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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Apr 07. 2022

<12>딸아,너에게 해줄 말 있어   
-우정에 대해

친구는 최고의 재산이다

딸아, 세상에 친구가 없다면 엄청나게 허전할 거야. 벤저민 프랭클린은 “아버지는 보물이고 형제는 위안이며 친구는 그 둘 모두이다”라고 말했단다. 그는 “이 세상 최고의 재산은 진정한 친구”라고도 했지.

그렇다. 사랑 가득한 가족이 있는 사람에게도 친구는 반드시 필요하단다. 부모 자녀 간, 형제자매간, 부부간에 허물없이 지내는 사람도 친구가 없다면 남모를 외로움을 느끼게 되지. 친구 사이에 오가는 정은 가족 간의 그것과 전혀 별개거든. 가족한테 털어놓기 힘든 이야기도 친한 친구한테는 편하게 할 수 있는 경우도 많잖아.

딸아, 가족은 태어나면서 주어지는 것인데 반해 친구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스스로 선택하고 만들어야 돼. 이기적인 동기를 갖고 찾아 나서야 한단다. 보물이자 최고의 재산인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는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지.


친구는 식탁이요 화로다

“친구는 여러분이 사랑으로 씨 뿌리고 감사함으로 거두어들이는 여러분의 밭이다. 그는 또 여러분의 식탁이요 화로다. 여러분이 배고플 때 찾아가고 포근함이 필요할 때 찾아가기 때문이다.”

딸아,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에 나오는 말이란다. 친구를 적확하게 묘사한 문장이지. 친구를 사귀는 목적은 누가 뭐래도 유익과 쾌락을 위해서란다. 친구를 만날 때 몸과 마음이 편해야 하는 이유지. 오랜만에 만났는데 심신이 불편해지는 사이라면 친구가 될 수 없어. 되더라도 금방 헤어질 가능성이 높지.

딸아, 그런데 이 단계를 넘어 진정으로 좋은 친구가 되려면 인격을 갖춰 서로 닮은 선한 사람이어야 한단다. 이런 친구는 설령 유익과 쾌락이 뒤따르지 않더라도 평생 정을 나누며 살 수 있어.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사이를 말한단다.


진정한 친구를 두 명 이상 만들어라

딸아, 주변에 친구를 많이 폭넓게 잘 사귀는 사람이 있을 거야. 성격이 좋고 부지런해서 동창회 활동을 열심히 하는 친구가 이런 부류에 속하지. 인기 좋고 꽤나 행복해 보여 친구들 사이에서 부러움 살만하지. 하지만 딸아, 친구는 전체 숫자가 아니라 절친 숫자가 중요하단다. 진정으로 좋은 친구라면 단 두 명만 있어도 성공이야.

너에게 진정한 친구란 어떤 모습일까. 너의 모든 고민을 귀담아 들어줄 수 있는 사람, 너의 불행을 진심으로 가슴 아파하며 도와주려는 사람, 너의 행복을 시기질투 없이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사람 아닐까 싶다. 한 가지만 더 보탠다면 언제, 어떤 상황에서라도 전화해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이지 싶다. 새벽 3시에도 큰 미안함 없이 전화 걸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친구 적다고 한탄하지 마라

딸아, 친구는 적을 수도 있고 많을 수도 있어. 환경 따라 성격 따라 차이가 있을 뿐 능력의 문제는 아니야. 어릴 때 많았지만 나이 들면서 확 줄어드는 사람도 있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어. 중요한 것은 네가 진정으로 친구를 더 늘리고 싶은 마음이 있느냐 여부란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하거든. 늦었다 싶어도 노력하면 얼마든지 사귈 수 있어.

사마천은 불세출의 저서 ‘사기’에 이란 말을 남겼단다. “머리가 하얗게 될 때까지 만났는데도 여전히 낯선 사람이 있고, 비가 와서 잠깐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며 우산을 함께 썼을 뿐인데도 오래 사귄 친구처럼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크고 작은 모임에 나가서 첫인사하고, 얼굴 아는 사이라면 전화해서 만남을 제의해보면 어떨까. 세상만사 생각보다 행동이 중요하단다.


먼저 다가가서 마음을 훔쳐라

딸아, 누군가와 사귀려면 네가 먼저 다가가는 것이 중요해. 사귀면 좋은 친구가 될 것 같은 사람이 있다면 주저 없이 말을 걸어보렴. 마음 졸이다 기회 놓치고 후회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지. 용기 있는 자가 사랑을 쟁취하듯이 친구도 용기 있는 자의 몫이란다. 

여럿이 처음 만난 자리에선 누구나 어색하고 서먹서먹하지. 만남을 이어가자고 제의하는 것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어. 하지만 그런 제의는 상대방에 대한 호감 표시이기 때문에 나쁠 게 전혀 없단다. 그 사람에게도 고마울 따름이지.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만나다 헤어진 친구 중에 보고 싶은 이가 있다면 오랜만에 전화 한 번 걸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야. 어쩌면 그 친구도 너를 마음에 두고 있기에 전화 받고 아주 반길 지도 몰라. 그의 마음을 네가 먼저 훔치는 거지.


네가 좋은 친구감이 되어야 한다

딸아, 좋은 친구를 사귀려면 네가 먼저 좋은 친구감이 되어야 한다. 친구는 어차피 피 한 방울 안 통하는 남남끼리의 만남이야. 서로 호감을 갖고 만남을 이어가야 비로소 친구가 될 수 있지. 그냥 수많은 친구 중 한 명이라면 몰라도 진정으로 좋은 친구관계를 맺고 싶다면 네가 눈에 띌 정도로 호감을 살 수 있어야 돼.

어려운 일이 아니야. 객관적으로 좋은 걸 다 갖추어야 좋은 친구감인 것은 더더욱 아니지. 공부 잘하고 얼굴 예쁘고 좋은 직장 다녀야 좋은 친구 사귈 자격이 있는 게 아니거든. 중요한 것은 심성과 태도라고 생각돼. 상대방을 배려하는 사랑의 마음, 언행이 단정하면서도 유쾌해서 즐거움을 주는 스타일이면 충분하지.  지혜가 넘쳐 사귀면 도움 될 것 같다는 인상을 주면 더 좋겠지.


나이가 적어도 좋은 친구 될 수 있다

딸아, 친구라고 해서 꼭 동갑내기여야 하는 건 아니란다. 생물학적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몇 살 적어도 지적 수준이 비슷하고 지향하는 바에 의기투합한다면 얼마든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어. 동년배라 해도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나 생활 방식에 차이가 있으면 친구가 될 수 없지.

우리 역사에서 보면 나이와 상관없이 멋진 우정을 가꾼 사람이 적지 않단다. 절친으로 알려진 김춘추와 김유신은 무려 9세 차이이며 이항복과 이덕형은 5세 차이란다. 아마 우리만큼 나이가 벼슬인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을 거야. 서양에선 상대방의 정확한 나이를 모른 채 평생 친구로 잘 지낸다는 것 아니냐. 

아무튼 마음 통하는 후배에게 예의를 갖춰 대하면 동갑내기 이상으로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어. ‘후배 친구’도 많이 사귀렴.


사랑에 빠져도 우정을 소홀히 하지 마라

딸아, 남자친구 생겼다고 해서 우정을 내팽개치면 안 된다. 사랑과 우정은 대립적인 게 아니라서 얼마든지 공존할 수 있단다. 그런데 간혹 자기 사랑에 지나치게 빠진 나머지 오랜 친구들을 소홀히 대하는 청년들이 있지. 시간이 부족한 탓이겠지만 친구들이 섭섭함을 표시할 정도라면 곤란해. 결혼해서도 마찬가지란다. 남편이 있다는 이유로 친구들과의 만남을 아예 끊다시피 하는 사람이 있지. 

남친이나 남편에게 거리를 두라는 것이 아니라 적절히 잘 처신하라는 거야. 일시적으로 남친, 혹은 남편과 사랑에 빠진 걸 이해해 주지 못하면 사실 친구도 아니지. 중요한 건 정도 문제야. 특히 남친이나 남편이 없는 친구를 대할 때는 더 배려심을 갖고 행동해야 돼. 우정, 한 번 상하면 영영 복원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 


친구 앞에서 잘난 체하지 마라

딸아, 친한 친구가 아니라면 그 앞에서 잘난 체하지 마라. 자랑도 가급적 하지 마라. 속을 다 내보여줄 수 있을 정도 절친이라면 예외일 수도 있겠지만, 친구는 기본적으로 시기질투심을 갖고 있어. 일반적으로 동년배인 데다 비슷한 수준의 학력과 경력, 사회적 지위를 갖고 있기에 경쟁심을 많이 느끼는 사이란다.

잘난 체하는 것 좋아하는 사람 없겠지만 친구 사이는 특히 그렇단다. 겸손해서 자기를 낮추고 상대방의 말을 많이 들어주는 친구가 호감을 사지. 사실 친구 사이라면 상대방의 지적 경제적 사회적 수준을 거의 정확히 파악하고 있거든. 굳이 잘난 체해서 교만하게 비칠 필요가 없어.

“겸손해져라. 그것은 다른 사람에게 가장 불쾌감을 주지 않는 종류의 자신감이다.” 프랑스 소설가 쥘 르나르가 한 말이란다.


없는 자리에서 친구를 욕하지 마라

딸아, 우정은 기본적으로 신의를 먹고 자란단다. 유교의 삼강오륜에 붕우유신(朋友有信)이 자리 잡고 있는 이유라고 봐야겠다. 신의를 저버린 사람끼리 친구가 된다든가 우정이 유지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지. 반대로 지속적이며 견고한 신의는 우정을 한층 두텁게 한단다.

친구 사이 뒷담화는 신의를 저버리는 대표적 언행이란다. 마음에 들지 않든가 섭섭한 일이 있으면 면전에서 풀어야지, 다른 사람 앞에서 욕하는 것은 친구를 두 번 기분 상하게 하는 거란다. 그 친구 마음에 큰 상처 입을 가능성이 높고, 당연히 친구 관계가 흔들릴 거야. 반대로 없는 자리에서 덕담을 해봐. 그 친구 전해 들으면 얼마나 유쾌하겠느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를 좋게 말하는 사람이 진정한 친구이다.” 영국 작가 토마스 풀러의 말이란다.


친구와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라

딸아, 우정을 가꾸는데 신의가 중요하다고 했지. 약속을 잘 지키는 것은 신의의 핵심에 속한단다.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의 말에 귀 기울여보렴.

“아무리 보잘것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한 번 약속한 일은 상대방이 감탄할 정도로 정확하게 지켜야 한다. 신용과 체면도 중요하지만 약속을 어기면 그만큼 서로의 믿음이 약해진다. 그러므로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

딸아, 약속 지키기는 길들이기 나름이란다. 천금같이 여겨 지키는 습관을 갖게 되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지. 반대로 약속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어기는 것을 예사로 생각하면 그것이 몸에 배게 된단다. 약속 잘 어기는 친구를 보면 약속을 쉽게 하는 경향이 있어. 그러므로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함부로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돼. 말보다 행동이란다. 


친구에게도 예의를 지켜야 한다

딸아, 참다운 우정은 서로 존경하는 마음에서 생긴단다. 친한 사이라고 해서 허물없고 예의가 없어도 된다는 뜻이 아니야. 예의는 상대방 인격에 대한 존경이라고 할 수 있어. 어떤 경우에도 친구를 예의 갖춰 인격적으로 대하는 것이 중요해. 

그럼에도 우리는 친해지면 스스럼없는 것이 지나쳐서 경솔하고 무례하게 행동하는 경향이 있지. 순간적으로 정중함과 예의를 잊어버리고 친구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언행을 한단다. 이렇게 해서는 우정을 유지하기 어렵지.

딸아, 아빠는 소주 이름 ‘처음처럼’이란 표현을 좋아해. 어떤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갖는 설렘, 기대, 조심성 같은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란다. 네가 친한 친구에게 함부로 대한다는 생각이 들면 ‘처음처럼’이란 말을 되새겨 보렴. 예의가 다시 살아날 것이다.


친구의 지적이 반복되면 너 자신을 점검해 봐라

“친구가 될 수 없는 스승은 진정한 스승이 아니고, 스승이 될 수 없는 친구는 진정한 친구가 아니다.” 딸아, 중국 양명학자 이탁오의 말이란다.

맞는 말이야. 진정한 친구는 너에게 훌륭한 스승이 될 수 있어. 자신의 지식이나 지혜를 전해줄 능력을 갖추고 있는 셈이지.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일 수 있지. 네 친구가 진정 좋은 친구라면 너의 허물을 바로잡아주려 할 것이다. 무책임하게 덕담만 해대는 친구는 참된 친구라고 할 수 없단다. 

친구가 너의 잘못을 지적하면 고맙게 받아들여야 해. 큰 마음먹고 하는 지적이기에 훌륭한 스승의 가르침이라고 생각해야 돼. 더구나 지적이 반복되면 너 자신을 신경 써서 점검해볼 일이다. 어떻게 고쳐야 할지 친구에게 열린 마음으로 조언을 구해야 한다.  


친구와는 돈거래하지 마라

딸아, 친구 간 돈거래는 하지 않는 것이 좋아. 함부로 돈을 주고받다 돈도 잃고 친구도 잃는 경우를 아빠는 꽤 여러 번 봤거든. ‘돈거래는 부자 간에도 하지 말라’는 말이 왜 생겨났겠느냐. 돈은 오로지 은행 하고만 하는 것이 좋아.

친구 간 돈거래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순간 두 사람 사이에 갑을 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이란다. 약속한 날짜에 오고 간 돈이 깨끗하게 정리되면 좋겠지만 잘 안 되는 경우가 참 많아. 돈은 한쪽이 궁해서 빌리는 것이어서 제때 못 값을 가능성은 항상 있다고 봐야 돼. 상환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곧바로 갑을 관계가 갈등을 유발하게 된단다.

사실 애타게 돈 좀 빌려달라는 친구의 말 내치기가 쉽지는 않아. 그래도 순간의 미안함이 우정을 지키는 길임을 명심하거라.


모범적인 선배를 사귀어라

딸아, 인생에서 친한 선배가 있으면 참 좋아. 학교 선배도 좋고 사회에서 만난 선배도 좋아. 주변을 둘러보면 친구 될만한 동년배 이상으로 선배가 많아. 그럼에도 우리는 친구 사귀기엔 정성을 쏟으면서 선배와 친분 쌓는 데는 소홀하지. 아니 거의 외면하다시피 하는 경향이 있어. 어딘가 조심스러워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선배가 좋은 것은 포근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란다. 친구와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경쟁심리가 작동하며, 후배에게는 뭔가 도와줘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 그러나 선배는 언니처럼 자연스럽게 기댈 수 있는 존재란다. 특히 집에 언니나 오빠가 없을 경우 선배가 인생의 좋은 향도가 될 수 있어. 

모범적인 선배가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사귀었으면 좋겠다. 그 선배도 내심 너에게 마음을 열고 싶어 하는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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