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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레스미 Nov 10. 2024

어, 오늘은 네가 요리사


밥 하기 싫어질 때마다

엄마가 하던 말들이 생각난다.





"아휴~약 하나 먹고 그냥 끝냈으면 좋겠다 그냥"




끼니때마다

입에 넣고 삼키면 되는

밥이 필요 없는 그런 약을

그렇게 원하셨었다.





어디 누가 안 만드냐며

네가 좀 만들어 보라며

부엌으로 들어가셨던 게 기억난다.




그 소원의 근원은

아주아주 오래 전이 아닐까?





엄마의 엄마,

엄마의 엄마의 엄마,

엄마의 엄마의 엄마의 엄마..





이제

나에게 전해져 내려와

내가 입버릇처럼 말하고 있다.





어디 그런 약 없냐고.





왜 아직도 없는 거냐고.




나는 개인적으로

부엌에서 시간 보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누구는

 내 아이가 먹을 음식,

내 가족을 위한 음식을 만드는 건데

그 정도도 못하냐는 반응이겠지만

그걸 부정하는 게 아니다.





난 그냥.. 

다듬고 준비하고 만들고 치우고 정리하고 닦는

 그 과정들

 노동으로 느껴진다.





먹는 건 정말 잠시인데

그 의식을 위해

앞, 뒤로 부엌에 서 있어야 하는 시간이

참으로 비효율적으로 느껴진다.





식구들에게 일을 분담시키지만

분명

내 손이 닿아야 하는 일들이 더 많다.





뒷정리로 인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는 날이면



'와.. 나 아직도 여기 있어..

와... 난 언제 나가??'




그래서인

유튜브에서

내가 젤 신기하게

딴 세상으로 보는 것이

바로

살림하는, 요리하는 채널이다.





테이블 세팅까지

어쩜 저렇게들 하나 싶다.





그릇을 놓기 위해

다른 그릇을 또 받히고

온갖 식재료들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접시에 담은 채로 시작하는 채널들.




'히야.. 저거 설거지는 다 어쩌냐..'




그분들에겐 실례이지만,

좋아하는 분들에겐 미안하지만

최소한의 설거지를 만드는 게

매 끼니때마다의 내 목표이기에

보기만 해도 한숨이 ^^;;





어쨌든

밥 하는 걸 적성으로 생각하거나

행복을 느끼는 여자는 아니다.

그냥

의무로 인식한다.




남편은 이런 나를 잘 알기에,

지금

내가 최대 출력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잘 알기에

힘닿는 대로

함께해 주고 있다.





엉덩이 토닥토닥.




그래서!

오늘은 주말이니!!





점심은

남편이 요리하는 짜장면 당첨이다.




한국에서는

기본 국민 메뉴로 정착한 음식.





앱 한번 톡 하면

툭 가져다주는 음식.






언제 어디서든 먹을 수 있고

진입장벽이 높지 않은

친근한 음식.




여기선 정~~~ 반대다.

짜파게티도 비싸고..





그래서 우린 만들어 먹지.




우선,

춘장을 볶는 것부터 시작된다.





기름을 넉넉히 붓고

춘장을 넣어

기름을 잘 먹도록 볶아준다.





끝나면

그릇에 따로 담아 잠시 대기.





이번엔

사용했던 팬에

썰어 놓은 돼지고기와

양파를 한가득 넣고

볶아준다.





어느 정도 익었다 싶으면

옥수수 캔 한 통을 들이붓고

볶아놓은 춘장도 다시 넣어

마구마구 섞어준다.





물 조금 넣고 익히다가

전분물 쪼르르 넣어주면

끝.





10인분 같은 4인분

완성이다.





인간적으로

면은 파는 걸로 사 먹자며

이번에 면발 뽑기는

패스.





잘 삶아진 면을 담고

수제 짜장을 듬뿍 얹어냈다.




리얼 수제 짜장면

정말

파는 맛 그대로다!





노노,

그보다도 더 진하고 고소했다!!





큼직한 고기가

얼마나 맘에 들던지~

고기인 줄 알고 집었는데

야채를 먹게 되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다.




이건

팔아도 되겠다며

후루룩 후루룩





역시나 먹는 건 순식간이구먼.




썰고 자르고 볶고

그 난리를 쳐서 만들었는데





앉아서 먹는 건 잠시고

이제 다시 일어나

전쟁이 난 부엌을

원상 복귀 시켜야 한다.






' 아~~~ 암 껏도 하기 시르네~~~'




이게

내가 부엌일을 싫어하게 된 이유 아닐까?




이 타국에서

한식을 먹고 싶다면

어떤 메뉴이던지

최초의 상태부터 시작을 해야 한다.





거기에 소모되는 시간과 에너지..





그래도

이렇게 아주 맛난 엔딩으로 끝이 나면

그나마 위안이 되고 뿌듯함도 느껴진다.




그럼

그걸로 퉁칠 수 있으니

마이너스는 아니란 얘기.





그러니

그걸로 됐다 친다는 얘기.





그래서

돌밥은 계속 반복된다는 얘기.





그냥

그렇다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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