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 카드는 그들의 손에 있었다.

by 블레스미

또 다른 인사이동의 주인공은

바로 최차장이었다.




고과장과 덤 앤 더머 커플인

그 최차장.

그룹 회장의 비서진 출신으로

본인이 원해서

전무 직속으로 꽂혔던

그 최차장.

꿈과 야망에 비해

능력이 받쳐주지 못했던

그 최차장.




"그만두는 거예요??"




"아니, 딴 데 간대!

다른 계열사로 옮겨달라

지가 신청했대!"




문어발 대기업답게

이 그룹에는

여러 계열사가 있는데

그중 시대의 요구에 맞게

새롭게 키우고 있는

계열사가 있었다.




그렇다 보니,

그룹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더랬지.




최차장은 그곳으로

발령 신청을 한 것이었는데

내가

놀랐다기보다 어이가 없었던 건

그곳 또한

이과 출신들이 바글대는

바닥이었을뿐더러

가고 싶다고 해서

저렇게

손 들면 다 받아 주는 건가

싶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뭐가 이렇게 쉬워요?

이럴 거면

저도 좀 이 회사에 넣어주세요!

나도 실컷 일 하겠네!"




그룹 회장의

비서진 출신이었던 최차장은

그 연줄을

한 번 더 이용했던 모양이었다.




회장 비서였다는 게

그렇게 대단한 것일 줄이야.

모든 관문을 통과해 내는

천하무적 프리패스를

손에 쥔 거였다.




"근데 이렇게 갑자기요?

아니,

여기 팀 발령받은 게

2년도 안 되지 않았어요??"




내 질문에 사모는

어이없는 웃음을 흘려보냈다.




"하하핳하ㅏ핳핳하...

야, 뭐래는지 알아?

자긴 더 이상

이렇게

부당한 대우받으면서

일 할 수가 없대!"




내가 그 땅을 떠나온 게

1년이 다 되어 가는

시점이었다.




그동안 사모와

거의 매주 통화를 했지만

그럴 때마다

장과장과 최차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진 않았다.




다만,

내가 요즘 어떠시냐 묻거나

전무님 미국 출장에 관해

물을 때

그들과 관련된 이슈가

있었던 참이었다면

그거에 대해 나에게

말로 분풀이를 하는 정도였지

절대 내가 먼저

그들을 대 놓고 묻거나

사모가 먼저

대 놓고 뒷담화 하지 않았다.




왜냐,

안 그래도 그들이

사모에겐

눈엣가시인걸 내가 아는데

괜히 긁어서

부스럼 만들 일이 뭐가 있나.




나도 그런 얘기하면서

내 기분까지 망치고 싶지 않고.




사모 역시,

고과장을 따라 그 집에 갔던 날

N의 본모습을

확인 한 이후로는

크게 부딪힌 일 없어 보였고

이제 사모에겐

달력의 날짜를 지우며

하루빨리 그 땅을 떠나는 게

더 큰 이슈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둘은

사모가 아닌 전무가

전담 마크를 하고 있었던 거

아닌가 싶네.




전무는

여전히 업무에 관해서

그들과

평화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무에 관해 철두철미하고

기대치가 높은

일잘러 전무였던지라

그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였든 간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는데




그 아랫사람들을

딱 두 부류로 나눠 보자면

스트레스와 부담스런 업무량을

자기계발이라 생각하고

죽은 듯 파대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그룹과

날 죽이려고 작정을 했냐며

개인 원한으로 까지 엮어

치를 떨고 떠나는 그룹.




전자는 고차장이 해당된다.




솔직히 도련님 출신으로

낙하산이었던 그가

어떤 업무능력을 보여줬겠나.

하지만

밤을 샌 날도 많았다 하고

군소리 없이 열심히 파 대더니만

결국은 전무로부터 인정받고

한국으로 복귀했을 때도

좋은 포지션을

가질 수 있었다고 했다.

(전무는 성과 보상이 철저함.)




후자?




사실

후자에 해당하는 사람이

더 많을 듯싶은데

잘해 내지 못하면

험한 소리도 하는 전무였던지라

그게 더 상처가 되어

돌아서는 경우였지.




거기에 해당하는 게

지금

장과장과 최차장 인 셈이었네.





장과장과 최차장의 경우,

일머리라는 게

갑자기 생기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밤새는 노력을 한 것도 아니니

어떻게 전무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겠나.




그런 상태에서

이건 뭐냐, 저건 어떻게 된 거냐

정신 못 차리게 확인을 하고

물어 대니

본인들을 괴롭히기 위함이라

생각하지 않았을까.




내가 궁금한 건,

전무의 업무스타일이 빡세다는게

파다하게 소문난 상태인데

거기에

본인들이 기어 들어오면서

각오를 했다거나

뭔가

준비를 한 건 아니었던 거야?




왜??

무슨 깡으로???

뭘 믿고???




사모를 통해서

그 두 사람이

전무에게 어떻게 깨지고 있는지

드문드문 듣고 있었다.




그래서 항상

혼날만했다 싶었는데

그 둘의 생각은

전혀 달랐던 거지.




반응을 보면,

모든 것을

전무 사심에서 우러나오는

보복으로 보았고

부당하다 여겼던 거 같다.




그런 과정에서

자존심도 상했겠고

자존감도 구겨졌었겠지.




사실,

모든 일은

양 쪽 말을 다

들어봐야 하는 게

맞는 거 아니겠나.




그런 점에서

어떤 일이었는지

내가 직접 들은 것도 아니고

그 현장에

내가 있었던 것도 아니니

숨겨진 뉘앙스와 묻힌 분위기가

있을 수도 있음을

인정한다.




그런 비언어적인 것에

사람은

더 큰 상처를 입는 법이니까.




다만,

힘듦을 토로하는 그들에게

전무가 어떤 진심을 말하고

어떤 조언을 했는지

나는 전해 들은 바가 있기에

완벽하게

중립 기어를 박을 수가 없었네.




어쨌든 결과적으로

최차장은

그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을

택한 것이었다.




나는 이렇게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

여기에 있을 사람이 아니라며

말이다.




그가 가진 무적의 패스 덕분에

본사에서는

일사천리로 발령을 내렸고

그는 한국 복귀가 아닌

미국 내의 다른 대 도시로

옮겨 가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 땅을 떠나기 전

미국으로 출장을 온

전무를 찾아가

인사를 했다고 한다.




그동안

감사했다는 말을 남기면서

아쉬운 부분도 있다 했다네.




너무나도 유능하다고 소문난

전무였기에

함께 일 해 보고 싶어서

지원했던 건데

본인이 미국에 오자마자

전무는

한국으로 재 발령 되는 바람에

함께 합을 맞춰 보지도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장과장네와 본인의 부인,

그리고 사모가 엮여

이슈가 발생하는 바람에

전무에게 미운털이 꽂혀

좋지 못한 관계로

마무리하게 되는 게

너무나도 아쉽고 안타깝다고.




그 말을 듣고 전무는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맙다 하며

그러니 나도

솔직하게 말하겠다고 했다 한다.




너희 부인들과 내 부인이

잘 지냈으면 더없이 좋았겠지만

사실 그건

회사 일과 전혀 상관없는 거

아니겠냐며

왜 그걸 연결 지어 생각하는지

당신(최차장)을

이해할 수가 없다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전무)는

회사사람들이 다 알듯이

무조건 일이 우선인 사람이라며

벌여 놓은 일들을 위해서는

당신들이 해 줘야 하는 역할이

있었던 건데

진심으로

그게 잘 되고 있었다 생각하느냐

물었다고 하네.




그 말에 최차장은

본인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말하며

결과에 관해 항상 실망을 하시니

힘들었다는 소릴 하더란다.




거기에 전무는

난 당신들이

일을 배우러 오겠다 해서

기특하게 생각했고

능력을 키워주려고

필요한 지시를 한 거였다며

그 선례가 되는

고과장 이야기까지 해줬다 한다.




그러면서,

나(전무)는

당신들(장과장, 최차장)이

직원으로서

그리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우뚝 서길 바라는 입장이기에

끌어주고 싶었고

개인적으로도

잘 지내고 싶었을 뿐

다른 악 감정을 두고

대하진 않았다는 말을 하면서

이렇게 헤어지게 되니

나도 아쉽다고.




전무가 말을 하는 동안

대답도 하고

본인 의사도 피력하던

최차장이

어느 순간부터는

잠자코 듣기만 하고 있더란다.




그 행동의 뜻이

전무의 본심을

잘 알아먹었다는 건지,

아니면

끝까지 오리발이라 생각한 건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한 길 사람 속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걸

뼈저리게 배웠고

워낙에

뒤에서 꿍꿍이들을 많이 했던

그들이라

그 당시에는

판단할 수 없었는데




빨간 모자 조교 같은 전무가

그렇게 본심을 내 보이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었기에

그래도

최차장이 떠나기 전

큰 오해는 풀었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나중에 알게 되었지.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그리고

그렇게 진심을 보여 가며

마무리를 지었던 전무는

등신이었던 거고.




왜냐.




나중에

크게 한 방을 먹고 나서야

누군가의 입에서

힌트가 되는 말을 듣게 됐거든.




"어쩐지...

ㅇㅇ씨가 그러더래...

회식하고 취한 최차장이

이상한 말을 했다고...

그땐

그게 무슨 말인가 했는데

이제야 알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