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레스미 Oct 28. 2024

네버엔딩 연중행사


10월이 다가오면

이러저러한 가을 이벤트들이 진행된다.





그중에 하나가

펌킨 패치(pumpkin patch) 오픈인데

패치(patch)라는 단어는

호박이 자라는 필드를 뜻한다.





즉, 호박 농장이라는 말씀~





규모마다 차이는 있지만

아이들을 위한 여러 가지 이벤트와

놀 거리, 체험거리들이 있어서

프리스쿨이나 초등학교에서

필드트립으로 가기도 한다.





당연히 아이들이 있는 가정이라면

최소 한 번은 방문하는 게 국룰.





이곳에서 신나게 놀고

마음에 드는 호박들을 구입하는데

크기마다 값이 다르며

보통 마트보다 값이 비싼 편이다.





날이 날이니 만큼

이분들은 노를 저으셔야 하겠고

방문한 사람들은 이 또한 추억이니

거부할 수 없는 지출이 이어진다.





이렇게 구입한 호박으로

핼러윈을 장식할

잭 오 랜턴(Jack- O-Lantern)을 만든다.





먼저

호박 속을 다 파내고

핼러윈 분위기와 맞는 얼굴을 조각한 후

 LED 등이나 촛불을 넣어 호박등으로 만들고

집 밖에 세워 놓는 것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땐

도장 깨기를 하듯

동네에 있는 크고 작은 펌킨 패치들을

죄다 쑤시고 다녔다.





깔깔거리며 신나게 뛰어놀던

그 꼬맹이들은 어디로 가고

내 눈앞에

어쩌다 9학년이...





이제는 그만 가도 되지 않나 싶었다.





이제는

시시한 곳, 유치한 곳이라

생각할 줄 알았다.





' 돈 굳었지 뭐~'

생각하던 중에 둘째가 물었다.





" 우린 펌킨 패치 안 가? 엄마??"





말투나 뉘앙스가

분명 가고 싶다는 표현이었다.





' 아... 아직 끝이 아니었던 거야..?!'





마치

놀이터가

동네 꼬맹이들의

전유물로 간주되는 곳이지만

교복을 입은 언니오빠가 그네를 타기도 하고

밤마실 나온 아줌마가 맨손체조를 하기도 하고

백수인 삼촌이 철봉에 매달리기도 하는

사실은 모두가 떠난 적이 없는

그런 공간이듯 말이다.





지금까지 쌓아 온 추억이

좋게 자리 잡았나 보다 싶었고

아직 아이구나 싶은 생각에

뭔가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고고!





날씨도 끝내주게 좋네!





하늘의 파란색과 푸른 잔디,

그 위에 놓인 주황색 호박의 콜라보가 환상적이었다.





한쪽에는 여러 가축들을 모아 놓은

petting zoo가 있었다.





그곳에서

여러 가축들에게 먹이도 주고

만져보는 체험을 할 수 있는데

꼬맹이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다.




내 눈엔 니들이 더 귀엽다~~~~





마련되어 있는

소소한 게임들도 즐기고

바로바로 뽑아주는

레몬에이드도 한 잔씩.





잠시

앉아서 쉬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하나 둘

어디론가 뛰어가기 시작했다.





뭔 일인가 하고 보니

저 멀리서

트랙터가 들어오고 있었다.




트랙터가 끌어주는 마차? 트럭? 을 타고

농장을 한 바퀴 도는 것인데

꼬마 아이들이 아주 환장을 하는 이벤트다.





아니나 다를까

안 내리겠다고 울며 불며 버텨서

강제집행 당하는 몇몇 아이들ㅎㅎㅎ





돌아다니며

눈여겨보았던 호박들을 골라 담았다.





희한한 색과 신기한 모양의 것들도

얼마나 많은지

이것들은 돌연변이인 건가...?




예상대로

마트의 두 배 버금가는 돈을 지불하고

먹지도 못하는, 난도질할 호박들을 사 왔다.





내 돈...





추억을 샀다 생각하자.. 해 보자.. 그래 보자..





잠시

각자 헤쳐

방전된 몸뚱어리를 급속 충전하고

다시 모인 4인.





호박의 머리를 따고

속을 헤집어 싹싹 긁어냈다.





하.. 이게 다 쓰레기..

많이도 나오네...

내 돈...





머릿속에서는

아직

돈과 추억 사이에 합의가 덜 된 듯하다.





각자

마음에 드는 연장을 고르고

 호박 겉에 스케치한 선을 따라

예쁘게 성형을 실시한다.





어릴 땐

자기가 만들어 놓고선

무섭다고 엉엉 울던 그 아이들

이젠 뭐 단칼이시다.





매번 느끼지만

완성된 걸 보면

신기하게도 살아있는 듯하다.





보면 볼수록

감정이 이입되는 표정이다.





안에 LED 초를 넣어주면 완성!





핼러윈까지

우리 집을 지켜 줄 호박 무사들.




24시간 보초를 서서

돈값을 하도록!












작가의 이전글 선택의 무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