서 말했던 것처럼
서로 대화하면서 오해를 풀고
뭔가 불편해진 관계를
바로 잡고 싶다 말하며
분위기를 풀어 보려 했지만
N은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다고 한다.
팔짱을 끼고 삐딱하게 앉아서
장과장이 하는 말에
계속 인상을 쓰며
한숨을 쉬었다고 하니 말이다.
와...
사모 면전에서
그런 행동이 가능하다고?
MZ라는 게 이런 건가??
백번 천 번 이해하려 해도
도저히 내 머리로는...
아무리 그래도
윗사람의 와이프가
눈앞에 앉았고
어찌해보고자 노력하는
남편의 체면을 위해서라도
예의는 차리지 않겠나 싶은데.
게다가 사모는
그런 꼬락서니를
가만 두고 볼 성격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 말이지.
사모는
날 엿 먹이려고
일부러 집에 가자 한 거냐며
장과장에게 쏟아 냈고
N에게는
이렇게 보니 니가 어떤 애인지
이제 확실하게 알겠다며
볼 일 다 봤으니까 가겠다
말했다네.
그랬더니
어이없는 코웃음을
연신 사모에게 날렸다는 N.
장과장은
아니라는 둥,
왜 그러시냐는 둥 하며
사모를 향해 손을 내 저었고
좋게 풀고 싶어서
본인이 만든 자리이니
조금만 봐 달라 말했다 한다.
그 말에
대화는 어렵게 다시 시작됐는데
문제는
계속되는 N의 불량한 태도였지.
사모는
그간에 있었던 갈등들에 관해
본인의 입장을 말해줬다고 한다.
화를 내거나 싸우는 말투 말고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건지,
뭐가 불만인 건지
답답함을 토로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세상에...
그 말에 N이 보인 반응은
나에게 충격적이었다.
"내가 그렇게 말하고 있는데
N이 어떻게 했는지 알아?!
나한테
소리 없이 입 모양으로
'뭐래'라고 하는 거야!"
와....
난 잠시 할 말을 잃었고
내가 조용하니
사모는 듣고 있는 거냐며
같은 말을 반복했는데
다시 들어도
믿기지가 않는 말이었다.
여전히 팔짱을 끼고
삐딱하게 앉아서
사모를 아니꼽게 보고 있던 N은
자신의 머리를
나란히 앉은 남편보다
살짝 뒤로 뺴더니
소리 없이 입 모양으로
사모에게 '뭐래~~'라는 비꼼을
날린 거였다.
아니 이게 가능한 일인가?
상상 속에서나 할 법한 도발을
면전에 대고 한다고???
상식적으로 보든
뭐로 보든 간에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런 행동이 나오냐는 거다.
그런데 그런 행동이
자연스럽게 나온 걸 보니
이미 미친년이었던 거 일 수도.
그건 MZ이고 아니고를 떠나
옛 어른들 말씀대로
못 배워 먹은 짓이었고
말세였다 말세.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다 겪었던 사모도
N이 보인 반응에 너무 놀라
말하던걸 잠시 멈칫했는데
그걸 보고
코웃음까지 쳐 보였다는 N.
사모는
한순간에 불기둥이 솟구쳐
벌떡 일어났고
삿대질을 하며
지금 뭐 하는 거냐
쏟아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자기 와이프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지 못하는 장과장은
갑자기 화를 내며 소릴 지르는
사모를
이해하지 못했으며
왜 이러시냐며 말리기만 하더란다.
"그래서 내가 장과장한테
내 옆으로 와서 앉으라고 했어!
와서,
니 부인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니가 직접 보라고!
그랬더니 내 말은 믿지도 않고
계속 나만 말리고 있는 거야!"
장과장은
옮겨 앉아 직접보라며
길길이 날뛰는 사모를 보더니
한숨을 쉬며
고개를 푹 떨구더란다.
지 와이프가
뭘 어쨌는지를 모르니
날뛰는 사모만 보고
또 왜 저러냐 했을 게 뻔하지.
"그때 N이
어떻게 했는지 알아?!"
갑자기
장과장 어깨에
자기 머리를 기대더니만
이 세상 제일 연약한 목소리로
말하기를,
'오빠..
도대체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 거야..
나 너무 힘들어.."
하.....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지더라.
이건 또라이 정도가 아니라
사이코패스 아닐까?
사모에게
온몸으로 도발하던 N은
한 순간에 갑자기
연약한 여인이 되어
남편 어깨에 기대어 쓰러졌고
장과장은 그런 N을
한 팔로 부축하듯
감싸 안았다고 했다.
그걸
바로 앞에서 보고 있던 사모는
그 순간 직감을 했다네.
아,
이년은 또라이가 아니라
정말 미친년이구나.
더 이상 있을 수 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었던 사모는
장과장에게
니가 이럴 속셈으로
날 데려온 거구나라고 말하며
이건 분명 니가 시작한 일이니
나도 가만있지 않겠다는
말을 남기고는
번쩍 일어나
그 집을 나섰다고 했다.
그러자 장과장은 쫓아 나왔고
왜 이러시느냐,
제발
자기 얘기 좀
먼저 듣고 가셔라 라며
붙잡았다고 하는데
더 이상
더러운 꼴 당하고 싶지 않았던
사모는
그 팔을 뿌리치며
말했다고 한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
이 새끼야!
넌 니 마누라가 어떤 앤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걸?!
너 한 번만 더
내 앞에서 알짱거리면
경찰에 신고할 거니까
그렇게 알고 꺼져!
그리고 너랑 니 마누라가
나 엿 먹인 거
죄다
내 남편한테 말할 거니까
그런 줄 알아!"
그 길로
바로 집으로 돌아온 사모는
나에게 바로 전활 한 거였다.
그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나는
현실성 떨어지는 이 실화에
잠시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고
아무 말도 나오지 않더라.
사모가 말하길,
"내가 아까 너한테 전화해서
물어본 거 있잖아!
저번에 우리 다 같이
카페에서 만났을 때
N이 내 남편을
전무님이라 부르지 않고
뭐라 불렀는지
기억나냐 물었던 거!
그거
걔네 부부 앞에서
스피커 폰으로 전화했던 거야"
사모가 그들 부부 앞에서
처음부터 참고 있었던
N의 태도불량에 대해 말하며
일 전에도 그랬다면서
사모 앞에서
전무를 계속 SY라 불렀던 걸
거론했었는데
장과장이 믿지 않고
오히려
그렇게 예의 없는 사람은
아니라며 편을 들길래
증명해 주겠다면서
나에게
스피커 폰으로
전활 걸었던 거고
그거에 내가
증거가 될 말을 했던 거 더라.
"장과장 쟤는
지금 지 마누라가 어떤 앤지
모르고 사는 거야!
알면 까무러칠 거다!"
그러면서 사모가 말하길
N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할 인간형이라 했다.
젊은 시절
많은 일을 겪얶던 사모는
저런 종류에 대해 잘 안다며
N은 말 그대로 미친년이라서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는 애고
짐작하거나 상상하는 범위를
뛰어넘는 인간이라
절대 맞서면 안 되고
피해야 하는 종류라고.
그러면서
맥도날드 대첩을 일으킨
S와 J얘길 했다.
그 둘은 그래도
또라이 정도였기에
말이라도 알아먹었던 거고
지 부끄러움을 알고
물러났던 거라고 말이다.
그러네.
S와 J를
세상 제일 미친년으로 여겼었는데
N에 비하면 애교였고
양반이었던 거다.
그도 그럴 것이
S와 J는
라뗴에 속하는 세대 아닌가.
"지금 어떠세요?
괜찮으세요??"
그 얘기들을 듣는 내 심장이
미친 듯 쿵쾅대고 울리던데
그 걸 직접 당한 사모는
도대체 어땠을지
상상도 되지 않더라.
"아마 너였다면
넌 정말 쓰러졌을 거야!
그나마 나였으니까 버텼지!
니가 아니라 나였으니
얼마나 다행이니?!"
이 말을 하며
벌컥벌컥 물 마시는 소리가 났다.
그리 말하는 사모를 보니
역시 대단하다며 안심이 되었지만
한편으론 진짜 괜찮은 건지
걱정도 됐다.
본인의 여린 속을
본인에게 조차 열어보이지 않고
강해져야 한다며
스스로 최면을 거는 여인인걸
나는 알기 때문이지.
총알대신 레이저가 오고 갔던
그 전쟁터에서
그래도 얻은 건 있었다.
그쪽의 최종 보스는
N이었다는 사실 말이다.
이것이 마지막 퍼즐이 되면서
그동안 희한하다 싶었던 것들이
해소됐거든.
장과장은
잘 지내고 싶다 말을 하고
안부전화도 하면서
왜 정 반대의
비언어적 행동들을 하는지가
의문이었는데
최종 보스의 주문이 있었던 거 구나
생각하니
모든 게 맞아떨어지더라.
아마도
사모와는 어떤 접촉도 하기 싫으니
남편에게 알아서 하라
주문을 넣은 거 같은데
생각만큼
장과장이 매정하게 하지 못하거나
불어넣어 둔 악의 기운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면
폭탄 투하를 지시한 게 아니었을까
싶었다.
게다가 N이
핼러윈 행사 때 마주친 L에게
서슴없이 눈을 흘긴 걸 보면
참 자기 주도적 빌런이구나 싶고
최차장 부부와의 작전 모의도
N이 주도했을 가능성 100% 라는
합리적 의심이 들었다.
그때 내 화분을 들먹거리며
김영란법 운운 한 것도 누군지
뻔하지 않겠나.
본인이 인사과임을 강조하며
전문가라 큰 소리 내면서 말이다.
장과장이
가녀린 여인이라며
그렇게나 지켜주고 싶어 했던 N은
사실,
다크포스 뿜뿜 하는
최종 보스였던 거고
전면전에 내세워졌던 장과장은
알고 보니
등신 같은 허수아비,
바지 보스였던 거지.
그림이 그려진다.
장과장은
해 본 적 없는 빌런 짓을 하려니
뽀대도 나지 않고
본인도 하면서 벌벌이었을 거다.
N은 그런 장과장을 데려다가
약해지면 우리가 당하는 거라며
정신 교육을 단단히 했을 거고.
그러니 그날도 장과장은
악의 기운이 떨어져
다시 잘해보자며
사모를 물고 집에 들어갔다가
최종보스에게
면박을 당했던 거였으니
사모가 집으로 간 이후
어떤 얼차려를 받았을지
훤히 보이는 건
나뿐일까.
그날은
사이코 기능을 장착한
최종 보스 빌런 N의
커밍아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