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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Apr 22. 2022

<16>딸아,너에게 해줄 말 있어
-예술,문학

예술을 사랑해야 영혼이 맑아진다

딸아, 우리네 인생에서 예술은 의식주 이상으로 중요해. 직업이 예술인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인에게도 예술은 행복을 찾는 길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란다. 일상에서 예술이 전혀 없다고 상상해 보거라. 얼마나 황량하겠느냐. 당장 먹고사는 것이 힘든 사람에게도 예술이 있기에 위안을 받을 수 있단다.

예술이 중요한 가장 큰 이유는 우리의 영혼을 맑게 해 주기 때문이야. 파블로 피카소는 “예술은 영혼에서 일상생활의 먼지를 씻어내준다”라고 했지. 각종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감상하는 과정에서 잠자던 영혼이 눈을 뜨고 성장하거든.

음악 미술 연극 영화 무용 서예 공예 조각 건축 사진이 모두 예술이지. 이를 직업으로 삼지 않더라도 애써 가까이하며 즐기기 바란다. 예술가들의 업적을 감상만 해도 네 영혼이 자유로워진단다

 

집에 음악이 흐르도록 해라

딸아, 음악은 사람의 감정에 큰 영향을 미친단다. 전쟁터에서 병사들이 북소리를 들으면 용기가 생기고, 엄마 품 아기가 자장가를 들으면 금방 잠에 빠져드는 건 우연이 아니지. 누구나 자기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상쾌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야.

그러니 딸아, 네 집에 음악의 향기가 피어났으면 좋겠다. 음악이 흐르는 집은 항상 평화롭게 느껴지거든. 상상해보면, 시끄러운 TV 소리보다 아름다운 멜로디에 취해 있는 네 모습이 훨씬 멋져 보이는구나. 일방적으로 듣기를 강요하는 카페나 레스토랑과 달리 너 마음대로 선곡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  

아침에는 힘을 샘솟게 해야 하므로 록음악이 좋겠다. 아빠가 즐기는 서부영화음악도 좋을 거야. 저녁에는 아무래도 마음을 진정시키게 하는 클래식이나 가곡 같은 게 좋겠다.

 

가끔이라도 음악회에 가거라

딸아, 가끔이라도 틈을 내 음악회에 가면 참 좋아. 시설이나 장비가 제대로 갖춰진 곳이어서 집에서 감상하는 음악과는 차원이 다르지. 깨끗하게 옷 차려 입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외식도 하고 음악 감상까지 하고 나면 삶의 희열을 느낄 수 있단다.

흔히 음악회라 하면 비싼 공연 관람료에 부담을 느끼게 되지. 물론 세계적인 연주회의 경우 수십 만원씩 책정되기 때문에 쉽지 않아. 하지만 잘 찾아보면 수준이 제법 있으면서도 저렴한 공연도 많단다. 

특히 요즘은 각급 지방자치단체나 특정 예술단체가 주최하는 공연이 많아 접근성이 꽤 좋은 편이야. 무료 관람인 경우도 더러 있고 말이다. 사실 멋진 공연 앞두고 먹는 저녁이라면 자장면 한 그릇으로도 배부를 수가 있어. 결국 돈의 문제가 아니라 관심의 문제라고 봐야겠지.

 

악기 한두 가지는 다룰 줄 아는 게 좋다

딸아, 음악은 감상을 넘어 연주를 해야 제 맛이란다. 감상은 단순히 남이 하는 음악을 취하는 것인데 반해 연주는 자신이 직접 하는 음악이니 당연히 흥취에 큰 차이가 나겠지. 

불세출의 사상가 공자도 남의 연주에 만족하지 못한 듯 직접 악기를 연주했단다. 특히 노래 부를 때 거문고를 즐겨 탔으며, 마음이 심란할 때는 경쇠를 연주했다는 기록이 있어. 제자들 중에서도 스승을 본받아 악기 다룰 줄 아는 사람이 많았단다.

너도 취미 삼아 악기를 뭐라도 한두 가지는 다룰 줄 알면 좋을 것 같다. 기타도 좋고, 바이올린도 좋고, 트럼펫이면 멋까지 보태져서 더 좋겠지. 어릴 때 배웠던 피아노는 실력을 더 연마해 꾸준히 연주하기 바란다. 배울 때의 고초를 생각하면 나이 들어서도 적극 활용해야지.

 

음치가 자랑은 아니다

딸아, 노래 부르는 자리에선 노래 잘 부르는 사람이 제일 멋져 보인단다. 음치는 기죽을 수밖에 없어.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은 타고난 음치로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면서도 노래를 즐겨 불렀다지만 우리네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노래를 피할까 전전긍긍하기 마련이지. 회식에서 웃음거리 되는 것 대책 없이 반복할 수는 없잖아.

음치는 타고난 장애일 수도 있어. 소리에 대한 음악적 감각이 천성적으로 무디어 음을 제대로 인식하거나 발성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지. 박자를 맞추지 못하는 박치도 마찬가지야. 그런데 음치는 죄가 아니지만 자랑할 것도 아니란다. 

사회생활하는데 불편하다면 애써 고치는 노력을 하는 게 좋아. 요즘 보컬학원에서 ‘음치 탈출반’ 같은 걸 운영하는 것 같더구나. 노래방에서 최소한 분위기 깨는 딸은 아니길 바란다.

 

미술작품 감상을 즐겨라

딸아, 미술도 음악 못지않게 사람의 심성에 영향을 많이 미친단다. 미술 작품은 창작을 하지 않더라도 감상을 자주 하는 것이 좋아. TV나 신문으로 접할 것이 아니라 미술관에 직접 가서 보거라. 가슴속에서 용출되는 상상력의 수준이 확연히 다름을 느낄 거야.

국립 현대미술관은 말할 것도 없고,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미술관이나 저명 사설 미술관에 가면 좋은 작품이 부지기수로 많아. 고미술은 박물관에 가면 손쉽게 만날 수 있어. 미술도 아는 만큼 보인단다. 우리 모두 학창 시절 미술에 대한 기초 교양을 배우지 않아 감상 지식이 부족하다고 봐야겠지. 현대미술 감상은 생각보다 어렵거든.

하지만 딸아, 미술관에 자주 드나들다 보면 언젠가 눈에 확 들어올 거야. 영화 한 편, 커피 한잔 값이면 된다. 편하게 자주 미술작품을 감상하기 바란다.

 

그림을 사서 집에 걸어라

딸아, 그림은 집에 걸어둘 경우 매일같이 감상할 수 있다는 게 좋아. 당연히 돈을 주고 사야 걸어놓을 수 있겠지. 구입할 때 다소 비싸게 느껴지긴 해도 한번 사면 평생 가까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성비는 꽤 높은 편이란다. 거기다 잘 구입하면 세월이 흐를수록 값이 올라 재테크가 되기도 하지. 유망 작가의 작품을 전략적으로 잘 선택하면 5년, 혹은 10년 만에 10배, 100배가 오르기도 한단다.

딸아, 재테크로까지 생각한다면 공부를 많이 해야겠다. 미술관뿐만 아니라 화랑이나 경매장에도 자주 가봐야 돼. 그런데 초보자에게 화랑이나 경매장은 지나치게 럭셔리해서 낯설게 느껴진단다.

 그림을 손쉽게 사고 싶다면 쇼핑하는 기분으로 아트페어에 가는 것이 좋아. 전국의 화랑에서 작품을 내놓는 장터이기 때문에 초보자에게 접근성이 좋단다.

 

최신 인기 영화는 놓치지 마라

딸아, 영화는 가장 대중적이며 인기가 많은 매체란다. 수십 년간 TV가 득세했지만 영화시장은 쉼 없이 성장하고 있어. 어느 나라든 기술과 콘텐츠 모두 시대 흐름을 잘 반영하는 매체라서 그런 것 같아. 우리나라 영화시장은 성장 속도가 특히 빨라 현재 세계 5위 규모란다. 

딸아, 요즘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가 자주 상영되더구나. 작품성이 좋다 보니 관객 수도 많지. 천만 관객이 예사니 말이다. 이런 영화는 놓치지 말고 보는 게 좋겠다. 점심 한 끼 값, 만원 남짓이면 명작 한편을 감상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니. 넷플릭스 자체 제작 영화 중에서도 명작이 많더구나.

딸아, 상업성은 낮지만 사회적 의미가 독특한 독립영화나 미적 상상력이 뛰어난 예술영화에도 관심 가져보렴. 아마 네 삶을 살찌우는데 큰 도움이 될 거야.

 

오페라, 뮤지컬도 즐겨라

딸아, 가끔은 대학로에 나가 연극을 보아라. 아빠는 연극의 경우 영상 매체와 달리 배우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분이 각별해서 좋더라. 혹 지인 중에 청년 신진 배우가 초청하거든 무조건 가서 관람을 해라. 너의 응원이 그에게 큰 힘이 될 거야.

딸아, 종합무대예술인 오페라는 언제나 좋지. 음악과 연극, 문학, 미술, 무용이 한데 어우러진 한 편의 대하드라마잖아. 뮤지컬은 또 어떠냐. 록 음악과 아이돌 댄스까지 등장하는 노래와 춤, 연기가 합쳐진 무대공연은 흥겨워서 좋아. 판소리로 하는 뮤지컬도 볼만하더구나.

오페라나 뮤지컬 공연을 보다 보면 예술은 모두 한 덩어리란 생각이 들어. 관객들에게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예술인들에게 경의를 표할 따름이지. 좋은 작품을 많이 소비하는 게 그들에게 도움이 되겠지.

 

패션에도 관심을 가져라

허름한 옷을 입으면 사람들이 그 옷을 기억하고, 흠잡을 데 없이 옷을 입으면 사람들은 그 여자를 기억한다.” 딸아, 전설적인 디자이너 코코 샤넬이 한 말이란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옷은 누구나 잘 입어야 한다. 예쁘게, 깔끔하게, 말쑥하게 입으면 어딘가 품격 있는 사람으로 비친단다. 옷은 자신을 표현하는 가장 직접적인 수단이거든.

너도 패션에 관심을 갖는 것이 좋아. 옷을 어떻게 입는 게 잘 입는 건지는 네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시대상을 반영하는 유행을 감안하되 개성을 살리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명품이나 비싼 옷이 좋은 옷이 아니라 너한테 잘 어울리는 옷이 좋은 옷이라고 아빠는 생각해. 남을 지나치게 의식하지 말라는 얘기야. 다만 사회적 통념에서 크게 벗어나면 오히려 추해진다는 사실도 명심하기 바란다.

 

고전문학을 탐독해라

딸아, 문학도 예술이야. 언어로 하는 예술이지. 행복을 찾으려면 문학 작품을 가까이해야 한단다. 소설이나 시를 읽는다고 당장 돈이 생기는 건 아니지만 마음의 안식과 평화를 얻을 수 있지. 삶의 지혜를 터득할 수 있고 진리가 중요함을 새삼 깨달을 수도 있지. 

살인과 섹스가 난무하는 통속소설이나 추리소설보다 검증된, 품격 있는 소설을 많이 읽어라. 너에게 인생의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 될 것이다. 짧게는 100년, 길게는 2000년 이상 검증된 고전문학은 무조건 좋아. 그 속에서 발견하는 명문장 하나가 네 인생을 확 바꿔놓을 수도 있어. 평생 읽어야겠지만 가급적 일찍, 젊을 때 즐겨 읽는 것이 좋아. 

역대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들의 대표작도 찾아서 읽어보렴. 네 삶에 살과 피가 될 거야.

 

토지, 삼국지, 톨스토이 단편집은 당장 읽어라

딸아, 수많은 문학 작품 가운데서도 지금 당장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작품이 셋 있어. 늦었지만 서둘러 꼭 읽기 바란다.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 토지는 재미도 있고 독자의 마음도 울리지만 유려한 문체가 단연 백미란다. 평생 글쓰기를 하고 살아가야 할 청년들에게 필독서라 할 수 있어. 어휘가 무궁무진 풍부할 뿐만 아니라 문장과 문장, 낱말과 낱말의 이음새가 그야말로 예술이거든. 국문과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읽는 이유란다.

삼국지는 동양을 대표하는 고전소설로 무려 80만 개의 단어와 1000명 가까운 등장인물이 버무려진 작품이지. 역사와 설화, 민담이 뒤섞여 스토리가 얼마나 풍부한지 몰라. 톨스토이의 단편 하나하나에는 시공을 초월한 인생철학이 담겨 있단다. 적은 분량이지만 내용은 더없이 알차단다.

 

시집을 곁에 두어라

딸아, 시는 인간의 아름다운 심성을 앞세워 각자 행복을 찾아가게 한단다. 시를 읽는다고 당장 너에게 돈이 되진 않지만 내면의 감정과 상상력을 자극함으로써 정서적 풍요를 누릴 수가 있어. 시를 통해 시도 때도 없이 닥치는 각종 시련을 극복하는 힘을 갖게 된단다. 공자가 “시 삼백 편에 생각의 사악함이 없어진다(詩三百思無邪)”라고 한 이유 아닐까.

딸아, 시는 읽기가 참 쉬워. 책 중에 가장 저렴하고, 작정해서 읽으면 한 시간이면 충분히 다 읽을 수 있지. 소설과 달리 이전에 읽었던 스토리를 기억할 필요도 없어. 한편 한편이 작품이니까. 오히려 한숨에 다 읽는 것은 재미가 없지. 곁에 두고 천천히 읽는 게 좋아. 소파나 침대에 나둬도 되고 사무실 책상에 둬도 되지. 아름다운 시로 마음을 살찌우는 딸이 되기 바란다. 

 

멋진 시 10편 정도는 암송할 수 있어야 한다

딸아, 아빠는 모든 문학이 그렇듯이 시는 이해하기 쉬운 작품이 최고라고 생각해. 읽자마자 그냥 울림이 있고 감동의 물결이 생기는 시가 제일 좋아. 뜻이 너무 심오해서 금방 와닿지 않는 시도 간혹 있지만 역사성과 생명력을 지닌 시는 대개 쉽게 읽힌단다.

좋은 시를 단시간에 많이 접하려면 이름 있는 시인들의 작품을 한데 모은 시선집을 읽으면 효과적이란다. ‘한국인의 명시 100선’ 같은 제목의 시집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지. 

딸아, 어쩌다 만난 시가 멋지다는 생각이 들면 반복해서 읽어. 소리 내서 읽는 것도 좋아. 조금 어려운 시도 자꾸 읽다 보면 이해가 된단다. 거듭해서 읽다 보면 어느새 외워져. 시나 시조를 10편 정도 술술 암송할 수 있으면 적절히 써먹을 수 있어 좋아.

 

예술과 문학 토론하기를 즐겨라

딸아, 우리 삶에서 예술과 문학은 아무래도 여유의 연장선에 있다고 봐. 먹고 살기가 워낙 힘들면 생각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지. 하지만 너처럼 앞날이 창창한 청년들은 당장 미래가 조금 불투명하더라도 예술과 문학을 외면하면 안 돼. 경제 활동과 공존할 수 있는 영역임에 분명할뿐더러 그것을 통해 인생을 재설계하는 힘을 가질 수가 있단다.

어쩌다 오페라 공연을 관람하고 자기가 과연 무얼 위해 살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새삼 깨달을 수도 있고 단 한 권의 고전소설을 읽고 실의의 늪에서 뛰쳐나와 재기하겠다는 용기를 얻을 수도 있단다. 예술이나 문학 작품을 접한 뒤 친한 친구, 혹은 가족과 토론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아. 토론 중에 예전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던 영감이 떠오를 수도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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