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물처럼 Apr 19. 2022

<15>딸아,너에게 해줄 말 있어
-여유,여가에 대해

삶에는 리듬이 필요하다

“삶이 늘 시적이지는 않을지라도 최소한 운율은 있다. 생각의 궤적을 따라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반복되는 주기성이 마음의 경험을 지배한다.” 딸아, 영국 시인 앨리스 메이넬의 저서 ‘삶의 리듬’에 나오는 말이란다.

그래, 우리네 인생에는 리듬이 있어야 한다. 아니 리듬이 있을 수밖에 없어. 낮이 있으니 밤이 있고, 밀물이 있으니 썰물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삶에서 리듬을 거역하면 안 돼. 리듬이 없는 노래가 노래가 아니듯이 리듬이 없는 인생은 인생이 아니라고 할 수 있어.

네가 성공을 위해 끈질기게 전진하는 모습 아빠는 대견스럽단다. 하지만 적절히 리듬을 탔으면 좋겠어. 가끔 하늘도 올려다보는 여유를 가져야 해. 그래야 먼 곳까지 나아갈 수 있단다. 골프를 잘 치려 해도 마음에는 여유, 몸에는 리듬이 있어야 하거든.


마음의 속도를 늦추어라

딸아, 삶에서 여유는 마음의 속도에 달렸단다. 마음의 속도가 느려야 비로소 여유가 생겨. 방학이 길거나 휴가를 많이 받았어도 마음의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 불안, 걱정, 화 같은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어.

“빠른 마음은 병들어 있다. 느린 마음은 건강하다. 고요한 마음은 거룩하다.” 인도의 영적 지도자 메헤르 바바가 한 말이란다. 그래, 누구나 마음의 속도가 느려야 정신이든 육체든 건강하단다. 

일상에서 마음의 속도를 늦추면 여러 가지로 유익해. 어려운 보고서를 쓰기 시작할 때 천천히 생각을 정리할 수 있지. 별생각 없이 곧바로 시작하기보다 생각을 정리해서 시작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거든. 누군가 시비를 걸어올 때 여유를 갖고 대응 방법을 찾아낼 수도 있지. 딸아, 잠시 멈출 줄 아는 여유를 갖기 바란다. 


사색하는 시간을 가져라

딸아, 마음의 속도를 늦추면 손쉽게 할 수 있는 게 사색이란다. 사색이란 말 그대로 깊이 생각하는 걸 뜻하지. 사람은 사색하는 기회를 자주 가져야 상상력으로 지혜를 얻을 수가 있어. 깊이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는 미래가 없어. “사색을 포기하는 것은 정신적 파산선고와 같다.” 알베르트 슈바이처가 한 말이란다.

사색이 중요한 이유는 자기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야. 일상에 떠밀려 바쁘게 살다 보면 삶의 의미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 자기가 왜 사는지, 무얼 위해 사는지를 잊고 사는 사람이 의외로 많단다. 

딸아, 사색은 혼자만의 시간을 필요로 한단다. 조용한 장소도 필요하지.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때론 가던 길을 멈추고 생각의 바다에 빠져보아라. 전혀 새로운 발상으로 신천지에 있는 너를 발견하게 될지도 몰라.


하루 한 번씩 하늘을 올려다봐라

딸아, 너는 하늘 쳐다보기를 좋아하느냐. 하늘을 올려다보면 마음이 한없이 편안해지지. 무한의 넓고 높은 공간이어서 누구에게나 여유가 생기고 혼탁한 가슴이 맑아지기도 한단다. 밤하늘은 더 좋지. 가까이 닿을 수 없는 수많은 별들이 한눈에 들어오니 말이다. 그래서 하늘은 용기와 희망이란다.

박노해가 노래한 시 ‘너의 하늘을 보아’는 실의에 빠진 청년들에게 큰 위안이 되지 싶다. “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 때는/ 가만히/ 네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가 닿는/ 너의 하늘을 보아.”

딸아, 한가한 날은 말할 것도 없고 쉼 없이 바쁜 날에도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아라.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심호흡을 하고 무아지경에 빠져 보아라. 그 시간 최고의 휴식이란다. 자주, 매일 한 번씩은 그렇게 해보렴. 네 마음에 절로 여유가 생길 것이다.


가끔 석양을 감상해라

딸아, 일출이 있으면 일몰이 있는 법이란다. 출생이 있으면 죽음이 있고, 행복이 있으면 불행이 있듯이 말이다. 그게 인생의 순리 아니겠느냐. 일몰 때의 장관인 석양은 아름답지만 슬픔일 수도 있어. 붉은빛이 정열적이지만 금방 사라지고 말거든. 

그럼에도 우리가 일출 못지않게 일몰 장관도 즐겨 감상하고 싶어 하는 것은 일몰 뒤에 어김없이 일출이 찾아오기 때문이란다. 세상사 내리막길이 있으면 반드시 오르막길이 있다는 뜻이지. 

석양을 감상하면 누구나 겸손해진단다. 하루를 반성하기에 더 멋진 내일을 꿈꿀 수가 있지. 매일 뜨고 지는 태양을 바라보며 희망을 쏠 수 있단다. 석양 보려고 몰디브나 월미도에까지 갈 필요 없어. 그냥 하굣길, 퇴근길에 석양이 보이거든 잠시 걸음을 멈추고 감상해보렴. 그것도 제법 괜찮은 삶의 여유란다.


놀 때는 제대로 놀아라

딸아, 인생에서 행복을 찾는 길에 공부와 일은 필수겠지. 배우고 익혀서 일을 해야 행복을 손에 넣을 수 있잖아. 그러나 공부든 일이든 끊임없이 계속할 수가 없으니 누구나 쉬는 시간을 갖게 되지. 그런데 쉬는 시간을 아주 효율적으로 잘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영부영 허송세월 하는 사람도 있어.

너는 어느 쪽이니? 쉬는 시간에는 제대로 쉬는 딸이 되면 좋겠다. 놀 때는 제대로 노는 것이 좋아. 공부 잘하는 아이는 십중팔구 놀 때 화끈하게 잘 놀고, 일 잘하는 사람은 놀 때 멋지게 논단다. 공부든 일이든 일단 해방되면 모든 걸 잊고 노는데 집중해야 그다음 공부나 일을 잘할 수 있어. 

언젠가 삼성 이건희 회장이 했던 말을 음미해 보렴. “6개월간 밤을 새워 일하다가 6개월간 놀아도 좋다. 놀아도 제대로 놀아라.”


취미생활을 한껏 즐겨라

딸아, 제대로 잘 놀기 위해서는 좋은 취미를 갖는 것이 좋아. 취미란 공부나 일을 쉬는 시간에 선택하는 놀이이므로 일단 즐거움이 큰 게 최고지. 숙련도나 효율성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네가 원하는 그 어떤 것이라도 할 수 있겠지만 건강에 도움이 되고 안전을 해치지 않는 것이 좋겠지.  

취미는 사회성 향상에 도움이 된단다. 다른 사람과 더불어 즐길 수 있는 종류라면 사회생활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어. 직장 동호회가 대표적이지. 같은 취미를 가졌다는 자체가 서로 호감을 살 수 있거든. 거기다 활동을 함께 하다 보면 쉽게 친해질 수도 있지.

취미가 일이나 직업으로 연결되면 더없이 좋아. 평생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까지 벌 수 있다는 건 행운이지. 어려서부터 다양하게 취미활동을 하면 유익하다고 어른들이 말하는 이유란다.


뛰거나 종종걸음 하지 마라

딸아, 등교나 출근할 때 뛰거나 종종걸음 하지 마라. 넘어져 다칠 염려가 있는 데다 여유와 품격이 없어 보인단다. 마음이 급하다 보니 몸을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의 전형적인 모습이지. 

“영혼이 아닌 육체에 노력을 집중하는 사람은 튼튼한 날개로 나는 대신 가냘픈 다리로 종종걸음 치며 목적지까지 가려하는 새와 같다.” 레프 톨스토이의 말이란다. 

딸아, 누구든지 몸이 너무 빨리 움직이면 자기 마음을 통제하기 힘들단다. 길가다 찬란한 일출이 보여도 눈길 줄 틈이 없고, 친한 사람 만나도 다정하게 인사하기도 힘들지. 뛰거나 종종걸음 하지 않기 위해서는 하루를 조금 일찍 시작하는 수밖에 없어. 횡단보도 신호등이 깜빡일 때 굳이 뛰어서 건너지 말고 다음 신호 기다려도 될 정도의 여유는 갖고 사는 것이 좋아.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을 누르지 마라

딸아,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보면 사람의 인격을 알 수 있단다. 타자마자 닫힘 버튼을 누르는 사람이 있지. 짜증이 난 듯 두 번 세 번 꾹꾹 누르는 사람도 있어. 함께 올라가겠다고 뛰어오는 사람을 보고도 누르는 사람이 있지. 조금이라도 빨리 올라가고자 굳이 누르지 않아도 닫히게 돼 있는 문을 서둘러 닫는 것은 조급함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란다. 이기심의 표현이지. 

반대로 열림 버튼은 마음에 여유가 있는 사람이 갖는 이타심의 표현이란다. 남이 먼저 내릴 수 있도록 배려할 때, 함께 올라가고자 기다려주기 위해 누르기 때문이지. 이럴 땐 십중팔구 고맙다는 인사를 들을 수 있어. 

그럼에도 우리는 열림 버튼보다 닫힘 버튼을 더 많이 사용한단다. 딸아, 너는 특별히 바쁘지 않은 한 닫힘 버튼을 누르지 마라.


승용차 경적을 울리지 마라

딸아, 거리에서 자동차 경적을 들으면 누구나 기분이 상해. 보행 중에 들으면 깜짝 놀라 짜증이 나기도 하지. 버스나 택시 말고 일반 승용차 운전자 중에도 시도 때도 없이 경적을 울리는 사람이 있어. 교양은 물론 여유까지 없는 사람이란다.

자동차 경적은 위험 경고용으로 만들어진 것이란다. 자신의 위치를 알려 사고 가능성을 경고하는 수단이지. 짧은 공간으로 갑자기 차로를 변경하는 차, 뒤쪽 상황을 모른 채 후진하는 차, 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하는 차에 대해 사용하면 유용하지.

그러나 앞차의 속도가 느리다고, 신호가 바뀌었음에도 곧장 출발하지 않는다고 경적을 울려서는 안 된다. 역지사지하면 짜증 날 일이지. 자칫 보복운전을 야기할 수도 있단다. 우리 딸은 경적을 가급적 울리지 않는, 여유 있는 운전자가 되기 바란다.


층간소음, 가급적 참아라

딸아, 아파트 층간소음 때문에 힘들지? 하지만 어쩌랴, 서로 배려하고 관대한 마음을 갖는 수밖에 없단다. 괜한 시비로 분란이 생기면 양쪽 다 불행하므로 마음에 여유를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단다.

위층에 살 경우 소음이 생기지 않도록 알아서 조심해야 한다. 특히 심야에는 각별히 유의할 일이다. 위층 소음 때문에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는 상황은 심각하거든. 아래층에 사는 경우 너그러움과 인내심이 필요해. 위층에 소음이 있더라도 가급적 참고 어필하지 않는 것이 좋아. 어필하는 순간 상대방은 마음이 상하거든. 참을 수 없는 상황이라도 경비실을 통해 완곡하게 불편을 호소하는 게 좋아.

딸아, 층간소음 시비를 생각하면 평소 이웃 간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서로 반갑게 인사하는 사이라면 손쉽게 해결할 수 있거든.


차에 맛 들여라

딸아, 식후 커피 한잔 참 좋지. 머리가 맑아지니 기분이 상쾌하지. 그런데 커피 못지않게 차도 좋아. 차는 커피와 달리 삶에 여유를 가져다주거든. 차의 품성은 쉼이란다. 차를 우려내기 위한 기다림, 좋은 사람들과의 즐거운 대화, 여유로운 시간이 있으니까. 차는 몸과 마음을 잠시 내려놓게 하는 안락의자라 할 수 있어.   

실제로 차는 정신적 안정감을 심어준단다. 아미노산의 일종인 테아닌이란 성분이 있어 긴장을 풀게 하지. 세계적으로 차 소비가 많은 나라에 우울증 환자가 적다는 통계도 있단다.

딸아, 집에서 쉬는 날엔 커피 대신 느긋하게 차를 마셔보렴. 녹차든 홍차든 찻잎을 우려내 천천히 식혀서 마시는 여유를 즐겨보렴. 한두 잔이 아니라 다섯 잔, 열 잔 마시는 게 좋아. 쉬면서 마음의 평화를 갖는 게 중요하단다.    


혼자 훌쩍 떠나보아라

“청춘은 여행이다. 찢어진 주머니에 두 손을 내리꽂은 채 그저 길을 떠나도 좋은 것이다.” 딸아, 20세기 혁명가 체 게바라가 한 말이란다. 당장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 않니? 누군가 여행은 가슴이 떨릴 때 해야지 다리가 떨릴 때 하면 안 된다고 했어. 너처럼 젊을 때 여행을 많이 다니는 것이 좋아.

친구, 혹은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도 좋지만 여행의 진수는 혼자 하는 것이란다. 아무런 얽매임도 없이 혼자 훌쩍 떠나보는 멋진 기분을 즐기는 거야. 일정을 너무 타이트하게 잡지 말고 느긋하게 하렴. 예쁜 정자가 있으면 금방 되돌아 나오지 말고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앉아서 여유를 즐겨. 

혼자 하는 여행은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최상의 기회란다. 낯선 곳에서 사색을 하면 평소보다 더 힘차게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단다.


해외여행을 많이 다녀라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딸아,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쓴 자전적 에세이의 제목이란다. 한창 잘 나갈 때 출판한 덕에 밀리언셀러에 등극했었지. 대우가 글로벌 기업으로 뻗어나가는 과정을 실감 나게 묘사해 젊은이들을 열광하게 했단다.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던 시절 그는 1년 중 3분의 2를 해외에서 보낸다고 했거든.

딸아, 젊고 건강할 때 해외여행을 많이 다니는 게 좋아. 세상이 넓다는 사실을 새삼 네 눈으로 확인하는 게 중요하니까. 이 세상 곳곳을 다녀보렴. 한 순간 너의 인생관이 바뀔 수도 있어. 

해외여행을 하려면 아무래도 돈이 많이 들지. 하지만 알뜰하게 하면 국내여행과 큰 차이도 없어. 시도하는 게 중요해. “여행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용기의 문제이다.” 브라질 작가 파울로 코엘료가 한 말이란다.


여행길엔 아는 만큼 보인다

딸아, 어디든지 여행 계획이 세워지면 떠나기 전에 공부를 많이 하도록 해라. 여행지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고 멋진 요리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그곳 역사와 문화를 체득하는 재미도 쏠쏠하거든. 이를 위해서는 사전 지식을 많이 갖고 출발해야 돼. 프랑스 소설가 마르셸 프루스트는 이런 말을 했단다.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

그렇다, 이탈리아 피렌체를 여행할 계획이라면 피렌체 공화국의 역사와 미켈란젤로, 마키아벨리의 생애를 미리 공부하는 것이 좋아. 전남 강진, 해남, 완도 등지를 여행하려면 정약용과 윤선도 평전 정도는 읽고 출발하는 것이 좋아. 여행길엔 아는 만큼만 보이거든. 공부하지 않으면 풍광밖에 보이지 않아. 우리 딸은 속이 꽉 찬 여행자였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14>딸아,너한테 해줄 말 있어 -안전, 건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