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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레스미 Nov 14. 2024

일장일단


한국에 갈 때마다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





A : "미국 사는 거 뭐가 젤 힘들어?"

나 : 거기선 내가 없어서 힘들어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어쩌고 저쩌고..





고민 상담을 하듯이 줄줄이 쏟아냈었다.

진지하게 공감을 바라면서 말이다.





 다 듣고 난 A의 대답은


그래도 좋으니까

나도 미국 한 번 살아보고 싶다~~





 에라이 C...

기껏 진지하게 말해줬더니

한다는 소리가 저거다.

그 후로 A가 또 물었지만

다시는 힘든 점을 말하지 않았다.





B : 미국 살아서 좋겠다~

      세일도 많이 하잖아 나도 쇼핑하고 싶다~~


/ 나 쇼핑하라고 누가 돈 주니?? /





C: 애들 너무 좋겠다~

     야 여긴 헬이야!

     애들 대학 갈 때까지 절대 들어오지 마!


/ 야,

다 인서울 가려고 코피 터지는 거잖아!

여기도 똑같아.

미국은 무슨 대학을 거저 가는 줄 아나! /





D : 미국은 먹을 것도 싸고 많이 주잖아 그치??

     여긴 지금 죄다 비싸 죄다~~~

     거긴 좋지? 고기도 싸다며~ 그치?!


/ 나도 마트 가려면

숫자 적힌 종이 많이 필요해.

그거 줘야 음식 주더라.

나는 뭐 땅 파먹고 사냐?! /





왜들 저래 정말??!!





내가 아무리 어필해 봤자

 "부럽다"

라는 말로 끝이 나는 걸 보면

그들 눈엔 그저

배부른 소리고 팔자 좋은 소린 거다.

그 후론

절대 진지하게 마음 담아서 얘기하지 않는다.





억울하고 또 억울했다.

난 이렇게 불행을 느끼는데

그들이 생각하는 '나'와의 간극이 너무 커서

내가 이상한 건가 싶었다.





그래?

그래 그럼!!





다들 부럽다 하니 내가 그 부러움 즐겨줄게.

니들이 말하는 거처럼

내가 어디 한 번 해 봐 줄게.

다들 좋겠다 좋겠다 하는데

내가 그거 리얼로 만들어서 살아야겠어!





우는소리 할 필요 없고

그냥 그들의 부러움 즐기면 되는 거다.

그냥 그거다.

.

.

.

.

.

.

.

.


여긴 그냥 목요일 아침.

한국은 김장철인 요즘.






주말 앞두고 김장 준비로 이리저리 바쁘다더라.





올해는 몇 포기를 하네마네

몇 시에 올 거냐

몇 시쯤 끝나냐

그 와중에 점심도 차려 먹어야겠고

맛있어 보이던 빨간색이

잔상으로 남아 질려버릴 때쯤 끝이 나겠지.

내년에는 조금만 하자

아니, 그냥 사 먹자 말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반복 또 반복





이런 연례행사는

누구에게 좋고 누구에게 안 좋은 걸까?

뭐가 좋은 점이고 뭐가 나쁜 점일까?

내 보기에 '위너'는 없다.





오늘 하루 재택근무를 하게 된 남편과

 아점을 먹으러 잠시 외출을 했다.





야외석에 앉아

 반짝이는 햇빛과 선선한 바람을 맞고 있으니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시간이었다.





울 동네 브런치 맛집




 지구 반대편에서 배추와 전쟁을 하는 동안

오늘 나는

그들이 말하는 그 부러움의 하루를 만들었다.






어,

맞아

내가 위. 너.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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