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가장 무서운 이야기.

by 블레스미

전무는

22년 크리스마스를

사모와 보내고

12월 마지막 날

한국으로 복귀해

23년을 맞았다.




그러고 나서

1월 2일 새해 첫 출근을 했지.




새해 첫날이라는 거 말고는

그냥 보통의 월요일이었다.




출근하자마자,

해야 할 일들로

팔을 걷어 부치고 있는 와중에

인사팀으로부터

회의실로 오라는 알림을

받았다고 하네.




그곳으로 가보니

전무를 기다리고 있는

외부인 2명.




고용노동부에서 나온

직원이었다.




어리둥절의 전무는

2명과 마주 앉았고

그 고용노동부 직원들은

본인들이 오게 된 이유와

경위를 설명하며

전무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한다.




그래서 무슨 일이냐 묻는

전무에게

그 사람들은

전무와 사모 앞으로

신고가 접수되어

조사를 하기 위해 나온 거라

했다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위반으로 말이다.




새해 첫날

불타는 의욕으로 출근해서

어디 한 번 달려 볼까 하던 참의

전무를 불러다

얼음 든 찬물을

들이부은 아침이었다.




하지만 그 얼음물이

정신을 깨게 하기는커녕

혼이 나가게 만들었고

전무는

도통 이해 되지 않는 상황을

파악하려

이 말, 저 말을 했는데

그 직원들은

그런 전무 앞에

서류 뭉치를 내놓더란다.

그러면서 읽어 보라고.




그 서류는

신고 접수증이었고

신고자들의 진술들이

첨부된 상태였다고 한다.




전무는 그걸 들어

한 장, 한 장 읽기 시작했는데

그 맷집 좋던 전무도

순간

불길함과 불안함에 휩싸였다는.




그 진술서를 작성한 인물은

한 명이 아니었다.




현재

사모와 그 땅에서 머물고 있는

장 과장.




장 과장을 조종했던 최종보스이자

인사팀 직원인

그의 부인 N,




회장 비서 출신이라는

천하무적 패스를 들고

다른 계열사로 이동해 버린,

장 과장의 덤 앤 더머 단짝

최차장.




내가 그 땅에 있던 시절

나와 사모를

맥도널드 대첩으로 초대했었던

거짓말쟁이 J의 남편이자

지금은

식당 한다고 퇴사해 버린

이 차장.




그리고 새로 발령받아

그 땅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대리직원의

진술서가 있었는데

사모말에 따르면

싹싹하게 전화도 자주 했던

직원이라고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저들의 명을 받고

스파이짓을 했던 거였지.




그 대리직원의 진술서가

첨부되었다는 사실이

사모에겐 큰 충격이었다.




그 직원의 부인에게

소소한 것들을 선물할 정도로

사이가 좋았는데

모든 게

염탐을 위한 작당으로

밝혀졌었으니

그 기분이 오죽하겠나.




그러면서

염차장의 진술서는

없었다고 하더라.




거짓말쟁이 J의 단짝이었던

S의 남편 말이다.




영주권을 꿈꾸고 나왔지만

부인 S와

그녀의 단짝 J가 끓여댄

진흙탕으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어

한국으로 쫓겨나다시피 떠난

염차장 말이다.




그 순간

그래도 넌 사람이구나 싶었네.




전무는

자꾸 묻는 사모에게

들어서 좋을 거 없다,

알면 더 충격일 거다라고

말하면서

무슨 내용들이

어떻게 적혀 있는지

사모에게

자세히 얘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듣지 않아도 딱 알지.

얼마나

피해자 코스프레를 했을지 말이다.




전무는 모든 진술서를 읽었고

그런 전무에게

고용 노동부 직원들은

사모가 어디에 있느냐

물었다고 한다.




왜 그러냐 전무가 되묻자

신고 대상에 사모가 포함이기에

사모를 직접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네.




그 말에 전무는

부인이 지금 미국에 있다며

아이 때문에

나올 수 없는 상황이고

진술서에 적힌 일들에 대해

내가 모든 걸 다 알고 있으니

내가 말하겠다 말하며

그러니 나와 이야기하고 끝내자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진술서에 적힌

일방적인 이야기들에 대해

설명하려 하자

말을 딱 끊더란다.




본인들은 신고가 들어왔기에

조사를 나온 것뿐이고

가해자의 이야기를

들으러 온 게 아니라 했다는.




사모가

가장 어이없어하고

감정에 북 받쳐했던

부분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라는

이름으로

신고가 들어오면

일단은 무조건

그 피해자 편으로

일이 돌아가게 되어 있고

그 기준에 맞춰

가해자에게 사실을 확인할 뿐

어떠한 소명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보통 이런 신고가 있었다 하면

사람들은

상사와 부하 간을 떠올리고

피해자는 당연히

부하일 거라 생각하지 않나.

이게 그 법의 허점이고

이 일이

그 허점을 이용한 케이스라는 걸

여실히 보여준 것이었지.




그렇게 사모의 말을 들는 동안

나에겐

내 온몸으로 강하게 귀결되는

짐작이 하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무서운 짐작이었기에

그건 아닐 거라며

내 생각을 내가 부정하고 있었지.




그러면서

사모의 독백만을

집중해서 들었는데

그래서 뭐냐,

전무는 어떻게 된 거냐

묻기 무서워

그 질문들을

나는 속으로 혼자 해 대면서

파악하려 했던 거였다.




심장은 터져나갈 거 같았고

가만히 있는데도

호흡은 가빠지고 있었으며

조바심으로 애가 탔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채

그냥 전화를 끊고 싶기도 했다.




그러면서 속으로 바랬더랬지.

제발

내가 생각하는 그건

아니라고 말해 달라고.

제발

거기까지였다고만

말해달라고.




고용노동부 직원들과

이야기를 마친 전무는

부회장과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전무와의 찰떡 합으로

본인은 사장 자리에 오르고

이제는 부회장이 되신 그분.




이 얘기가 나오자마자

나는 다급하게 물었더랬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나에겐 결말이

가장 듣기 무섭지만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다.




내가 사모에게 묻고

대답을 기다리는

그 0.01초 동안

나는 빌고 또 빌었다.




설마 그건 아니죠..?

제발 아니라고 해주세요.

제발

내가 생각하는 그건

아니라고.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