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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Dec 30. 2021

<30> 남과 비교하지 않아야
행복해진다

외면의 조건 따지지 말고, 만족하고 감사하는 마음 가져라

“너희는 아름답긴 하지만 속은 텅 비어 있어. 너희를 위하여 죽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어. 물론 무심한 행인은 내 장미꽃도 너희와 비슷한 꽃쯤으로 생각하겠지만 나에게 있어서 내 꽃은 너희 전부보다도 훨씬 소중해.”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법정 스님은 소설 ‘어린 왕자’ 예찬론자였다. 아니 열광적인 팬이었다. 30대 초반 나이에 처음 접하고 워낙 감명받은 나머지 평생토록 끼고 살았다. 수십 번을 읽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책을 선물했다. 그는 수필집 ‘무소유’에 어린 왕자에게 보내는 장문의 편지를 싣기도 했다.  


“1965년 5월 너와 마주친 것은 하나의 해후였다. 너를 통해서 비로소 인간관계의 바탕을 인식할 수 있었고, 세계와 나의 촌수를 헤아리게 된 것이다. 그때까지 보이지 않던 사물이 보이게 되고,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리게 된 것이다. 너를 통해서 나 자신과 마주친 것이다. (중략) 누가 나더러 지묵(紙墨)으로 된 한두 권의 책을 선택하라면 화엄경과 함께 선뜻 너를 고르겠다.”


프랑스 소설가 생텍쥐페리(1900-1944)가 쓴 어린 왕자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해야겠다. 참된 사랑과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는 동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어른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보다 소중한 진리를 찾기 위해서는 어린이 같은 순수한 마음의 눈을 가져야 한다는 가르침이 새겨져 있다.


생텍쥐페리는 소설 쓰는 비행사였다. 44세로 죽는 날까지, 군부대와 민간 항공사에서 비행기를 몰았다. 어린 왕자는 비행사의 1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어른들의 메마른 인생관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꾸며져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에서 발표된 이 소설은, 작가 자신이 1935년 비행 도중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했다가 기적적으로 구출된 경험에서 영감을 얻어 썼다고 한다.


조그만 별나라에 혼자 사는 어린 왕자는 한 송이 장미꽃의 변덕을 견디지 못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요량으로 별 여행을 떠난다. 여섯 개의 별을 거쳐 일곱 번째로 사하라 사막에 내려온 왕자는 혼자서 비행기 고장 수리 중이던 주인공 비행사를 만나 친구가 된다.


왕자는 사막을 돌아다니다 장미 정원을 발견한다. 신기하게도 이곳 장미는 자기 별에 두고 온 장미와 똑같이 생겼으며, 무려 오천 송이나 되었다. 갑자기 불행이 느껴졌다. “나는 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꽃을 소유한 부자라고 생각했었는데, 아주 흔한 장미꽃 한 송이를 가졌을 뿐이니, 이것으로 봐서 난 굉장한 왕자가 못 되겠지…” 이런 생각에 풀밭에 엎드려 울음을 터뜨렸다.


그때 여우가 나타나 왕자에게 자신을 길들여 줄 것을 요구한다. 여기서 길들임이란 서로 친분 관계를 맺는 것을 말한다. 길들여진 여우는 왕자에게 장미 정원에 다시 가보라고 조언한다. “이제 네 꽃이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이라는 걸 알게 될 거야. 그러고 나서 나한테 작별 인사를 하러 오면 선물로 비밀 하나를 가르쳐 줄게.”


이 글 첫머리에 소개한 문장은 어린 왕자가 다시 찾아간 정원에서 오천 송이 장미꽃을 향해 한 말이다. 그리고는 이렇게 덧붙인다. “(나는 내 장미가) 불평하는 소리나 자랑하는 소리, 때로는 잠자코 있는 것까지도 귀 기울여 주었지. 그건 내 꽃이었으니까.”


어린 왕자가 여우를 찾아가 작별 인사를 했다. 여우가 말했다. “잘 가. 내가 줄 선물은 말이야, 아주 간단해.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볼 수 있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거든.”


왕자는 자기 별로 돌아갔다. 헤어지기 전 주인공 비행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밤마다 별들을 쳐다봐. 내 별은 너무 작아서 어디 있는지 여기서 보여줄 수는 없지만 차라리 그게 더 나아. 내 별은 아저씨에게 여러 별들 중의 하나가 될 테니까. 그러면 아저씨는 어느 별이든 쳐다보는 게 좋아질 거야. 그 별들이 모두 아저씨의 친구가 될 테니까.”


소설 어린 왕자는 어른들이 크고 많은 것에 집착하고, 과시욕과 허영심에 휩싸인 나머지 진정으로 소중한 것을 간과하고 있다고 질타한다. 작가는 어린이가 새로 사귄 친구에 관해 이야기할 때 정작 중요한 것은 묻지 않는다고 꼬집는다.


‘그 친구의 목소리는 어떠니? 그 친구는 어떤 놀이를 좋아하니? 나비를 수집하니?’라는 말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나이는 몇이니? 형제는 몇이니? 몸무게는 얼마니? 아버지 수입은 얼마니?’라는 식의 질문만 한다고 했다. 


그렇다. 우리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집을 보면 담장 위의 꽃이나 지붕 위의 비둘기는 보지 않고 가격이 얼마인지를 먼저 따진다. 숫자를 서열화하고, 숫자의 크고 작음에 따라 가치를 평가한다. 사람도 그렇게 평가하려 든다.


어린 왕자는 여섯 개 별을 여행하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을 만난다. 각기 왕, 허영꾼, 술주정뱅이, 사업가, 가로등 켜는 사람, 지리학자가 사는 곳이다. 하나같이 자기 자신에게 도취되어 남에게는 마음을 쓰지 않는다.


왕은 따르는 백성이 한 명도 없는데도 명령하며 산다. 허영꾼은 허위의식에 꽉 차 남의 칭찬을 즐긴다. 술주정뱅이는 술 마시는 것이 부끄러워 견딜 수 없어 모든 걸 잊기 위해 술만 마신다고 했다. 사업가는 매일 돈을 세어 장부에 기록하는 일만 한다. 지리학자는 현장은 아예 관심을 두지 않고 의미 없는 기록만 한다. 


지구 상엔 인구가 어마어마하게 많으니 이런 사람도 엄청 많다. 왕자는 철도 역무원과 상인을 만나 사람들이 소유욕에 사로잡혀 있음을 확인하고 실망하게 된다. 자기 별로 돌아간 진짜 이유 아닐까.


우리는 어린 왕자를 통해 ‘절대적 행복’의 중요성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행복은 남과 비교하면 얻기 어렵다. 자기가 행복하면 그만인 것을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려는 게 우리네 보통사람들의 모습이다. 명예, 돈, 권력 등 행복의 외부적 구비 조건을 남과 비교하다 보면 만족하기 힘들다.


아파트를 예로 들어보자. 갓 결혼한 신혼부부가 빚을 내고서라도 수도권 어딘가에 조그마한 아파트를 마련했다면 대단히 성공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전세로 코딱지만 한 집을 구하거나 단칸 월세방을 얻어 사는 신혼부부와 비교하면 당연히 행복감을 느껴야 한다. 하지만 서울 시내, 더 넓은 아파트를 마련한 친구와 비교해 초라함을 느끼기 일쑤다. 


자신의 현주소를 남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1등이 아니면 완전히 만족하기 어렵다. 만족하지 못하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없고, 감사하는 마음이 없으면 행복해질 수 없다. 반대로 남과 비교하는 습관을 버려야 매사에 만족할 수 있고, 만족해야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비로소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남과 비교하지 않음이 행복의 출발점임을 말해준다.


위인들이 이구동성으로 이를 강조한 이유 아닐까 싶다. “모든 불행은 비교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아르투어 쇼펜하우어) “비교하지 말라. 가장 빨리 불행해지는 방법이다.”(에리카 라인) “비교는 기쁨을 훔쳐가는 도둑이다.”(시어도어 루스벨트)


어린 왕자는 여우의 가르침을 통해 자기 별에 있는 장미만을 사랑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도처에 아름다운 장미가 피어 있는 넓은 세상과 인연을 끊고자 했다. 비교하지 않기 위해서다. 이게 바로 절대적 행복을 구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우리는 경쟁 속에 살기 때문에 상대적 행복을 찾는데 익숙해져 있다. 행복할 만큼 충분히 많은 것을 갖추었음에도 허기를 느낀다. 남의 평가에 귀 기울이는 습관을 움켜쥐고 산다. 나보다 남이 더 소중한 듯 끊임없이 주변을 살핀다. 이런 사람에겐 행복이 없다.


절대적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세상의 중심이 자기 자신임을 인식해야 한다. 크고 아름다운 것이 눈에 보인다고 그것을 모두 취하려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비록 작고 부족할지언정 자신과 좋은 인연을 맺은 단 하나를 좋아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남과 비교하는 버릇을 고쳐야 눈에 보이지 않는 소중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참된 행복이다. 행복은 누구나 손에 넣을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있다. 마음속에 만족감, 감사함을 느끼면 반드시 행복이 찾아온다.


언젠가는 어린 왕자가 사는 별에 한 번 가 보고 싶다. 가냘픈 장미꽃에 물을 주며 그와 함께 석양을 바라보고 싶다.



인용하거나 참고한 문헌

<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민희식 옮김, 문학의문학, 2018

<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황현산 옮김, 열린책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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