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렇더라..?!
완벽주의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완벽하고 싶은 건
인정받고 싶은 욕구인 건가
욕먹기 싫은 발버둥인 건가
아쉬운 소리를 듣는 것도 하는 것도
나는 죽을 만큼 싫어한다.
못 하겠다는 소리
모르겠다는 소리
도와달라는 소리
칼이 들어오면 그제야 입 밖으로 나온다.
뭐든 해야 한다.
뭐라도 해야 한다.
휴식이라는 이름으로 빈둥거리다
오후 5시쯤이 되면 괜히 화가 솟구친다.
아무것도 한 일 없이
하루를 잡아먹었다는 사실이 열불 나게 만든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기에
이 화를 돌릴 곳이 없어 자폭으로 끝이 난다.
내 시간을 내가 짤 수 있는 가정주부다.
동그란 계획표에
휴식으로만 가득 채운다고 한 들
나에게 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하지만 절대 낮잠은 자지 않는다.
낮에 소파에 눕는 법도 없다.
집안일하며 음악은 틀어도
티브이는 켜지 않는다.
몸은 즐겁겠지만
마음은 나태 지옥에 갇혀있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어 수업을 하게 되면서
수업이 있는 날은 맡은 파트에 대해
하루 종일 준비를 한다.
찾은 자료가 맞는지 다시 확인하고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이해시킬 수 있을지
공부하고 연구한다.
그리고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이다 보니
매끄럽게 진행하기 위해
영어 말하기 대회를 개최한다.
그러다 보면 부담감에 시달려,
책임감에 짓눌려 그날의 일상은 없게 된다.
하.. 이걸 왜 해가지고...
일주일 중 가장 사라지고 싶은 날이
수업이 있는 날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일주일 중 가장 기분 째지는 날도
수업이 있는 날이다.
막상 가보면
쳐다보는 눈빛들에 긴장되어
100프로 발휘하고 오진 못하지만
반대로 그 눈빛들이 나를 흥분되게 만든다.
내가 알려주는 것들을 필기하느라
바쁜 모습들을 보고 있으면
공부하고 연구한 하루를 보상받는 느낌이다.
아니 그 이상이다.
수업 중에
오고 가는 질문들, 농담들, 장난들, 교류들
다다다 너무 재밌다.
집에 돌아오면
하루를 48시간으로
알차게 산 사람이 된 느낌.
긴장이 풀려 이제야 배가 고프고
이제야 다리가 아픈 걸 아는데
그 피곤하고 힘든 육체적 고단함이 너무 좋다.
오늘 무척이나 열심히 산 거 같아 뿌듯하다.
오늘 나 밤새서 TV 보고 놀 거야!
아무도 못 자!
이 정도는 나를 괴롭혀야
TV도 보고 소파에 늘어지는 내 모습을
용서할 수 있다.
그런 생각이 든다.
사람을 죽이는 게 스트레스이지만
사람을 살리는 것 또한 스트레스 아닌가..
내 몸과 마음을 자극하여
가동시킬 정도 되는 소량의 스트레스는
나를
있어 보이게 하고
열정적이게 하고
존재감 있게 세워주고
팔딱이는 생물로 유지시켜 주고
스스로 필요성을 증명하게 해 주고
무엇보다 나에게 휴식 까방권을 준다.
'나'라는 존재는
잘해 보이고 싶은 욕구,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
그리고 콧대 높은 내 자존심이 이루는
환장의 콜라보이다.
여기에 스트레스 한 스푼이 추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