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뉴이어를 외치며
2023년이 시작되었다.
티비를 통해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펼쳐지는
새해 세레모니를 지켜보면서
자 이제 슬슬
우리의 시간이 다가오는구나
했었더랬지.
새해를 맞이하면서
사모에게도
새해인사 전화를 해야겠다
싶었는데
아직은 전무가
미국에 있을 시점이라
방해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전화를 미뤘고
그 후엔
전무가 떠난 후 허전한 마음을
조용히 혼자
정리 중이겠구나 싶어서
그 또한 방해하고 싶지 않아
전화를 또 미뤘더랬다.
그래서 내가 전화를 걸었던 건
1월 둘째 주 수요일이었지.
신호가 길게 이어지도록
사모가 전화를 받지 않아
바쁘신가 싶어 끊으려던 참에
연결이 되었다.
"어, 그래."
내가 전활 걸면
핸드폰에 뜨는 이름을 보고
항상 반가운 하이톤으로
내 이름을 부르며
전화를 받으셨었는데
보통때와는 전혀 다른,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대사가
흘러나오더라.
목소리 또한 이상했다.
목이 잠긴 듯하면서도
말을 하도 많이 해
쇳소리가 나는 듯했달까?
더 심상치 않았던 건 말투였다.
되게 냉정하고 차갑고 딱딱한.
마치
나에게 화가 단단히 난 듯한
말투와 목소리와 분위기였다.
전해져 오는 냉랭함에
난 당황스러웠고
이게 뭔가 싶어 눈을 굴리던 참에
순간 들었던 생각은
아...
내가 새해 인사전화를
너무 늦게 해서
기분이 상하신건가?
난 아무렇지도 않은 듯
평소대로 떠들어 댔다.
"피곤하신가 봐요~
어제 또 늦게 주무셨어요?"
그랬더니 대뜸 나에게 묻는 말
"너 알고 전화한 거 아니니?"
처음부터 뭔가 이상하더니만
갑자기 이건 또 무슨 소린지 싶어
머릿속 버퍼링이 제대로 걸렸다.
"네? 뭘요?? 뭘 알아요??
"김 부장(내 남편)이
아무 말도 안 하디?
하....
그럼,
김 부장한테 듣고 전화해"
도통 감을 잡지 못하고
무슨 말이냐 묻는 나에게
사모는
지금 남편에게 듣고
나에게 전화한 거 아니냐
되물었고
깊은 한숨을 쉬더니
무슨 일인지
남편에게 들으라면서
자꾸만 전화를 끊으려 했다.
빚쟁이가
독촉 전화에 사정하며 매달리듯
어느새 나는
수화기를 두 손으로 붙잡고 있었고
말끝마다
매정한 마침표를 붙이며
끊으려는 사모를
자꾸 간절하게 불러 세웠더랬다.
그랬더니
자포자기의 목소리로,
모든 것에 해탈했다는 목소리로
사모가 나에게 말했다.
"난 이제 더 이상 할 얘기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다.."
해석되지 않는 문장이었다.
해석할 수도 없었고
해석하기가 무서운 문장이었지.
뇌 정지가 온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물리적으로
길어야 3초였을 그 시간 동안
나는 머릿속을 헤집어
수만 가지의 추정을
나열하고 있었다.
자꾸 전화를 끊으려던 사모는
내가 아무 말이 없자
감정이 북받치는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걔네가
이렇게 일을 꾸미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내 남편이
이렇게 당할 줄은
정말 생각도 못했어!"
도무지 연결되지 않는 말들에
답답했지만
내 육감은 뭔가를 알아챈 듯
심장이 튀어 나올 듯이 쿵쾅댔고
안절부절못하며
서서 전화하고 있던 나는
조용히, 천천히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았더랬다.
그러면서 심상치 않음에
무슨 말이냐,
뭘 당했다는 거냐 물었는데
그때의 내 목소리는
사모가 처음 내 전화를 받았을 때
내 보였던
그 목소리와 같았다.
조용하고
냉정하게 깔린 목소리.
사모는
내 남편(전무) 얘기를
정말 모르냐는 말로
시작하더니
이제 모든 게 끝났고
나도 이제 더 이상은 없다는 둥,
너희도 이제 조심하라는 둥,
개같이 일하면서
갖다 바친 시간들의 결과가
이거라는 둥
두서없이 여러 말들을
꺼내놓기 시작헀는데
그 말투는 분노와 증오가 아닌
해탈과 자포자기의 말투였다.
나?
이게 무슨 일인지,
무슨 말들 인지에 대한
직접적인 사모의 대답을
그때까지도 듣진 못했지만
분명
전무에게 무슨 일이 생겼음을
직감했다.
하지만 그때 까지도 난
그냥 단순한 싸움이 있었구나
생각을 했더랬고
그 땅의 원수들과
또 다른 해프닝이 있었구나
하는 정도로만
생각을 했더랬네.
나는 궁금했고 알아내야 했지만
확인하기 무서워서
내 짐작을 묻지 못하고
꾹꾹 누르고만 있던 참에
사모가 말을 이어나갔다.
"하...
아주 작정을 하고
신고를 했더라고..
조용하다 싶었더니만
여태
그걸 준비하고 있었던 거야"
신.. 고...?
내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무서운 단어가 나왔다.
그러면서 들려준
자초지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